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사랑하고 사람을 이용하는 자들의 완벽한 도구
〈사탄의 맷돌〉
사탄의 맷돌은
느리고, 조용하게,
하지만 아주 정확하게 돌아간다.
푸르른 나무를 갈아버리고,
동물들의 집을 밀어버린다.
숨을 곳 없는 바람과
뿌리 뽑힌 흙냄새까지
맷돌에 들어간다.
맷돌은 묻지 않는다.
그것이 살아 있었는지,
아팠는지,
누구의 터전이었는지.
말보다 서류가 먼저고,
사람보다 이윤이 우선이다.
사탄의 맷돌은
물건을 사랑하고, 사람을 이용하는 자들의
완벽한 도구다.
그들은 묻지 않는다.
울음은 통계에 없고,
관계는 예산에 없다.
사라진 건 기록되지 않는다.
사탄의 맷돌은
오늘도 돌고 있다.
익숙하게,
무심하게,
그리고 아주 조용하게__
우리를
조금씩
갈아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