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ya의 ‘나의 선생님’ (10)
우리 아이들은 5학년과 2학년이 되는 2015-16학년도를 우리의 드림 스쿨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나와 남편은 학교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 집을 얻기로 결정했다. 한 번 이 학교에 입학을 하면 우리가 스스로 다른 학교로 전학가지 않는 한 이제 이 학교에서 아이들이 12학년까지 자리가 보장된다. 나와 남편은 1년 정도 학교와 가까운 곳에 렌트를 얻어 살면서, 아이들이 이 학교에 무난하게 적응을 하면 아예 이 근방에 집을 살 참이었다.
아이들은 8월 마지막 주 월요일부터 학교에 갈 예정이었다..
약 1달 전쯤 학교에서 이메일이 왔는데, 개학 일주일 전 주에 학교에 미리 방문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유인즉슨, "자폐 학생들은 아무래도 새 환경에 적응하는데 남들보다 시간이 더 오래 소요되니, 학교가 일반 학생들 모두에게 개방되기 전에 조용할 때 미리 학교를 방문하여, 차분하게 학교를 돌아보고 선생님들과도 미리 인사를 하며 아이가 낯선 환경에 조금이라도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라"는 학교의 배려였다. 우리는 학교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학교의 이런 섬세함에 감동했다.
이 날 우리는 HTH CEO Larry Rosenstock도 만나고, 새 담임 선생님 Mr. Cohick과 우리 아들의 케이스 매니저가 될 Ms. Phyllis Perlroth를 만났다.
담임 선생님인 Mr. Cohick 선생님은 평균 이상으로 좋은 선생님이셨다.
굉장히 친절하고 좋은 분이었지만, 일반교사들 대부분이 그렇듯 특수 학생들에 대한 경험은 부족했다. 이것은 비단 Mr. Cohick 선생님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일반 교사들은 특수 학생이 다소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했을 때, 이런 행동 자체를 이해 못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학생을 경멸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는 교사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처럼 특수학생을 둔 학부모의 입장에서 좋은 교사와 나쁜 교사의 구분은 이런 특이행동을 이해하고 도와주고자 하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기준이 된다. HTH을 8년 넘게 다니면서 우리가 항상 우리 아이를 도와주려고 했던 분들만 만났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한 학년 당 최소한 한 명의 선생님은 우리 아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선생님들이 계셨다. 최소한 한 학년에 특수 학생을 가르칠 수 있는 선생님들을 시스템적으로 배치한다는 뜻이다.
우리의 Mr. Cohick 선생님은 아이의 이상행동을 이해해주고 도와주고 싶어 하셨지만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럴 때마다 우리의 Phyllis 선생님의 역할이 빛났다.
미국 학교에서 특수 교사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일반 교사와 특수 학생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잘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운이 좋게도 전학 오기 전 제니 선생님이 그 역할을 해주셨고, 전학 오고 나서는 필리스 선생님이 그 역할을 정말 잘해 주셨다. 이 역시도 '운이 좋았다'가 표현한 것은 모든 특수 교사들이 다 그렇지는 않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조차 '모두 다 그런 것이 아닌'정도가 아니라 대다수가 '그렇지 않다.' 내 주위의 특수아 학부모들이 이런 이유로 마음고생하는 것을 나는 수없이 보아왔다.
제니 선생님이 정이 많고 사랑을 듬뿍 주는 '초등학교 맞춤' 특수 교사라면, 필리스 선생님은 굉장히 이성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스타일이다. 특수 학생들도 어떤 상황이 자기에게 유리한지 본능적으로 판단한다. 이 아이들도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다. 필리스 선생님은 특수 학생들에게도 휘둘릴 여지를 절대 주지 않았다. 아무리 말썽쟁이라도 선생님 앞에서는 선생님의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예의 바르게 행동했고, 소위 말하는 '기합'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문제 상황이 안 생길 수는 없는 법. 선생님은 특수 학생이 자신의 감정을 '안전한 방법으로' 다 쏟아낼 때까지 기다려주고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리고 아이가 완전히 진정하고 난 후에 그 아이에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다시 훈육을 시키셨다.
필리스 선생님은 Mr. Cohick 선생님이 이해하지 못하는 호야의 행동에 대해 '왜 이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하는지' 설명해주고,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말씀해 주셨다. 다시 말해 문제 행동 케이스를 케이스별로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적당한 맞춤형 전략을 상세히 알려주셨다. 이런 식으로 문제를 진단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주는 것이 선생님의 가장 탁월한 점이었다. 일반 교사인 Mr. Cohick 선생님은 겸손한 자세로 필리스 선생님의 의견을 경청했고 따랐다. 그 과정을 통해 Mr. Cohick도 호야 케이스를 통해 특수 학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하셨다. 부모인 우리도 선생님에게 참 많은 전략들을 배웠다.
내가 선생님에게 배운 전략 중 하나를 여기서 소개한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호야의 가장 큰 약점은 책을 읽거나 글을 읽으면 머릿속으로 그 상황을 그림 그리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연습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힐 때는 영화화된 책을 고르는 것이 그런 면에서 좋은 선택이라고 하셨다.
1) 책을 읽고,
2) 영화를 보고,
3) 책을 다시 읽으면 영화로 visualization 된 그림들로 책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 전략은 비단 아이의 독해력을 높이는 것에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선생님은 나에게 아이를 훈육할 때에도, 말로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보다 글로 써서 설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하셨다. (알고는 있지만, 실제 아이를 훈육할 때는 써먹지 못한다는..)
필리스 선생님은 그동안 우리가 만난 미국 선생님과 달랐다.
미국에서 대다수의 선생님들은 참 친절하다. 항상 타인을 대할 때는 친절하게 행동하라고 배우는 이들의 문화도 한몫을 하는 듯하다. 그런데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학생들을 이 '친절함'만으로 대하는 것이 능사가 아닐 때가 많다. 내 경험상 이럴 때 대부분의 교사는 1) 이 문제를 다른 이들에게 넘기거나, 2) 대충 얼버무린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하지 못한다. 이런 면에서 나는 이런 사람들의 친절은 '친절 가면'을 쓴 표면상의 친절함에 불과하다고 본다.
필리스 선생님은 무조건적으로 친절한 일반적인 미국 선생님의 모습이 아니라, 얼핏 불친절해 보일 정도였다. 속마음이 그대로 얼굴 표정에 드러난다. 말투도 딱딱하다. 그래서 아마 학부모들에게 오해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그러나 내가 미국에서 12년 동안 만난 그 어떤 교사들보다 프로페셔널했다. 어떤 상황에도 학생들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경우가 없었다.
매년 핼러윈이 되면 학교 교사들도 코스튬을 입고 학생들과 함께 핼러윈 퍼레이드에 참가한다. 선생님의 핼러윈 코스튬은 매 년 똑같다. 아니다, 해를 거듭할 수록 점점 더 코스튬 주인공과 비슷해지신다.
메리 포핀스.
그렇다.
선생님은 HTe의 '메리 포핀스'였다.
2022년 9월 19일
E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