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CHO Mar 17. 2022

Lunch Bunch와 생일 파티.  그리고 권력 놀이

Hoya의 ‘나의 선생님’ (5)

Hoya의 첫 번째 나의 선생님,

Mrs. Jeni Davis Rayle의 Lunch Bunch


일찍 학교 수업을 마치는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

호야는 자기와 함께 통합 교실에서 점심을 먹고 놀 친구, 즉 런치 버디를 선택할 수 있었다. Lunch Bunch라 불린 이 단순한 프로그램은 호야가 Doyle Elementary에 있었던 5년간 우리 아이의 Case Manager (특수아를 개별적으로 담당하는 담당자. 보통 특수교사가 이 역할을 한다)인 Mrs. Jeni Davis Rayle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어른의 눈에는 별 거 아닌 것 같아 보였지만, 효과는 대단했다. 아이들은 서로 자기를 뽑아달라고 난리였다. 어떤 아이 엄마는 호야가 자기를 한 번도 뽑지 않아 속상해한다며 자기 아이도 좀 뽑아 달라는 말을 나에게 전했다. (그날 호야는 그 아이를 자기의 런치 버디로 뽑았다.)

통합 교실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들이 많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이 상황이 모두 설명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착한 어린이'가 되길 바랬고, 그것을 호야가 자기를 선택함으로써 증명해 주길 바랬다


우리 아이처럼 사회적 관계 맺기가 서투른 아이들은 일반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일반 아이들과 장애우들이 어떻게 어울리는지 그 방식을 생각해보자. 보통은 따돌림받고 괴롭힘 받는 장애아와 그 아이를 도우고자 하는 '선의를 가진 의협심 강한 아이'가 함께 어울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이런 스토리는 대부분 '의협심 강한 아이의 인내심'이 바닥나는 순간 끝나게 되어 있다. 자, 여기에 질문을 던져보자. 대체 어른들은 어디에 있는가? 아이의 부모들까지 갈 것도 없다. 아이들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교실에서 교사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Mrs. Jeni Davis Rayle의 런치 번치가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지점은 아이들 집단에 교사가 최소한으로 개입하여 아이들을 컨트롤한다는 점이다. 교실에서 최고의 권위자인 선생님이 도움받을 아이를 존중하고, 권위를 부여한다는 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은 선생님과 같은 태도를 취한다. 반면, 교사가 아이들 사이에서 부당하게 취급받는 아이를  무관심하게 둔다면 '이 아이는  부당한 취급을 받아도 되는 아이'라는 인식을 묵인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부로 대해도 되는 아이’라는 부당한 인식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면에서 교사가 장애우들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 또한 중요한데, 대놓고 아이를 보호하는 것은 결코 옳은 방식이 아니다. 반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으로 개입을 하되 도움받을 아이에 대한 자존감은 최대한 지켜주는 것이 핵심이다.  일반적인 아이들은 교실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사랑받을지 본능적으로 아는데, 이 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우리 아이가 런치 버디로 지목하는 것 자체만으로 지목받은 아이는 남을 잘 도와주는 '착한 아이'가 되고 칭찬받을만한 아이가 된다. 이 정도 보상으로도 아이들은 기꺼이 함께 놀아준다.

내 경험상 아무리 모난 아이도 아이들이 노는 그룹에 끼는 것이 무척 중요했다. 아이들은 어떤 아이도 일단 자기들 그룹에 끼워주면 이상하다고 여겨지는 행동도 더 이상 이상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부모가 이상하다고 지적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Mrs. Jeni Davis Rayle의 노력 덕분에 호야는 별 무리 없이 또래집단에 끼어 있었다. 혼자 노는 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언제든 자신이 내키면 그룹에서 배제당하지 않고 함께 놀 수 있었다. 내켜하지 않아 가끔 문제를 일으킬 때는 나나 선생님이 개입해 아이를 설득해 조절했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도 있는 법.

우리 아이처럼 사회성이 결여된 아이들도 자신에게 주어진 권위를 인식하고 이를 귀신같이 무기화한다. 그때는 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생일파티, 취소되다.

미국에서 아이들 생일 파티를 제대로 치러주려면 정말 허리가 휜다. 게다가 생일은 내가 최고로 대접받는 날로, 생일파티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릴  있는 좋은 기회이다. 유학생 살림이 빠듯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정말 최선을 다해 생일 파티를 치러주었다.  친구들 모두는 물론 학부모들과 선생님도 함께 초대해 함께 즐겁게 한국 음식도 먹고, 마시고, 즐기는 날로 만들어줬다.  덕에 2학년쯤 되자 아이들 사이에서 호야의 생일파티는 최고 소문이 났다. 아이들은 너도나도  파티에 오고 싶어 했다. 런치 번치 프로그램과 생일파티 초대장으로 우리 아들은 ' 입맛에 맞는 사람 선택하는 것이 무엇인지알았다. 친구들과 다툼이 생기면 1학년 때부터 이렇게 소리 질렀다.

너 내 생일에 오지 마! 나는 너 초대 안 할 거야


우리 아들 입장에서는 악의 없이 던지는 말이었다. 하나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크게 낙담했다. 어떤 아이는 집에 가서 울고 난리가 났다고 한다.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이 이야기를 전하며 우려하셨다. 선생님의 노력으로 아이가 또래 집단에 별 무리 없이 소속되었지만 아이의 사회성은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며칠을 고민했고, 계속 이렇게 놔둘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런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것을 뺏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에게 경고했다.

네 친구들은 모두 네 생일 파티에 초대할 거야.
만약 네가 그중 한 명이라도 네 생일에 오지 말라고 말하면 네 생일 파티는 안 한다.

1학년짜리 아이가 알아들을  만무했지만 알겠다고 고개를 끄떡였다. 하지만 친구들에 대한 호야의 협박은 계속되었다.

1차 경고, 2차 경고, 3차 경고까지 나갔다. 이미 선을 넘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생일 날짜를 세가며 오매불망 기다리는 생일파티를 취소하는 것은 너무 가혹했다. 그래서 2학년 생일 파티는 치러주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었지만 2학년 생일 파티도  주었다.


이미 두 번의 기회를 주었지만, 아이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3학년 생일 파티는 과감하게 취소했다. 생일 파티의 패턴을 바꿔야 한다는 점도 우리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제야 아이는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았다. 아이는 생일날 대성통곡을 했다.


2022년 3월 17일

ECHO




매거진의 이전글 Asperger Syndrome이라는 레이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