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야의 나의 선생님 (11)
HTe에서 딱 1년, 그러니까 5학년을 마치고 호야는 중학교에 진학했다. 우리 아들은 HTe의 1회 졸업생인 셈.
졸업식 그 날의 특별함은 이 블로그에 글로 기억되어 있는데, 이 글은 내 블로그에서 1위의 조회수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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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스 선생님과 코힉 선생님 등 HTe 스탭들과 딱 1년 함께 했을 뿐인데, 왜 그리 눈물이 났는지는..아직도 모를 일이다. 하물며 지금도 Graduation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는..
5학년에 다니던 당시, 필리스 선생님이 "6th sense"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셨다, 아이들이 호야를 이해할 수 있도록, 호야에 대한 ppt를 하자는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초등학교에서 시행되지 못했고, 중학교로 넘어갔다.
이렇게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호야 개인에 대한 인수인계가 가능했던 것은 바로 HTH의 특수 교육이 초/중/고가 분절되어 있지 않고 K-12학년 전 학년이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지 않는 이상, 교사들끼리도 서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HTH 재단의 리더들은 학교별/캠퍼스별로 프로젝트도 함께 하고, 교사들의 이동도 승진의 형식으로 자주 한다. 예를 들면 HTH의 본진이라고 할 수 있는 포인트 로마 캠퍼스에서 제대로 트레이닝이 된 교사들이 다른 캠퍼스로 승진하여 이동하면서 좀 더 높은 포지션에서 본진의 내용을 이식하는 등이 바로 그런 이유다.
일반 학생들도 그렇지만 상당수의 특수 학생 부모들은 상급 학교로 진학 시 그 연결이 매끄럽지 않아 이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애를 먹는다. 이같은 특수 교육의 전 학년 연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리스 선생님도 HTH의 창립 멤버로서 큰 역할을 담당하셨다고 들었다.여기에 일종의 담임 교사와 흡사한 HTH Advisor 프로그램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내가 처음 '어드바이저'라는 단어를 교육 현장에서 접한 것은 대학원생이었을 때였다. 학위 논문 지도 교수를 어드바이저인데, 하이텍의 어드바이저 제도도 여기서 차용한 것이다.
초등학교는 일반적으로 담임 교사가 있지만 중학교부터는 담임 교사 대신 어드바이저가 있는데, 얼핏 담임 교사와 유사해 보이는 어드바이저 제도는 담당 어드바이저 교사가 학교를 중간에 그만두지 않는 한 이 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바뀌지 않는다. 한 명의 교사는 그 학교에 재학하는 전 학년에 걸친 학생들의 어드바이저가 되는데, 1주일에 한 번 학교 일과 중에 Advisory 시간을 가짐으로서 단순히 학교 생활을 관리한다.
Advisory 제도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비록 제한적이나마 가정 생활을 관리한다. 그래야 이 학생을 전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 코로나 기간 동안 원격으로 수업을 하는 동안에도 학교에서 가장 많이 신경썼던 것이 바로 이 Advisory였다. 가정에서 방치되는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도움과 보호를 학교가 해 주어야 하기 때문. 코로나 같은 예상치 못한 이유로 학교 수업이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에 대해 나름대로 대비가 되어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새 학교에서 새 학기를 시작하기 전, 모든 교사들은 자신이 관리할 신입생의 가정 방문을 아무리 짧아도 한다. (원칙적으로 그렇다. 헌데 교사에 따라 가정 방문을 하지 않는 교사들도 있다고는 들었다.)
호야의 어드바이저는 6학년 특수 교사인 Mr. Zack(이하 잭 선생님)이었다. 필리스 선생님은 이미 잭 선생님과 서로 잘 아는 사이였고, 호야의 성향과 특징에 등등,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정보를 잭 선생님에게 보냈다. 그러면서 당신이 기획했던 "6th Sense"에 대해서도 새 학교에서 잭 선생님이 반드시 진행하셨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덧붙이셨다.
단언컨데 나는 우리 아이가 무난하게 고등학교 생활을 잘 하고 있는 그 바탕에는 이 ppt의 역할이 상당했다고 생각한다. 이 PPT의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랫글을 참고하기를 바란다.
https://brunch.co.kr/@cbeta02/32
아이의 프라이버시를 주위 학생들에게 공개하는 것이니만큼 학부모인 우리의 동의는 필수였다. 우리는 HTMMA 선생님과 스탭들을 믿었기에 여기에 동의를 했고, 학생들에게 공개 전에 잭 선생님에게 내용 전부를 받아 검토한 후 최종 승인을 했다.
