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뚝! 떨어진 큰아들(1)~(5)/제5편
제5편
21. 첫아이의 우렁찬 울음소리
응애~, 응애~, 응애~, 끊임없이 우렁찬 소리를 세상에 뿌리며 첫아이는 태어났다.
“축하합니다. 아들입니다!”
“정상인가요?”
“네, 정상입니다. 손, 발, 다 있고요.”
“후유~~, 네!”
간호사들이 능숙하게 아기를 포대기로 싸서 내게 보여주며 “몸무게 4.26킬로그램, 신장 55센티미터.”라고 알려 줬다.
붉은색이 도는 얼굴에 눈은 감고 있고, 입술은 꾹 다문 채, 머리 위는 뾰족하게 보였다. 간호사는 아기 발바닥에 파란색 잉크를 묻혀 차트에 도장을 찍어 내게 보여주었다.
22. 국제전화와 기립박수
시어머님이 밖에서 기다렸다가 소식을 듣고, 반색하시며, 그 소식을 다시 시댁에서 기다리고 있는 쌍둥이 동생 시누이들과 시아버님께 전하셨다. 그 즉시, 시아버님께서 국제전화로, TTU 연구 실험실 사람에게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그때 남편은 연구실에 없었고, 대학생 대상으로 수업 강의를 하던 중이었다. 그 전화를 받은 사람이 강의실로 직접 가서 남편에게, ‘당신, 아들이 지금 태어났다.”라고 전했더니, 그 즉시, 강의실에서, 남편은 수업 듣던 미국 학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나는 퇴원 후 몸조리하러 시댁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남편은 싱글벙글 입꼬리가 귀에 걸리도록 웃으며 시댁으로 전화했다.
“당신 말이 맞았어요. 과학이 미신을 이겼네! 애도 건강하고 당신도 건강하니 다행이야. 수고했어요.”
그제야 나는 그가 얼마나 미국 자취 집 구조 때문에 심난해했는지 알았다. 남편은 아들이라는 사실보다, 건강하게 태어났다는 것이 그를 안심시킨 것 같았다.
23. 친지들 축하 방문
다음 날 오후부터 며칠 동안, 시댁의 이모님, 두 고모님 부부, 작은 시아버님 부부, 남편 사촌들, 오촌 당숙모, 대여섯 명의 친정 식구들이, 5대 장손 아들 출생을 축하하러 오셨다. 그래도 남편은 한국에 오지 못했다.
24. 16mm 비디오테이프
남편은 아내의 배가 거대아를 품고 있어 유난히 큰 만삭의 배를 본 적이 없다. 입덧을 무척 심하게 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 신생아의 출생 첫 모습도 직접 본 적이 없다.
TV 뉴스 카메라맨들이 가지고 다닐 정도로 크고 무거운 16mm 비디오테이프 캠코더가 있었다. 눈병 났던 그해, 미국에서 잠시 7월 하순 귀국한 신랑이 비싼 돈 주고 그것을 미국에서 사 왔다.
첫아이 태어나면 내가 비디오로 신생아를 수시로 촬영하고 그 비디오테이프를 항공 우편 택배로 보내 주기 위해 남편에게 사 오라고 부탁한 것이었다.
그 캠코더로 '신생아 때부터 세 살까지의 큰아들' 모습을 내가 열심히 찍어서 항공 우편으로 남편에게 보내곤 했다. 그렇게 찍어서 보낸 테이프는 아마도 스무 개가 넘었을 것이다.
항공 우편물이 도착하는데 스무 서 너 일 정도 지나야, 그는 겨우 비디오 영상으로만 큰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니, 하늘에서 아들이 뚝! 떨어졌다고 느낄 수밖에!
25. 그렇게 태어난 큰아들
그렇게 태어난 큰아들은 현재 정형외과 전문의로, 토끼 같은 피부과 의사 아내와 함께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았던 그 아들이, 이제는 누구보다 든든한 우리 가족의 기둥이 되었다.
36년 전, 그 눈병과 폭설, 기내 무선전화기, 킹사이즈 침대의 기억들이 지금은 웃음으로 남았다.
그 ‘아폴로’ 눈병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는 날까지도 낫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26. 두 바퀴 자전거와 우리 부부
남편과 멀리 떨어져 견우와 직녀로 7월과 1월 두 번 만나며 살았던 삼 년 팔 개월! 아들을 매개로 서로를 믿었다. 서로의 진로를 격려했다.
남편이 금의환향하며 완전히 귀국하기 전까지, 나는 시댁에서 큰아들과 며느리로 함께 살면서도 외로움과 어려움을 견뎌냈다.
언제 박사학위를 끝낼지 모르는 막연한 상황에서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도 나를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으셨을 것이다.
나는 ‘지성이면 감천이다’라는 속담을 믿었다.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라는 믿음으로 매사에 최선을 다했다.
남편은 평소 나와 모든 일을 의논하고 내가 하는 일을 지지해 준다. 반려자이자 동반자인 셈이다.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고 통찰력이 뛰어난 남편! AI를 잘 다루고 내게 그것을 쉽게 접근하도록 도와준다.
몇십 년간 우리 부부는 간헐적으로 주말에 한강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린다. 그는 늘 내가 앞서 가게 하고, 항상 나보다 뒤에 따라온다. 내게 무슨 일이 나면 대처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 이 글은 총 다섯편(1번~26번)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순서에 따라 읽으시면 몰입감이 느껴지실 거예요.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블로그에서 필명 '햇살 든 베란다'로 같은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제 글벗이 되어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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