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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난 게 아니야

by 루비하루

1년 전,

감마나이프 시술을 받고 복직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다.

퇴직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서 나는 노후 대비라는 나름의 명분을 갖고 지방의 아파트를 매수했다.


2021년 부동산 광풍이 불던 시절.

지방 집값이 오르기 전이라 갭투자 하기에 적당했다.

“은퇴하고 내려가 살아도 되겠다”는 막연한 기대도 있었다.

세입자의 요청으로 보증보험도 가입했다.

하지만 역전세가 났다.

세입자는 전세 만기를 맞아 이사를 나가며,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전세보증금을 청구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이를 대신 지급한 후 나에게 반환채무를 청구해 왔다.

그 와중에 세입자는 지연이자까지 요구하며 유명 법무법인을 내세웠다.


며칠 후, 고소장이 날아왔다.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마치 폐 속에 검은 돌을 삼킨 듯,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지금 사무실에서도 이 모양이고,

집도... 이젠 가진 것마저 사라지는구나.’

그 어떤 위로도, “괜찮아”라는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근데··· 이건 너무하다. 이건 정말 너무하잖아···’

그날 밤, 나는 누운 채 허공을 응시했다. 적막한 방에는 2년 전 수술 후 막 깨어났을 때의 중환자실 기계음이 울리는 것만 같았다. 내 귀의 이명 소리는 그렇게 나와 함께 밤을 새웠다.

나는 한 번 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붙잡았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어느 날,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이었다.

직장에서의 부적응, 소송 대응, 감마나이프 후유증이

정신없이 뒤엉켜 머릿속을 뿌옇게 만들었다.

심장은 두근거렸고,

차 안의 침묵은 뇌 속의 고통을 증폭시켰다.

‘지금··· 그냥 여기서 뛰쳐나가 버릴까.’

순간 차선이 흐려졌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하지만 동시에, 뒷좌석의 둘째 아이에게 시선이 갔다.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앉아있었다.

나는 내 두 손을 꽉 쥐었다.

‘안 돼. 이대로 무너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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