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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파파 Oct 26. 2021

야구는 즐거움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정후 선수를 응원합니다.

프로야구가 처음 생겼던 해에 본인은 초등학생이었다. 아니 당시는 국민학생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프로야구팀 어린이 회원에 가입했는데 첫번째 가입한 팀은 MBC청룡이다. 지금 LG 트윈스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백인천 감독 겸 선수, 이종도 선수, 하기룡 선수.. 어린 시절 팀과 선수들을 응원하는 기쁨으로 프로야구에 푹 빠졌다. 이후에 OB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팬이 되기도 했다.


오랜 시간 프로야구를 응원하면서 어느새 팀보다는 선수 개개인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 스토리가 있을 때마다 응원하고 오래 기억하곤 한다.


야구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이유를 들으면 대적으로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많은 규칙들. 그런 것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빠져들지 못한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투수가 공을 던져야 시작하고, 투수가 27개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경기가 끝난다.


그리고 수많은 징크스가 있는 곳도 야구다. 선수들은 100번이 넘는 경기를 하면서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고 그라운드 안에 그려져 있는 선을 밟는 것과 안 밟는 것, 어떤 선수는 경기 시작 전에 바닥에 십자가를 그리기도 하고, 다른 선수는 성호를 긋거나  불심을 표하기도 한다. 스트라이크 하나, 안타 하나 때문에 모든 집중을 다하는 경기이다.


또 재미있는 것은 지는 데도 이긴다고 하는 이상한 표현이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면, 3할 타자는 위대하다는 칭송을 받는다. 매년 수백 명의 타자들이 투수와 상대하는데 3할이 넘는 타자들은 십 수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3할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인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투수와 10번 싸워 3번 겨우 이겨낸 것이다. 엄밀히 얘기하면 확률상 진 것인데 3할 타자가 잘한 것이란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도루는 베이스를 훔친다는 표현을 하는데 훔치는 것을 보고도 잘했다고 한다. 이러니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해가 안되는 스포츠라 할 만 하다.


야구는 또한 기록의 스포츠다. 어떤 선수든지 한 타석에라도 프로야구 경기에 뛰었으면 그 사람의 기록이 남는다. 우리가  잘 아는 이만수 선수, 장효조 선수, 선동렬 선수, 박철순 선수,  최동원 선수.. 거의 40년 전 레전드급 선수들의 기록 지금 생생히 찾아볼 수 있다.




'21년 10월 25일, 어제 저녁 이정후 선수가 프로야구 역사에서 29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사이클링 히트(Cycling hit)은 한국에서만 쓰는 표현이다. Hit for the Cycle 이 정식 명칭인데, 타자가 한 경기에서 1루타, 2루타, 3루타, 그리고 홈런까지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물론 한 경기에서 4안타를 치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아무리 홈런을 잘 치는 슬러거라고 해도 발이 느리면 3루타를 일년에 한 번 기록하기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힛포더  사이클이 프로야구 역사 40년간 딱 29번만 나온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그 어려운 것을 이정후 선수가 해냈다. 그런데 경기 내용을 잘 살펴보면 그가 만들어낸 모든 안타가 모두 다른 투수로부터 얻어낸 것이라 더욱 대단하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투수와 상대했음에도 이정후 선수는 투수와의 대결에서 모두 승리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정후 선수를 응원한다. 그의 야구 사랑, 열정, 그리고 야구를 대하는 태도는 다른 누구보다 진지한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한국의 대표 야구 레전드 이종범 감독의 아들인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위대한 또 다른 선수 쌓아가는 기록을 계속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한 해만 반짝하는 것이 아닌 매년 150안타 이상을 기록하는 꾸준한 타격 페이스를 유지하는 그의 모습도 정말 대단하다 할 수 있다.


앞으로 수많은 시련과 슬럼프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이정후 선수가 극복해가는 과정도 계속 보고 싶다. 올해 타격왕 자리를 두고 또 한 명의 젊은 강타자 강백호 선수와 경쟁하고 있다. 두 선수의 선의의 경쟁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그들이 하나하나 기록해 나갈 프로야구 역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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