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돌아서 온 길

by 루비하루

나도 아프지 않았다면
아마 평범하게 살고 있었을 것이다.
크게 성공하지도,

깊이 절망하지도 않은 채
그냥 그렇게,

남들처럼.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가끔 웃고,

더 자주 참으면서.

그런데 삶이 한순간 멈춰 섰다.
몸이 망가졌고,
세상은 등을 돌렸고,
나는 바닥을 알게 되었다.

그 길은 무너짐 같았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돌아서 제자리를 찾는 길이었다.

혹시 이 고통이
인생에 한 번은 예정되어 있던 것이라면—
나는 다행히,
감당할 수 있을 때 그 일을 겪었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나는 회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완전히 나은 건 아니다.
몸은 여전히 약하고,
사는 일은 버겁다.
하지만 나는 이제,
예전보다 훨씬 더 깊게 생각하고,
더 천천히 바라보고,
무언가를 글로 남길 수 있게 되었다.

돌아서 온 길이었지만,
그 길 끝에서 나는 처음의 나를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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