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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글파파 Dec 23. 2021

半 나이롱환자

뭣이 중헌디...

입원하여 검사를 받다


지난주 목요일 갑작스러운 왼쪽 마비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에서 긴급히 CT와 MRI를 찍고 뇌경색의 전조 격인 '일과성 허혈 발작'이라는 진단을 받고 저녁에 집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가 싶더니 다음날 어지럼증과 한쪽이 무너지는 것 같은 현상으로 다시 응급실로 가서 아예 입원 수속을 밟게 되었다.

image from pixabay


6인실 입실하고 CT와 MRI를 다시 찍다. 뇌의 혈관을 체크해 봤지만 아무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어 뇌 혈류 검사, 경동맥 검사.. 계속되는 검사가 이어지지만 특이한 점이 없단다.


본인이 검사받는 며칠 동안, 주변에 환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몸에 아픈 부분이 많아서 입원하는 분들이. 링거줄에 여러 진통제와 다양한 약을 주렁주렁 달고 들어오는 환자들. 한쪽 손과 다리에 힘이 없어서 천천히 이동하는 환자들. 종합병원 신경과 병에는 "진짜"환자가 많이 있다. 같은 환자복을 입고 일주일째 그분들과 있는 본인이 어색하고 미안할 정도다.


이번에도?


이제 마지막 검사를 앞두고 있다. 심장 쪽 동맥경화를 체크하는 것, 하나 남았는데 갑자기 말이 어눌해지는 것을 느꼈다. 즉각 간호 선생님께 알리고 의사 선생님도 호출이 되었다. 긴급으로 MRI를 찍었는데 역시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다.


원인미상이라는 생각에 허탈하고 답답했지만,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문제가 발견되지 않다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이대로 퇴원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인데...'


스스로에게 너무 민감해져 있는 것 같다 생각이 든다.

암튼 결과적으로 본인은 큰 병원에서 나이롱환자 같이 느껴졌다.


그런데 '나이롱환자'라는 말이 국어사전에 등록되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이롱환자(nylon 患者)
: 환자가 아니면서 환자 인척 하는 사람을 익살스럽게 일컫는 말 (출처 : 네이버-표준국어대사전)


그냥 우스갯소리였던 말이 정식 국어 단어가 되었던 것이다. 본인은 나이롱환자인가 아니면 진짜 환자인가?


진단명이 있는 환자이긴 하지만, 몸에 어느 곳에서 문제가 있는지 밝혀지지 않은 나는, "半-나이롱환자" 다.



(퇴원 D-1 일)

크리스마스 전에 퇴원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

우선 검사 다  받고 퇴원해서 앞으로 몸 관리를 최우선으로 !







매거진의 이전글 살아있음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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