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부터 연속 12시간 내린 폭우로 모두 안녕하신가요?
62년 살며 오늘 같은 난리는 난생처음! 사진 대신 글로 전할게요.
고등학교에서만 거의 39년을 열정 바쳐 일했다. 그중에 다행스럽고 감사하게도 딱 2년, 학교장으로 승진하여 "가랑비에 옷 젖듯이 스며드는 교육"을 위해 열심히 추진력 있게 그리고 즐겁고 보람되게 일했다.
그런데, 아뿔싸! 8월 말의 정년퇴임을 18일 앞두고, 별일을 다 겪네요. 폭우란 이런 것이구나 싶어요.
25.8.13. 수.
새벽부터 하늘에 구멍 뚫린 듯 비가 억수로 아침에도 연속 내렸다. 교장실에서 공문 전자 결재를 계속하는 중에, 오전 10:30경부터 엄청나게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계속 들려서 복도로 나갔다.
중앙계단과 복도에 빗물이 폭포수가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행정실 직원들이 모두 나와 몇 개씩 물통을 받쳐 놓고 밀대로 계단과 복도 바닥을 밀고, 닦고 있었지만 폭우로 5층 위 옥상에서부터 4, 3, 2, 1층 복도와 계단 천장마다 폭포수처럼 쏟아붓는 빗물을 당할 도리가 없었다.
서둘러서 그 이유가 뭔지 알기 위해, 쏟아지는 물벼락을 맞으며 5층까지 계속 올라가는데, 신발이 저벅저벅 다 젖었다.
위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양의 빗물이 엄청난 폭포수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계단과 계단사이 핸드레일에는 무한의 빗물이 쏟아지고, 계단마다 굽이굽이 콸콸콸콸 빗물은 넘쳐흐르고 있었다.
5층 지나 옥상에 이르니, 옥상 출입구는 새벽부터 12시간 이상 폭우가 내려, 바깥 옥상 바닥에서 빗물이 작은 6개 홈통으로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단차가 10센티미터도 안 되는 얕은 옥상 바닥은 그 폭우를 수용할 수 없어, 옥상 출입문 3개 틈새로 계속 빗물이 넘쳐흘러 들어오고 있던 것이었다.
그 엄청난 빗물이 연속해서 문틈과 전깃줄 타고 내려 건물 5층부터 1층까지 계단, 복도에 폭포수처럼 내리 퍼붓고.... 난리, 난리!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외부 전문 전기기사가 조사하더니, 누전, 감전 사고가 예측된다고 했다. 옆에 있던, 행정실장, 교감, 교무부장과 그자리에서 화장실 이용 문제를 논의했다. 그리고 급식실 영양교사에게 전화해서 급식 준비상황을 물었다.
학생 안전이 우선이라 4교시 단축을 결정, 점심 급식을 하지 않고 1, 2학년 우선 전원 조퇴시키고, 3학년만 급식 후 조퇴시키기로 했다. 교직원은 우선 급식을 실시했다.
850명 급식에서 500여명 식사분 폐기 처리!! 교직원은 업무 뒤처리하다가, 2시부터 자율적으로 조퇴를 하도록 했다.
62년 살며 이런 난리는 난생 처음! 학교 건물 자그마한 뒷산에서 토사도 밀려 내려와....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하니 또 물난리가 걱정된다! 우리 시설 주무관님도, 내가 7시 넘어서 퇴근할 때, 지하 펌프 시설 본다고 못가시고 8시 넘어 퇴근한다고 했다.
25.8.14. 목. 새벽
새벽 12:30경 잠들었다가 새벽 3:25 눈이 떠졌다. 비가 계속 부슬부슬 오는 것 보고 기상청 앱을 켜서 시간대별 강수량을 비교해 보니, 어제 13일 호우경보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04:00 즈음 되니까 다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또 이렇게 폭우가 연속 쏟아지면 어쩌나?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학교 건물은 무사할까? 꼬리에 꼬리를 물며 머릿 속은 생각이 뒤엉키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어제 밤 10시경 당직주무관께 전화 통화 했지만, 다시 그분께 전화를 걸었다.
ㅡ 지하실 배수 펌프 상태는요? 5층 복도 천장 물새는 곳은 어떤가요?
ㅡ 아, 저녁엔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새는 곳은 없습니다. 지하 배수관 펌프 모터는 이상 없습니다. 시설주무관이 새벽 6시경 와서 지하 기계실을 볼 것입니다.
ㅡ 네, 그렇군요. 어제보다 비가 훨씬 적게 내려 다행입니다.
ㅡ 1, 2층 화장실이 문제긴 합니다만 곧 해결될 겁니다.
겨우 이제 잠들어볼까 했지만 잠을 들지 못해 뒤척 뒤척하다 아마도 6시 넘어서 잠들었나 보다. 80여분 잠자다 깨보니 7:40분! 헉! 늦었네!
부랴부랴, 15명 부서장 카톡방에 "기상청앱과 학교 내부 사정 상, 오늘은 정상 등교, 정상 수업이 가능하다고 판단됩니다. 화장실 이용은 어제 행정실 김과장님이 메시지로 전한대로 이용하게 됨을 학년부에서는 담임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잘 설명 해주십시오."
이렇게 문자하고도, 행정실장, 교감선생님과 세부적인 논의를 문자로 계속 했다. 잠을 못자서 근육통이 밀려 왔지만, 조금 늦게 출근을 했다. 나이스에 지각 복무를 올리고 결재를 했다.
25.8.14. 목. 오전 11시
교장, 행정실장, 교감, 시설주무관, 외부전기기사 이렇게 5명이 모였다.
옥상 배수관, 전기, 지하실 배수펌프 모터, 화장실 EPS, 천장 스프링쿨러 배관 등등 안전 문제, 고장난 물건 구매, 이번 사안을 거치면서 시청 또는 교육청에 제안할 점(폭우 대비 개선할 시설물들 3가지), 전학년 3시간의 수업 결손을 앞으로 3주간, 주1시간씩 7교시로 이동하여 메꾸기 등 관련 점검 회의를 100분 간 실시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어제 13일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정리되면서, 오늘은 개선하고 사전 대비해야 할 점, 교육청에 개선사항 제언 등을 체크, 확인했다.
어제 그 심각했던 물난리 때, 각각의 교사와 행정실 직원들은 저마다의 위치에서 이것 저것 따지지 않았다. 학생안전을 염두에 두고, 닥친 문제들을 팔 걷어 붙이고 뛰어 들어 땀을 뻘뻘 흘리며 협력하고 처리해 주셨다.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그 당혹스럽고 기가 막힌 옥상 물난리 원인을 살피면서, 어제 나는 전반적으로 각 층 물벼락 상황은 어떻한지 살피기 위해 각 복도마다 순회했다.
중앙계단과 그 주변 복도는 물난리였지만 좌, 우측 계단과 그 주변 복도는 물기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 교실들에서는 그시간, 진지하게, 학생들은 교사의 수업을 따라 집중하고 있었다!
대견했다. 매우 고마울 뿐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런 교실 소등 가능성, 화장실과 복도에서 학생 안전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고 나는 판단했다.
그래서 3교시 종료령과 함께, 교무부에서 방송으로 1, 2학년 학생들 즉시 조퇴, 3학년 급식 직후 전원 귀가를 알리도록 했다.
예측할 수 없는 비상 상황에서 기관장의 책임과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나 하나가 아닌 조직과 시스템에 의한 사회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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