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고등학생이 되길 바란다
예전에 수업을 듣기 원하는 비정규직 청소년 노동자나 학업이 어려웠던 어르신들을 위하여 만들어졌던 야간 학교를 야학이라고 불렀다. 정규 교육을 받기 힘들거나 가정 형편으로 인해서 수업을 듣지 못했던 분들을 위한 대체 기관이었고, 많은 대학생들이 자원해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곳이기도 했다.
요즘은 그런 기관이 많이 사라졌다. 평생 교육원이나 방송통신대학 같은 시설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어지간하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학교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선생님이 한 반에 수십 명의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그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나 능력을 모두 판단해서 일일이 수준에 맞춰서 가르친다는 것은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학교의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친구들은 하교 후에 학원에 등록해서 따로 수업을 듣거나, 과목별 과외선생님을 통해서 보충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경제적으로 힘든 여건으로 인해 과외나 학원을 가지 못해서 정규수업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물론 방법은 찾으면 있다. 교회나 사회단체 같은 곳에서 봉사 선생님들을 모아 이런 친구들에게 교육 봉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단체에서 친구들을 찾아서 도와주고 싶어도 혹시 학급에서 그 사실로 인해 다른 친구로부터 자존감에 상처받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선뜻 그런 기회를 원하지 않는 친구들도 많은 것이 현실인 것도 알게 되었다.
첫 수업에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 화상 회의 프로그램 줌(Zoom)으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아무도 자기 얼굴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마이크마저 꺼져있어서 아이들이 제대로 듣고 있는지 항상 신경이 쓰였다. 그럴 땐 이름을 부르며 한 개씩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수업 진도를 잘 따라오고 있는지 체크하곤 했다.
봄에 첫 수업을 할 때엔, 여름 방학부터 얼굴을 보면서 수업을 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여름에도, 다시 겨울이 왔지만 결국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 한채, 드디어 마지막 수업 시간이 다가오고 말았다. 1년 전 첫 수업에 앞서 설레었던 마음이 마치 엊그제 같은데 이제 곧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아쉬움만 가득하다. 3월이면 어엿한 고등학생이 될 거고 지금보다 더 많이 더 깊이 공부를 할 것인데 초보 영어 선생님의 강의가 별 도움이 안 되었을까 저어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지난 1년을 돌이켜 보면,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도 참여해 주고 웃어주고 그리고 선생님께 고민을 나눠줄 정도로 마음을 열어줬던 친구들이 고맙다.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어렵게 수업한 이 시기를 꼭 기억하고 모두 훌륭한 사람들이 되기를 기대한다. 여러 이유로 수업이 종료되어 올해는 봉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지만, 친구들 만큼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고자 한다.
사랑한다. 그리고 멋진 고등학생이 된 것을 축하한다.
이글 파파 선생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