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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파파 Aug 17. 2021

라떼의 추억-1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사회생활 잘하는 법


약 25년 전 얘기다. 회사 입사 후 부서 배치를 받고 첫 출근해서 한 일은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선배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90도 폴더 인사를 한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신입사원 아무개입니다."


크고 우렁차게 해야 선배들에게 인정받는다고 하여 인사를 참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중에는 일부러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하는 선배도 있었지만,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 손만 살짝 들었다 놓는 선배도 있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서는 부서 선배님들 뿐 아니라 다른 분들께도 인사를 잘해야 했다.  그리고 다음 소개할 세 분들은 정말 중요한 분들이었다.


1.  경비원 아저씨

사실 대기업이 첫 직장인 본인에게 경비라는 말보다는 회사의 보안을 책임지는 곳인 "쎄□(SEC**)"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요즘에는 다양한 경비용역업체들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S그룹과 일본의 쎄□에서 들여와 만든 업체가 가장 유명했다.


경비아저씨들과 잘 사귀어 놓으면, 평상시 사원증을 가지고  깜박한 경우 점심이나 저녁에 외부에 잠깐 나갔다 와야 할 때 외출 신고 안 하고 살짝 나가는 것이 가능했다. 매일 출퇴근하면서 보는 얼굴이지만 꼬박꼬박 밝은 얼굴로 인사하고 눈도장 찍어둬야 하는 이유다.


2. 청소부 아주머니

직원들보다 먼저 출근해서 깨끗이 사무실을 청소해 주시는 고마운 분들이다. 본인 부서가 있던 연구소와 개발팀 (당시에는 퇴근 시간 후에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남자들인 데다가 유난히 정리정돈에 약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침시간이 되면 담배꽁초나 먹다 남은 과자 부스러기 같은 것은 널브러져 있기가 일쑤였다. 


나중에는 정리정돈을 점검하는 시간도 생기고, 사무실은 물론 사업장에서까지 흡연이 퇴출되었지만 당시에는 골초 왕 선배 자리 곁에는 늘 쓰레기가 한가득이었다.  자기 자리는 본인이 청소하는 거지만 아주머니들이 치워주기도 하셨는데, 평소에 좀 밉게 보인 사원들은 다음날이 되어도 청소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분들 눈 밖에 나지 않으려면 인사도 열심히 하고 아주 가끔 사탕이나 박카스도 쥐어주곤 했다.


3. 복사실 누나

아마 "복사실 누나"는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 있을 법하다. 당시 복사기는 무척 비싼 고가의 사무용 장비였다. 그리고 지금은 좋아졌지만 옛날 복사기는 종이가 걸리는 ''도 많이 나서 급한 복사가 필요한 때에 잼이 걸리면 대략 난감인 경우가 자주 있었. 그래서 회사에서는 "복사실 누님" 같은 그때그때 정비하는 전문인력을 뽑고 모든 부서 복사를 한 곳에서만 관리하도록 했었다. 당시 복사실에는 약 10여 대의 복사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데 회사내 모든 부서에서 복사를 맡기기 때문에 복사실 누님을 잘 알아둬야 선배들의 심부름을 제때(?) 잘 수행할 수 있었다.


한 번은 복사기 한 대가 잼이 심하게 나서 고장 난 적이 있었는데 복사 누님도 고치지 못했던 것을 필자가 고쳐서 칭찬받고, 이후에 그 누님에게 맡긴 복사는 언제 제일 먼저 받던 기억이 있다.




위에 언급한 세 분 들은 모두 당시 용역으로 일을 하시던 분들이었다. 지금은 소속 회사 이름이 바뀌거나 업무가 사라져 버렸다.  특히 건물 1층에 있던 복사실은 IT기술의 발전과 가격 경쟁력으로 인해 시간이 지나며 복사기가 층층마다 또는 사무실마다 설치가 되면서 아예 쇄되었다. 그 누님은 어디로 갔는지 더 이상 알 길이 없다.


라떼의 추억이만, 여전히 그 원칙은 동일하다. 오늘도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신입사원들에게 당부한다. 부서 선배는 당연하고, 회사의 출입보안을 위해, 환경미화를 위해 또는 식당에서 수고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미소 듬뿍 담아 인사를 드리길 바란다. 그분들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반드시 나의 사회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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