금(Gold)은 원자번호 79번이고 기호로는 Au를 쓰는 광물이다. 사전에 의하면 빛나는 노란색의 무른 금속으로 연성과 가단성이 있는 전이금속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위키백과)
금은 6천 년 전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화폐의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고, 황금 왕관, 황금갑옷 같은 화려한 치장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그 시대의 권력의 상징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고대부터 중세시대에 이르기까지 금화를 유통하곤 했고, 전쟁 중에, 또는 무역 중에 금화를 실은 배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는 전설이 많이 있어, 지금도 전설의 금화를 찾으러 다니는 탐험가들이 많이 있다.
금은 욕망의 상징이다. 금은 비싸다. 그리고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금반지, 금목걸이, 금팔찌 등 금으로 만든 각종 장식품을 만들어 이용하고 있고, 한때 화폐의 기준이기도 해서 각국 중앙은행의 창고에는 금을 저장하는 장소가 따로 있다. 아 맞다... 금고도 알고 보면 본디 금을 보관하는 창고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금은 또한 연성 재질로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도 있을뿐더러, 부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의료용 기구에도 사용된다. 대표적인 사용처가 바로 이빨에 사용하는 금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윗니와 아랫니가 맞닿아야 씹을 수 있고 사람마다 먹는 습관과 음식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다른 재질보다는 금을 이용해서 본을 뜨고자신의 이에 맞추는 치료가 가장 흔하다. 반대로 재질이 금이기 때문에 다른 치료때 보다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토요일 출근한 사람에게 아내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왔다.
"혹시 화장대 위에 있던 비닐 못 봤어?"
"아니? 당신 화장대를 내가 쓸 이유가 없는데?"
"큰일 났네...."
"응? 왜 그래?"
"어제... 밥 먹다가 빠진 금니, 그거 비닐팩에 넣어서 화장대 위에 올려놨는데 없어졌어."
"뭐야... 잘 찾아봐.. 그거 가지고 가서 치료하기로 했잖아."
퇴근하고 집에 와서 보니 아내는 이미 상당히 저기압 모드로 바뀌어 있었다. 같이 이방, 저방, 화장대를 싹 다 뒤집어도 보고 서랍이란 서랍은 모두 열어봤지만 허사였다. 금니, 정확히 말하면 "인레이"라고 하는 부분이 갑자기 떨어져 나갔는데, 이걸 잃어버렸으니 큰돈 들여 다시 할 생각에 기분이 많이 안 좋아졌던 것이다.
저기압의 아내를 달래줄 달달한 무엇이 필요했다. 집 주변 맛집을 찾아보니, 새로 생긴 도넛 가게가 차로 10분 거리에 있었다. 신상 핫플레이스라고 정보가 떴는데 가 보니 과연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코로나고 뭐고 온 동네 사람들이 우르르 모여든 것 같았다.
도넛과 커피를 편안하게 앉아서 마시고 싶었지만, 이내 포기하고 도넛만 포장해 오기로 했다. 이 집 도넛 꽤 비싸다... 그래도 아내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데 이까짓 도넛이 대수랴... 기분 좋게 포장하고 집에 돌아온 후, 최근 연마한 드립 커피 기술로 맛있는 커피를 대접해 줬다. 5천 원짜리 스타벅스 커피보다 훨씬 맛있음을 자부하면서...
"그래 그까짓 거 쓰레기통 아니면 집안 어딘가에 있겠지. 잊어버려, 언젠가 나오면 다행이고, 안 나오면 좋은 일 한 거지 뭐"
"아, 그래도... 그게 금인데... 얼마나 비싼데.."
다음날 저녁, 아내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여보!!!!!"
"응?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금니 찾았어!"
"뭐? 어디서 찾았어? 그렇게 찾아도 없더구먼..."
"아~ 그게... 냉장고에서.."
"뭐라고? 아니 냉장고에서 금니가 왜 나와?"
"그게... 비닐팩에 다른 거 담아두고 냉장고에 넣었는데, 금니를 담았던 비닐팩인 것을 깜박했지 뭐야?"
정말 황당했다. 아니, 그것보다 우선 다행이었다. 엄청난 금을 찾아낸 것이다.
"다행이다. 내일 병원 갈 때 그걸로 땜질하면 되겠네. 그리고 땜질 치료비를 꼭 알려줘. 이번 주 파티하자"
"응, 좋아!!!"
어제까지만 해도 그렇게 시무룩해 있던 아내는 미안함과, 기쁨이 같이 있는 환한 얼굴로 변해 있었다.
오전에 출근하고 점심 즈음에 전화가 왔다.
"여보, 치과에서 예전 거 그냥 쓰면 안 된데, 다시 맞추기로 했어."
"아 그래? 그럼 우리 금 팔아보자."
"그렇게 하지 뭐, 예전에 모아둔 것도 있어."
저녁에 집에 와서 같이 인터넷으로 금 가격을 알아봤다. 아내는 이미 옆자리에 바짝 앉아서 금이빨, 정확히 말하면 인레이 조각들을 손에 들고 있었다. 갑자기 1998년 IMF 시절 금 모으기 운동도 생각났다. 혹시 이 금을 팔아 가전제품 한 개라도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벌써 흥분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1그램에 5만 원에서 6만 원?' 대충 가격대가 이 정도에 형성되어 있었다. 금의 순도에 따라 가격은 천지차였지만, 우선 우리 둘은 가장 높은 가격에 시선이 머물러 있었다.
즉시 제빵 할 때 쓰는 저울로 금이빨의 무게를 재 봤다. 1g씩 움직이는 전자저울의 눈금인데, 전혀 미동도 안 한다. 혹시 저울이 고장 난 것은 아닌지 확인차 다른 것을 올려봤는데, 금방금방 눈금이 올라간다. 2개의 인레이 조각을 모두 올려놔도 1g이 안 되었던 것이다.
에이!!!!
갑자기 토요일이 생각났다. 둘이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온 집안을 다 뒤집어 찾아도 나오지 않던 금.... 그 금을 찾았을 때 이걸 팔면 혹시 큰돈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기대감이 잔뜩 있었는데.... 몇 만 원 가치도 안 되는 것을 가지고도넛과 커피와 수고를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금은 욕망의 상징이다. 그 금이 비록 1g 이 안될지라도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