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하이킥(제5편)

16. 주방 그릇 세트 ~ 18. 분가(分家)

by 햇살가득

제5편


16. 주방 그릇 세트


남편 유학 중, 나도 직장 겨울 방학 한 달 동안마다 미국에서 체류했다. 귀국하기 직전 주말이면 남편과 마트에서 예쁜 주방 그릇 한 세트를 사서 한국으로 가져왔다.

그런데, 시댁에서 같이 생활하고 있던 때라서 주방은 시어머님의 주 무대였다. 그릇 일부만 가끔 꺼내놓고 썼다. 언젠가는 나만의 주방이 있는 작은 집이 생기면 세트를 써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17. 약수터와 산책


둘째 태아 사 개월이 지난 어느 날, 네 살 큰아들을 데리고 시아버님과 약수터에 가서 물을 뜨고, 동네 한 바퀴를 산책하는 중이었다.


어느 구석 삐뚤어진 모퉁이에 오죽지 않게 지어진 개인주택, 그 4층에 조그마한 옥탑방이 눈에 띄었다.

아 아! 저런 집이라도 독립해서 남편과 살아 봤으면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그런데, 둘째 아이를 낳게 되면, 시댁에서 독립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18. 분가(分家)


그렇다면, 둘째 태아가 태어나기 전에 어렵지만 무조건 독립해야겠다고 굳은 결심을 했다. 물론, 남편은 독립한다는 것에 분명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었다. 어중간했다.


남편은 미국 유학 중 부족한 생활비를 두 개의 신용카드로 돌려 막아 썼다. 그 카드 빚을, 남편 유학 중간 시기 즈음인 1990년에, 내가 세 차례, 막내 시누이가 한 차례, 수백만 원씩 따로 송금하고도 귀국 시까지 천만 원 이상 빚이 남아있었다.


귀국 시에 우리 부부는 일 년간 열심히 벌고 절약해서 그 달러빚을 무조건 전부 갚아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남편 직장을 얻은 달부터 매월 시부모님께 생활비를 드렸다. 한편, 남편이 완전히 귀국한 지 일 년이 되던 때, 계획대로 우리 부부는 미국 달러 빚을 전부 상환했다.

외아들과 함께 계속 살고 싶어 하시는 시아버님의 역정을 무릅쓰면서도, 둘째 태아 팔 개월 때, 우리 부부는 시어른들로부터 독립하게 된다는 결정을 정말 어렵게 어렵게 말씀드렸다. 며칠 후 시어머님께서는 분가를 허락하셨다.


경력 일 년 차 남편 앞으로는 은행 대출이 어려워서 경력 7년 차인 내 이름으로 대출을 일부 받았다. 시댁에서 이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앞에서 보면 지상층, 뒤에서 보면 지하로 보이는 반지하 전세방을 얻어, 1994년 2월 하순, 이사를 단행했다.


지은 지 삼십 년 정도 된 구축이라서 춥고 결로 현상이 매우 심했다. 그럼에도, 소박한 기본 살림 도구들을 하나씩 장만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편, 분가로 인해 죄송한 마음과, 손자 둘을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시는 시부모님께 감사한 마음과, 자식 된 도리를 다한다는 생각으로 매월 생활비를 드렸다.




*이 글은 총 12편(1번~41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편마다, 매주 월요일, 목요일 연재할 예정입니다.

제1편(1번~4번)글이 마지막 제12편(38번~41번)까지, 계속해서 주제를 이끌고 가는 구조입니다. 각 편 순서대로 읽으셔야 내용 연결이 잘 되고 흥미진진합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저는 블로그에서 필명 '햇살 든 베란다'로 같은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제 글벗이 되어 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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