잭 선생님은 이 프리젠테이션에서 '자폐 autistic'이라는 단어는 의도적으로 쓰지 않으셨다고 말씀하셨다. 이 단어를 쓰게 되면 아이들이 구글링을 해서 인터넷에서 난무하는 잘못된 정보를 갖게 되어 오히려 안 좋은 선입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전적으로 나도 이 의견에 동감한다.
PPT가 예정된 날 나와 남편은 6학년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 함께 갔다. (참고로 이 프리젠테이션은 7학년때에도 한 번 더 했다.) 호야는 이 자리에 없었다. 나도 호야의 자존심이 상할까 염려했고, 잭 선생님도 이 PPT를 다른 학생 케이스로 해 본 적이 있는데,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해당 학생이 '저거 제 이야긴데요!'하고 불쑥 끼어드는 바람에 꽤 분위기가 흐트러진 적이 있었으니 호야는 다른 장소에 있는 것이 낫다고 하셨다.
약 100명의 아이들이 앉아 우리 아이에 대한 PPT를 보았다. 아이들은 꽤 진지한 자세로 프리젠테이션을 끝까지 들었다. 선생님은 인간이 가진 5개의 감각을 차례대로 설명하시며, 6번째 감각인 사회성에 대해 설명하셨고, 어려운 개념이었지만 Perceptual/Affective Perspective-Taking Activity를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시며 여기에서 오는 사회적 감각의 불균형에 대해 설명하셨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나는 최고의 전략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이 '사회성의 불균형'을 갖는 학생이 어떤 어려움을 겪을 것 같은지, 그리고 이런 불균형을 가진 친구를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물으셨다. 그리고 호야에 대한 간단한 프리젠테이션을 하신 후, 호야를 대할 때 너희들이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 전략을 가르쳐 주신 후 마무리를 하셨는다.
바로 #Privacy 라는 화두로 발표를 마무리 하셨는데, 오늘 이 시간에 우리가 이야기 한 것은 너희들끼리 농담거리처럼 말씨름할 정도로 가볍게 다룰 문제가 아니며, 단지 우리 모두를 위해 좀 더 협조적인 학년/학급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만 사용해야 한다.. 호야의 엄마와 아빠가 너희들에게 호야의 개인 프라이버시를 이렇게 공개한 것은 너희들을 믿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니만큼 너희들도 호야 엄마와 아빠의 이 신뢰를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나아가 여기 참석한 너희들 중 상당수도 남들이 알지 못하는 문제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으니, 우리 모두 항상 친구들에게 Being nice, Specific, and Helpful하게 행동해서 어느 누구 하나도 소외되는 이 없도록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셨다.
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이 프로젠테이션을 승낙했다.
학교에서 우리 아이가 좀 덜 외로웠으면 하는 바램이 제일 컸고, 이 아이들이 호야와 어울리는 과정을 배움으로서 성인이 되어서도 우리 아이처럼 사회성이 부족한 이들과 원만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랬다. 이런 개인적인 바램을 선생님은 학생 전체에게 확대 적용할 수 있는 화두로 전환하셨다. 누구나 남들에게 말 못하는 어려움은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 어려움을 아이들에게 공개했고, 말 못할 고민을 가진 아이들에게도 자신의 문제를 공유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준 것이 되었다. 이 어려운 문제를 이런 식으로 풀어내다니!
잭 선생님께서 우리 부부가 아이들에 대해 가진 신뢰를 언급하셨을 때,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던 아이들이 표정을 아직도 나는 잊지 못한다. 아이들은 우리가 보여 준 신뢰를 중학교 3년 내내 깨뜨리지 않았다. 아니 그 신뢰를 고등학교에 진학 한 후에도 깨뜨리지 않았다.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된 이후에도 호야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지 않았고, 호야를 몰랐던 동학년 아이들이나 후배들도 호야 친구들이 호야를 대하는 태도에 동화된 것이 바로 그 근거이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주위에 소외된 아이들이 없는지 스스로 뒤돌아 보는 멋진 아이들로 성장했다. 아마도 어린 나이였기에 더 의리를 지킨 것일수도 있다. #그래서나는이아이들이참좋다
2022년 9월 22일
E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