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지 않는 스침
탈곡기 돌아간다.
별일 없이, 아주 무심하게.
서류 하나,
말 한마디,
문자 한 줄—
그게 시작이었다.
웃자고 한 말에
영혼이 털리고,
모른 척한 눈빛에
존재가 쓸려나간다.
“그럴 수도 있지.”
“네가 너무 예민한 거야.”
무심한 위로는
기계보다 잔혹하다.
말은 짧고
상처는 길고
입은 닫히고
생각은 쏟아진다.
털리는 건
감정만이 아니었다.
자존감,
기대,
애써 지킨 하루까지—
모두 탈탈탈, 깔끔하게.
누군가에겐
그냥 스쳐간 한 순간.
누군가에겐
오늘도 돌고 있는
영혼 탈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