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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파파 Nov 28. 2021

우리 망원시장에나 가 볼까?

떡볶이가 뭐라고...

요즘 TV 프로그램을 보면 리얼 라이프를 보여주는 것이 대세인 것을 알 수 있다. 연예인들도 일반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려고 그러는지 혼자 사는 사람이나 가족이 있거나 자신들의 하루를 쫓아다니면서 누구를 만나는지, 무엇을 먹는지, 그들이 사는 집은 어떻게 생겼는지 보면서 '맞아! 나도 그래'라던지 '나도 저거 해 볼까?', '저기는 나도 가봐야겠다.' 같은 공감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어느 날, 어떤 연예인이 망원시장을 돌면서 시장 상인들과 인사도 스스럼없이 하고 이것저것 사 먹는 것을 TV에서 본 적이 있었다.

"여보, 우리 망원시장에 한 번 가볼까?"

소파의 이쪽과 저쪽 같이 앉아서 TV를 보고 있던 아내에게 넌지시 물어보았다.

"좋아! 애 시험 끝나면 같이 가 봅시다."



망원시장은 마포구 망원동에 자리 잡고 있는 서울의 대표시장이다. 1970년대부터  소규모 상가들이 모이면서 시장이 형성된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는 집과의 거리였다. TV에 나온 연예인이 바로 집 근처 시장에 슬리퍼 신고 가서 편하게 장을 보던 것과는 달리 성남 분당에서 토요일 오전에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가려면 평일 분당에서 대전까지 가는 시간이 걸릴 터.


뭐 그래도 드디어 아이의 수능 시험이 끝난 뒤라 뒷바라지에 수고한 아내의 스트레스도 풀 겸 둘만의 드라이브  데이트를 하기로 하고 집에서 오전에 출발했다. 출발 전 현금을 챙기고 그곳이 맛집이 많은 시장으로  유명했기에 아침 식사 대신 간편식으로 해결하는 나름의 준비도 마쳤다.


아니나 다를까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성남부터 한남대교까지 거북이 운행이다. 그래도 가을 하늘은 구름 없이 맑고 라디오 속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가니 1시간 20분의 시간은 큰 부담이 없었다.

요즘 시장들도 그 나름대로의 홍보를 많이 하고 있었다. 입구부터 큰 시장 홍보 간판이 눈에 띄었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시장을 바라보니 200여 미터 가량 긴 아케이드를 형성하며 각종 음식과 축산, 수산, 과일, 귀금속, 옷감 등등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게 있고 상당히 정비도 잘 되어 있어서 깔끔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시장 주변에도 길거리 상가들이 많이 있고 길 건너에는 월드컵시장이 또 있어서 이쪽저쪽 시장 골목이 이어지는 곳이었다.


아케이드 골목을 주욱 지나고 나니 어렵지 않게 맛집을 찾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맛집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호떡, 튀김 돈가스, 떡갈비, 칼국수.. 등등 점심시간이 곧 다가오기도 전인데도 이미 사람들은 북적북적했다.


11월의 마지막 주말, 유난히 오싹한 날이었기에 먼저 따뜻한 것부터 찾았는데 바로 옆 지글지글 끓는 기름 속에 구워지고 있는 호떡이 눈에 띄었다. '굽다'가 아니고 거의 튀겨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주인아저씨의 신공과 같은 기술로 호떡 한 개를 모양내고 기름에 튀기는 모습이 놀라웠다. 기름에 튀기면 신발도 맛있다고 했던가? 옥수수 전분을 섞은 밀가루와 갈색 설탕을 더한 호떡이 튀겨지는데 어찌 맛없을 수 있겠는가. 종이컵에 반 접힌 호떡을 받아 든 우리 부부는  뜨거운 호떡을 조금씩 뜯어먹으면서 시장을 구경했다.


호떡을 기다리는 시간이 한 오분쯤 되었는데 그새 맛집 앞에 줄은 두 배가 더 넘게 이어졌다.


이곳저곳을 시도해 보다가 다 포기하고 시장 떡볶이를 먹어보고자 가게 안에 들어섰다.


'시장 떡볶이는 뭐가 달라?'

사실 떡볶이와  어묵은 어디나 비슷하지만 우선 시장 가게는 동네 프랜차이점과 달리 달달함이 더해졌고 바깥에 추운 날씨 때문인지 어묵 국물 그릇도 금방 비워졌다.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어묵 그리고 추가로 주문한 야채김밥으로 배를 채우고 나서니, 동네 사람들인지 나와 같은 구경꾼들인지 점점 많아지는 사람들 때문에 이제 간단히 사 갈 것만 결정하고 나오기로 했다.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부랴부랴 저녁에 아들하고 먹을 닭강정을 손에 들고 차에 올라탔다.




마치 큰 여행에서 돌아온 듯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시장 한번 가는데 세 시간의 운전과 그저 떡볶이와 어묵을 먹으러 간 것은 아니었는 데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럼에도 오늘 시장에서 호호 불며 먹던 호떡과 달달한 떡볶이 그리고 막 나온 강정의 맛은 단지 '맛있다'의 감정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서 나눠지는 서로의 온기와 시장의 활력을 제대로 보고 온 값진 추억이 되는 하루였던  것 같다.


삶에서 나른하고 힘든 감정이 있는 분들께 근처 시장에 가서 그 활기찬 기운을 한 번 느껴보시라고 추천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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