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워도 되지 않는 것들이 피어날 때”
평소엔 괜찮았다.
웃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사람들 틈에 섞여 걸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날씨가 흐리면,
바람이 스치면,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르면—
형체를 감춘 너는
허락도 없이
내 공간 속에 다시 피어난다.
잊은 줄 알았던 상처가
곰팡이처럼
조용히, 그러나 집요하게
구석에 핀다.
한기처럼
느껴진다.
냄새처럼
스며든다.
나는 또
그 자리를 닦고,
바람을 쐬고,
불을 켜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다시 정리한다.
곰팡이는 지워도
언제든 다시 핀다.
상처도 그렇다.
나는 그걸 안다.
그리고,
그 안다는 사실이
오늘을
조금 덜 아프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