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글파파 Dec 18. 2021

살아있음에 감사드립니다.

"뇌경색 전조 증상입니다."

출근길


평소와 같이 지하 주차장에 세워 놓은 차를 끌고 분당에서 안양으로 출근길을  가고 있다.


얼마 전 아내가 왜 차를 지하에 세워 두냐고 물었다.

지상주차장이 조금 더 거리가 가까우니까 새벽 아침에 지하까지 더 걸으면 귀찮지 않느냐는 것이다.


"차도 시동을 켜면 조금 안정되는 시간이 필요하잖아. 특히 겨울에는 사람도 일어나자마자 뛰기는 힘들듯이 차도 조금이라도 따뜻한 곳에서 예열이 필요할 거고, 그리고... 차가운 핸들을 잡고 가니까 아침이 너무 춥더라고 그래서 일부러 지하 주차장에 세웠지."


얼마 전 나눈 대화를 생각하며 40분 만에 회사 건물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시동을 끄고 내리려고 운전석 차문을  여는 순간 이상한 느낌이 왔다.


왼쪽 귀가 먹먹하고 우웅 하는, 소리가 아닌 느낌이 나는 것 같았다. 사무실로 걸어 들어오는데 마치 에어컨 실외기의 팬소리가 들리는 방안에 혼자 있는 느낌이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 왼쪽 귀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병원으로 향하다.


정신없는 아침시간이 지나고 귀에 이상한 기운(?)도 가라앉았는데 이번에는 얼굴의 느낌이 이상하다. 두 뺨을 만지는데 왼쪽 뺨만 느낌이 달랐다. 분명히 손이 얼굴에 닿고 있는데 따뜻한 피부의 온도가 느껴지는 것이 아닌 막대기를 댄 듯한 기분이었다.


순간 기분이 묘했다. 화장실에 가서 마스크를 벗고 거울 앞에 서서 연신 볼을 비볐다. 뭔가 이상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사무실에 있는 동료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병원을 가보란다.


인터넷에서 열심히 증상을 찾아보았다.  현재 증상이  '구안와사'라고 '안면마비증'이라는 명의 증세 비슷했다. 분당에 있는 유명한 한의원 이름을 검색하면서 식사를 는데, 동료가 그럴 것이 아니고 큰 병원에 가보라고 권유한다.


분당에서 종합병원급의 병원을 가기로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병원 응급실


병원에 가신경과나 통증의학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운전을 했다. 아침에 출근했던 길과 반대방향의 똑같은 경로로 운전을 하는데 평소와 다르게 핸들을 잡고 있던 왼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상하다.'

얼른 오른손으로 핸들의 균형을 맞추어 운전을 할 수 있었다.


병원이 복잡하다. 공사 중이기도 하고 입구에서 코로나 환자를 위한 가건물 진료시설이 별도로 만들어지고 있어 복잡한 병원 주차장에서 빈 공간을 찾기 어려웠다. 어렵게 빈자리를 발견하고 차를 주차하고 접수대로 향했다.


"지금 증상이 이러저러한데요. 어느 과 선생님 만나야 돼요?"


증세를 가만히 듣던 원무과 직원은 지금 외래 가면 오래 기다리셔야 한다며 바로 응급실로 가라고 했다.



응급실에 접수하고 대기하면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 뒤로 갑자기 일사천리로 일이 벌어졌다. 응급실 침대에 눕자마자 의사 몇 분이 연달아 와서 침대에 누워있는 본인을 심각하게 이리저리 진찰하고 손과 다리의 힘을 비교하더니 바로 뇌 CT와 MRI를 찍었다. 보통 그런 장비를 쓰려면 며칠 전에 예약을 해야 했는데 오늘은 두 시간 만에 모두 마칠 수 있었다.


일과성 허혈 발작


한 시간 뒤, 담당 의사가 결과를 설명했다.  다행히 뇌출혈은 아니나 뇌경색의 전조 격인 '일과성 허혈 발작'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말이 어렵다. 여기서 일과성이란, 일시적이라는 말이다. 허혈은 피가 모자라는 뜻의 빈혈 또는 핍혈을 의미하는데   어지럼증이나 마비의 증상이 피가 잘 흘러야 하는 뇌동맥에서 일시적인 흐름이 없어 혈관에서 필요한 산소나 영양분이 공급이 되지 않아 어지럼증이나 마비 등을 유발한 것이다. 원인은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서 그런 건데 콜레스테롤로 인한 경우가 많다.


뇌혈관 어딘가가 좁아지고 있거나 어떤 이유에서건 피가 흘러가지 않은 것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진행은 될지언정 아직 심각한 위험 단계는 아닌 것이다.


신호 그리고 감사


아내는 병원에서 검사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던 모양이다. 허겁지겁 병원 응급실로 왔는데, 와서 환자들의 상황판을 보니, 대여섯 명의 환자들 가운데 내 이름 옆에만 '긴급'이라고 빨간색 이 있더란다.


남편하고 잠깐 전화 통화한 뒤로 갑자기 응급실로 간 것도 당황스러운데, 이런저런 검사받는 동안 연락도 안되고 응급실 내부라 알 수도 없고 상황판 모니터에는 긴급이라고 하니 기다리는 동안 으로 별별 생각을 다 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뇌경색은 아니고 그 전조의 신호가 왔다.


필자의 지인 중에  수년 전 뇌졸중에 이은 심장마비로 응급실 가는 중에 돌아가셨던 분이 문득 생각났다. 그 소식을 듣고 상당히 당황스러웠었는데, 오늘 아침부터 이어진 사건들을 나열해 보면 여러 전조와 또 위험했던 순간들이 떠 올랐다. 다행히 병원에 잘 도착하고 신속한 의료진의 검사로 수 시간만에 결과도 얻을 수 있었다. 아마 예전에 지인도 여러 전조가 있었는데 바쁘게 살다 보니 민감하게 생각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해서 소에 지나치다가 생긴 결과일 수가 있었다.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했다.

'몸에서 오는 신호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몸 관리 잘하고 건강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통해 주신 메시지가 내 몸만 생각하는 것이 아닌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며, 주신 달란트를 주변 이웃을 위해 잘 사용하라는 또 다른 신호로 알고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망원시장에나 가 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