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도 귀와 입이 있다. 귀하게 사용하자.
명상을 배우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내려놓기'다.
놓아본 사람만이 놓을 수 있다.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내려놓지 못한다.
이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
나는 과연 무엇을 놓아본 적이 있을까? 아니, 제대로 놓아본 적이 있기는 할까?
촉수애취유(觸受愛取有) - 접촉하고, 느끼고, 애착하고, 취하고, 존재한다.
우리는 무언가에 닿는 순간부터 애착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 애착은 갈애(渴愛)가 된다.
갈증 난 애착. 더더욱 내려놓기 힘든 것.
어제 백화점에서 예쁜 가방을 봤다.
'갖고 싶다'는 마음이 일어나는 순간을 관찰해봤다.
눈으로 보고(촉), 예쁘다고 느끼고(수), 갖고 싶어하고(애), 사려고 하고(취), 결국 내 것이 되는(유) 과정.
그 순간 멈췄다. '아, 지금 갈애가 일어나고 있구나.'
무명타파 학철대호(無明打破 學徹大悟)
어려운 말이다.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인정은 할 수 있다.
남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아이의 선택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내 감정조차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무리해서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냥 인정한다.
'그럴 수도 있구나.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인정할 수는 있어.'
수구초심(首丘初心) - 머리를 언덕 쪽으로 향한다. 처음 마음을 잊지 않는다는 뜻이다.
명상을 시작한 처음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본다.
살기 위해서였다.
그냥 살아가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거창한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도 아니고, 완벽한 사람이 되려는 것도 아니다.
그냥 조금 더 평온하게 살고 싶을 뿐이다.
머리를 언덕 쪽으로 향한 채, 처음 마음을 기억한다.
지나간 과거도 없다. 오지 않은 미래도 없다.
찰라생 찰라멸(刹那生 刹那滅) - 순간 생겨나고 순간 사라진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루 일정을 떠올리며 불안해했다.
'오늘 할 일이 너무 많아', '내일까지 끝낼 수 있을까?'
그때 이 말이 떠올랐다. 과거도 미래도 없다.
지금 이 순간만 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숨을 쉬고 있다.
수행자는 지금 이 순간만 존재하기 때문에 어떠한 괴로움에도 물들지 않는다.
마땅히 받아들이고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수행자여 현존하라.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거창하게 들렸다.
'수행자'라는 말이 나와는 거리가 먼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명상하는 모든 사람이 수행자라는 것을.
매일 5분씩 앉아서 호흡을 관찰하는 나도 수행자라는 것을.
무소의 뿔처럼 살아가라.
무소는 외뿔달린 코뿔소를 말한다.
홀로 살아가지만 당당하고, 외롭지만 흔들리지 않는다.
어제 친구들 모임에서 혼자 일찍 나왔다.
다들 더 놀자고 했지만, 내 마음이 원하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분위기 때문에 억지로 더 있었겠지만, 이제는 다르다.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도 괜찮다.
다른 사람과 다른 선택을 해도 괜찮다.
오늘 귓전명상대학 수업 중 채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돈에도 귀와 입이 있습니다. 함부로 쓰면 안됩니다. 귀하게 써야 합니다."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돈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귀와 입이 있구나. 시간에도, 관계에도, 마음에도.
모든 것을 귀하게 사용하자.
함부로 소비하지 말고, 진짜 필요한 곳에 써야겠다.
오늘도 조금씩 내려놓는 연습을 한다.
완벽한 엄마가 되고 싶은 욕심도,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은 마음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놓아본 사람만이 놓을 수 있다고 했으니, 오늘 하나씩 놓아보자.
두려워하지 말고, 현존하며, 무소의 뿔처럼.
찰나생 찰나멸. 순간 생겨나고 순간 사라진다.
지금 이 순간만이 진짜다.
내 수행이 삶을 다하는 그 순간까지 지속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