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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파파 Aug 17. 2021

원. 상. 복. 구.

임계점(臨界點 - Critical Point)


어릴 적 담임선생님과의 성적 면담이나 직장 상사에게서 이런 얘기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 번은 임계점에 도달해 봐야 할거 아냐?"


임계점은 상변화 하는 순간을 말한다.

어려운 과학 용어 같지만, 쉽게 말하면 물이 끓어 수증기로 바뀌는 온도나 압력 또는 반대로 물이 얼음으로 바뀌는 온도의 순간이라고 생각하면 다. 그리고 일상에서 "임계점에 도달한다"는 것 물이 끓기 전 섭씨 99도까지 엄청난 에너지를 퍼부어도 나머지 1도가 오르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평소의 노력 외에 결정적인 순간에 쏟아붓는 에너지와 노력이 없이는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다는 자기 계발 각성의 언어이다.


예를 들어, 운동선수가 신기록 달성을 위해 초인적인 힘으로 마지막 스퍼트를 하는 순간 빗 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글 쓰는 사람들이 초고를 쓰고 난 후에 얼마나 많은 퇴고를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이 제대로 임계점을 통과한 것인지 아니면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인지가 판단되기도 하는 데 그런 경우도 해당할지 모르겠다.


(사실 필자는 퇴고의 고통을 많이 피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글 솜씨가 늘 그 자리인 것을 독자들에게 미리 밝히는 바이다.)


그런데 원상복구!


이제 다른 임계점을 소개한다.

다이어터에게도 임계점이 있다. 5킬로, 10킬로 살을 빼도 좀처럼 깨지지 않는 몸무게가 있다. 170센티 작달막한 키에 평소 80대 중반의 몸무게를 유지하는 통통한 필자는 허리가 안 좋아지기 시작한 무렵부터 몸무게 90을 넘기는, 반대의 의미로 임계점을 훌쩍 넘어가는 일이 생겼다.


"왜 나는 물만 먹어도 살찔까?"


미안하다. 아주 잠시 이런 착각에 빠진 적이 있었다. 허리 아프다는 핑계로 소파를 벗어나지 않았으면서 이런 변명을 댄 것이다.


결국 한 번의 심한 노동(?)으로 허리디스크가 파열되고 수술대 위에 오른 후에 드디어 심각성을 느꼈다. 이제 반대의 상변화를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모든 새로운 일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루틴을 바꾸는 것이다. 특히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재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300그램 더  올랐는지 아니면 줄었는지에 따라 그날의 식단과 운동량(정확히는 마음가짐)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하면서 동시에 체중계 위로 올라간다. 지난 6개월 동안 10 키로 이상 줄였는데 지난 1달 소위 "마의 숫자" 80을 깨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도 스트레스인지.. 어느 날 새벽 어두 컴컴한 거실 한편에 있는 체중계에 몸을 실어 봤다.


희미한 불 빛에 나온 숫자를 확인한 순간 깜짝 놀랐다.


"00.0"

'응? 이건 뭐지?'


체중계에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갔는데 결과는 또,


"00.0"


기분이 묘했다. 1-2킬로도 아니고..

순간 이상한 생각을 해 봤다.


'지금 비몽사몽이거나 아니면 꿈인 거야!'


'그럼 내가 보고 있는 것은 혹시 내 영혼의 무게 아닐까?'


큭! 별 웃기는 생각을 하다 짧게 심호흡하고 다시 재시도를 했더니,


"82.5"


어제 아침에 봤던 그 숫자다.

그랬다. 내 몸무게는 변하지 않았다.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지만 그대로 원상복구!


그리고 또 한 가지 안 사실은 "00.0"의 의미는 개뿔 영혼의 무게가 아니라, 내 체중계가 밥 달라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나 때문에 매일 새벽 고생한 체중계의 배터리를 갈아 줄 때가 되었다.


오늘도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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