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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난 삶의 이유
저렇게 늙고 싶다
by
이글파파
Jun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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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검진 대기 중인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우르르 오셨다. 코로나 백신 주사를 맞으러 오신 것이다. 검진하는 곳
반대편 쪽에는
두 분의 남녀 어르신이 이미 주사를 맞고 이상 징후가 없는지 대기하며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아계셨다.
"아픈데 있어요?"
하얀색 눈이 내린 뽀글뽀글 머리를 하신 여자분이 점잖게 보이는 남자 어르신께 묻는다.
"없어!"
"그럼 갑시다."
"아니.. 삼십 분 경과를 보고 가라고 하잖아!"
두 분은 딱 봐도 부부의 모습이다.
"난 삼십 분 지났는데..."
"...."
아내 분은 빨리 병원에서 나가고 싶은 모양이다. 남편에게 조금 일찍 가자고 했다가 괜한 핀잔만 들었다.
토라질 만 한데 이내 곧 살짝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우리 아이스크림 먹으러 갑시다."
두
미간 사이의
경직함이 풀어지는 아버님의 모습.
이때 어머님이 놓칠세라 더 치고 왔다.
"배스킨라빈스 어때요? 집에 가는 길에.."
아버님은 아내의 눈을 잠깐 바라보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아버님은 옆에 벗어놓은 얇은 잠바를 주섬주섬 입고 먼저 나가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 먹자'는 말이 이토록 사랑스러울 수가.
그런 부부가 되고 싶다.
그렇게
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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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25년차, 언제나 하나의 경험의 끝과 다른 하나의 시작 사이에 항상 있어왔습니다. 오늘도 경계에서 느끼는 감정을 향기나는 글로 승화하여 나누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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