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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May 13. 2016

미국에서 '즐기는' 스승의 날

Teachers Appreciation Week과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이번 주는 저희 학교 교육구가 지정한 스승의 주간입니다.


한국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스승의 날이 하루가 아니고 일주일 간 내내랍니다. 스승의 주간 행사는 보통 학부모회가 주축이 되어 준비를 합니다. 한국과는 아주 다르게요. 이 곳에서 스승의 주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나누어 볼까요?^^


Next week, May 9 - 13th is Teacher/Staff Appreciation week.  Let's show our teachers and HTe staff how much we appreciate all of their hard work and how much our kiddos love them.  Below is a day by day schedule of how you and your child can participate.
You and your child are welcome and encouraged on any given day to substitute the below recommendations with something else that you know your teacher and/or HTe staff member will cherish.
Monday: Please have your child bring one flower for their teacher in the morning.  
Tuesday: Please have your child bring a piece of their artwork or craft for their teacher in the morning.
Wednesday:Buffet Breakfast
On Wednesday, HTe parents and families will be providing a buffet of breakfast selections for teachers and staff which will be set up in the conference room on the first floor of HTe.  Please use the SignUpGenius link below to sign up and bring your item(s) on Wednesdaymorning, 5/11, at drop-off.
[http://www.signupgenius.com/go/10C0D4CABAE2BA5F58-high]
Thursday: Please have your child bring a hand written note and/or picture for their teacher. 
Friday:Please have your child deliver a $5 gift card to their teacher and wear your HTe Spirit wear, t-shirt or school colors of baby blue and yellow!


월요일에는 꽃 한 송이, 화요일에는 아이가 직접 만든 작품들 아무거나, 수요일에는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선생님들의 점심 식사 대접, 목요일에는 카드와 그림,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요일에는 기프트 카드 $5짜리와 학교의 로고가 박혀있거나 학교의 상징인 베이비 블루 컬러와 노란색 옷을 입고 오라고 하네요. 


꽤 거창해 보이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답니다.

제가 미국에서 살면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미국엔 이런 저런 행사들이 참 많이 있지만 행사 준비에 그닥 치중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처음 미국에 왔을 때는 실망한 적도 많았죠. 행사가 너무 조촐하고 빈약해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10년 넘게 살면서 느끼는 점은 결국 이들이 중요시 하는 것은 행사에 참여해서 함께 즐기는 '행사 자체'이지, 준비하는 것은 그렇게 크게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거에요. 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선을 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만 하죠. 


예를 들자면 한국에서는 저같은 주부들이 제일 싫어하는 날이 바로 명절 아닐까 싶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음식과 시간들은 주부들의 희생을 담보한 것이죠. 따라서 주부는 절대 명절을 '즐길' 수가 없습니다. 


미국 엄마들은 절대 이렇게 안 합니다. 명절에 가족들과 친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필요한 준비 단계에서부터 가족들과 함께 합니다. 음식이나 필요한 도움이 있으면 먼저 리스트업을 해 놓고 가족들의 도움을 받죠. 그리고 가족들이 도와주지 않는 부분은 포기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습니다. 이를테면 돈을 걷어 모자라는 부분들을 산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명절 뿐 만 아니라 모든 행사들을 이런 식으로 진행합니다.


스승의 주간 행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학부모 회에서 정해진 행사들을 학부모들에게 공지를 하면, 이것을 참여하느냐 마느냐, 참여한다면 어떻게 참여하느냐는 것은 온전히 학부모들 개개인이 선택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이 기간을 즐길 것인지 아이들의 의견도 물어보고요.


선생님께 꽃을 가져가야 한다면 꽃가게에 들러 꽃다발을 사가지고 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어떤 아이들은 자기 집 뒷마당에 핀 꽃을 꺾어 가기도 합니다. 안 가져가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행사에 참여할지 여부는 본인들이 선택할 문제이니까요. 과일을 가져오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학부모회에서 미리 마련해 둔 빈 바구니를 선생님의 책상에 올려놓으면 학생들이 그 안을 채웁니다. 사과 한 알, 바나나 한 개.. 이런 식으로 소박하게요. 

학교에서 하는 부페 행사가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요? 미국인들은 그닥 먹는 것에 연연해 하지 않아요. 심지어 점심은 '때우는' 개념이에요. 애들이 가져가는 점심을 보면 정말 경악스러울 지경이랍니다. 물론 선생님 주간 뷔페니 음식 좀 한다는 엄마들은 음식을 해 가겠지만, 음식을 못한다고 해서 행사에 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에요. 뷔페 음식을 덜을 일회용 접시나 포크 등을 가져간다든가, 디저트나 커피를 챙겨 온다던가, 이도저도 안 되면 나중에 뒷정리하는 일을 맡아도 됩니다. 엄마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자발적으로' 맡고 이것을 선생님들과 행사 주관자인 학부모회에서는 자신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학교를 위해 써 준 학부모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합니다. 

마지막 날 선생님들께 가져가는 기프트 카드도 아예 금액을 정해 주었으니 부담이 없죠. 금액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에는  보통 $25 이내에서 간소하게 합니다. 특히 선생님들 같은 경우는 일정 금액 이상의 선물을 받을 경우에는 교육청에 신고해야 한다고도 하더라고요. 미국에서는 보통 선생님 개인에게 하는 선물 보다는 학교 발전을 위해 기부하는 형식을 더 선호합니다.


호야와 에밀리가 발행한 기프트 카드들. 왠만하 상점들은 다 있어요!^^

올해 저희는 특별하게 아이들과 기프트 카드를 만들어보았어요. 명함 크기의 프린트 용지에 선생님께 드릴 상점의 로고도 직접 그려보았죠. 그 전에 담임 선생님들 뿐 만 아니라 도움을 주시는 여러 선생님들과 스태프들 중 어떤 분에게 기프트 카드를 드릴 것인지 아이들과 결정하고 어떤 상점이 가장 유용할지 아이들과 의견도 나누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로고도 웹사이트 서치를 통해 찾아보고 직접 그렸죠. 간단한 메시지도 쓰고요. 아이들이 이렇게 만들어 놓은 명함 용지 뒷면에 기프트 카드 넘버랑 핀넘버를 프린트 아웃해서 붙이니 멋진 기프트 카드가 만들어졌어요! 선생님들께도, 아이들에게도 잊지 못할 선물이 되겠죠?


한국의 스승의 날이 그러고 보니 하루 밖에 안 남았군요.

교사인 친구들은 이 날을 가장 어려워 합니다. 학부모인 친구들도 마찬가지구요.

이제는 이런 질문을 해 볼 때가 아닌가 싶어요.

누구를 위한 스승의 날인가?

선생님께 감사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 오히려 선생님께는 가장 부담스럽고 어려운 날이 되어 버렸는데요, 이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는 선생님과 당사자인 학생이 주체가 되어 함께 '즐기는' 날이 되면 어떨까요?

제가 선생님이라면 아이들이 하나씩 가져온 과일로 만든 소박한 과일 바구니를 받는 것이 학부모 한 명이 들고 온 호화스러운 과일 바구니보다 더욱 의미있고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제 미국은 학기말입니다. 

6월 중순이면 2015-16학년도도 끝이 나네요. 1년 중 가장 바쁜 시즌이 돌아오고 있습니다. 얼른 방학이 왔으면 좋겠습니다.ㅜ.ㅜ


2016년 5월 13일

샌디에고 호밀리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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