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 후 2년 만에 코로나 상황실로 다시 돌아왔다.
출근 첫날, 정장 대신 편한 바지를 골랐다.
몸은 예전 같지 않았고, 무엇보다 아직 ‘정상적인 속도’로 움직일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서연 선생님, 이 민원 처리 먼저 좀 해주세요!”
“어디 갔다 오셨어요? 메일 보냈는데 답이 없네요.”
나는 컴퓨터 화면을 보며 입모양을 읽었다.
몇 번을 되물어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처음엔 이해하는 듯했지만, 곧 눈빛이 바빠졌고, 표정엔 조급함이 묻어났다.
그사이 동기들은 팀장이 되었고, 후배들은 나에게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괜찮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야.’
마음속으로 되뇌었지만, 매일 쏟아지는 업무는 마치 조롱하듯 몰려들었다.
일은 줄지 않았고, 누구도 “괜찮아요, 천천히 하세요.”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점심시간, 탕비실에서 물을 마시고 돌아섰을 때, 한 후배가 웃으며 말했다.
“선배··· 나 같으면 진작 그만뒀을 것 같아요.”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입술은 떨렸지만, 귀는 그 한마디를 또렷하게 기억했다.
그 말은 나를 한없이 작게 만들었다.
자리로 돌아와 손끝을 꼭 쥐었다.
‘그만두지 않았으니까, 내가 여기에 있는 거야.’
회의실의 공기는 낯설었다. 테이블 위에는 보고서가 수북했고, 팀장은 손가락으로 종이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이서연 주무관은 다른 민원들도 추가로 맡아주세요. 예전 경험이 있으니까, 빠르게 될 거예요.”
경험? 그 말에 나는 속이 울렁거렸다.
예전의 나는 청력도 온전했고, 몸도 기민했으며, 누구보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느리게 걷고, 다시 묻고, 숨을 고르며 하루를 겨우 버티는 사람인데...
담당 팀장.
언제부턴가 그녀는 자신의 승진을 앞두고 물불 가리지 않고 실적을 외쳤다.
회의가 끝난 후, 그녀는 조용히 나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이서연 주무관, 평가 얼마 안 남았어요. 우리 팀 실적이 이서연 주무관한테 달렸어요.”
나는 속으로 되물었다.
‘왜 나야. 왜 항상 나야.’
누구도 나를 변호해주지 않았다. 동료들은 눈을 피했고, 후배들은 외면했다.
‘나는 그냥 호구다. 이용당하기 딱 좋은 사람. 빠르게 움직이지도 못하고, 뭐라 해도 대꾸하지 않는 사람.’
복직 후 며칠 동안,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한 번도 그만두고 싶지 않았던 이 일을, 이제는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회의는 1시간 반 예정이었다.
문을 열기 전부터 가슴이 조여왔다. 사람들로 빼곡한 공간, 쏟아지는 말소리, 종이 넘기는 소리.
그 순간, 숨이 차올랐다.
‘버틸 수 있을까···’
마치 얇은 유리 상자에 갇힌 듯, 내가 쉬는 숨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었다.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자리 하나하나가 무거운 눈으로 고정되어 있는 듯했다.
버텨야 한다. 그저, 버텨야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약이라도 먹고 올걸···’
또 다른 생각은 도망칠 구멍을 찾았다.
생각을 멈추자.
즐거운 일, 좋은 장면, 공원, 하늘···
억지로 끌어온 기억들을 펼쳤다.
눈을 감았다. 세상이 잠시 멈춘 듯 고요해졌다.
회의가 끝났다는 말이 들리자마자 나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누구보다 빠르게, 누구도 눈치채지 않게, 층계를 뛰어내리듯 내려왔다.
누군가 봤을까. 아니, 제발 아무도 모르게 지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