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CHO Jun 23. 2016

눈물의 초등학교 졸업식?

15-16 HTe PL 1st Promotion Ceremony

저희 아들이 지난 16일에 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누구나 하는 졸업식이었지만

역시 HTe의 졸업식은 특별했어요. 촌스럽게도 저랑 저희 남편은 아들 졸업식에서 펑펑 울고 말았답니다.


다른 초등학교 졸업식도 다 비슷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HTe의 졸업식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짧고, 졸업생들이 주인공인 세레모니라는 것입니다.

졸업식은 1시간 남짓 걸렸어요. 그나마 여기에는 4학년 엄마들이 준비한 간단한 리셉션이랑 자유롭게 사진찍는 시간이 포함된 것이니 식 자체만 놓고 본다면 40분 정도도 안 걸린것 같아요.


그럼 지금부터 식순에 따라 간단히 저희 아이의 졸업식을 스케치해 보겠습니다.


식전 행사

졸업식 1달 전쯤, 교장선생님이 5학년 학부모들에게 전체 메일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의 킨더 때 사진을 보내 달라구요. 그걸 가지고 학생들의 PPT를 만들 거라고 하더군요.


졸업식장에 도착하니 지금은 어엿하게 성장한 5학년 아이들이 5년 전, 꼬마의 모습으로 학부모들을 맞이하더군요. "Graduation Song" sung by Vitamin-C의 음악과 함께요.


https://www.youtube.com/watch?v=tz_NxOF7RB4


실은 별 생각없이 들어간 졸업식이었어요. 사진 찍을 꽃도 생각 못하고 있다가 부랴부랴 뛰어가서 꽃을 사 올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아이들의 킨더 때 모습을 보다 보니 슬슬 눈물이 나기 시작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저렇게 작고 귀여웠었는데, 이렇게 많이 성장해서 중학교에 올라가게 되었구나.. 하는 소회가 느껴졌달까요..


저 잘 안 울거든요.

큰 아이 키우면서 별별 일을 다 겪었고, 그러는 동안 마음이 단단해졌는지 잘 안 우는데.. 아이들 사진을 보다가 울음이 터져서 꺼이꺼이 울다보니, 정작 우리 아들 사진은 보지도 못했다는..ㅠ


Welcome

이걸 번역하면 환영사가 되겠죠? 교장 선생님이 하시는 건데요, 근데 말 그대로 'HTe의 제1회 졸업식에 와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금부터 졸업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수준에서 끝납니다. 엄청 간단하죠^^


Procession

약속된 시간이 되자 교장 선생님께서 졸업식이 시작한다고 announce 합니다. 그리고는 학생들이 두 명씩 음악에 맞추어 입장을 합니다. 마치 Runaway에 선 모델들 처럼요. 우리 아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들어오네요.

https://www.facebook.com/sunghwan.cho.165/videos/10154294635021248/


2명의 학생들이 서로 나누어지는 부분에 서 계신 여자분 보이시나요? 이 분이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이십니다. 카리스마 대단하신 분이시죠.ㅎㅎㅎ


Appreciation & Certification

곧이어 학생들의 졸업장이 수여됩니다. 먼저 담임 선생님께서 간단하게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인삿말을 하세요. 그리고 난 다음에 학생들의 이름이 한 명씩 호명됩니다. 호명된 학생은 단상에 올라 간단하게 학교 생활 중 감사했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일을 소개하지요. 일종의 졸업 소감을 발표하는 것입니다. 


이 졸업 소감 발표가 참 인상깊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어릴 땐, 졸업식에서 앞에 나와 인사를 하는 학생들은 전체 졸업자 중 1-2%에 지나지 않았거든요. 졸업사를 하고 상을 받는, 일부의 성적 우수자들에게만 해당이 되는 거였고, 나머지 대다수의 학생들은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하지만 저희 HTe의 졸업식에서는 성적 여부와는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이 다 주인공이라는 것을 이 순서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78명의 졸업생들은 각자의 이야기들로 지난 1년을 표현했어요. 학교에서 아무리 존재감이 없었던 아이라도 이 시간만큼은 모두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아무리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였더라도요.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 아들은 두번째 프로젝트 때 방문했었던 Museum of Making Music에 갔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았나봅니다. 아이들의 짧은 스피치를 통해 학부모들과 선생님, 그리고 학생들 모두 모자이크 조각으로 맞추어나가듯 지난 1년을 채워갑니다. 참으로 감동스러운 순서였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LVOYTZuJoE

스피치를 마친 학생들은 담임 선생님과과 악수를 나눈 후 교장 선생님에게 졸업 증서를 수여받습니다. 각 26명씩 3반이 같은 순서로 진행이 됩니다.


Serenade

5학년 학생들은 학기 중에 2학년 동생들의 버디가 되어 학기 중에 책을 읽어줍니다. 언니, 오빠들의 졸업을 축하하는 답가를 그래서 2학년이 불러줍니다. 저희 둘째가 2학년이라 여기에 참여했어요. 오빠의 졸업식을 여동생이 축하해 주는 격이 되어서 저희 부부는 더욱 뿌듯했었네요.


https://www.youtube.com/watch?v=RmpjrNZw0Sg


가사를 함께 음미해 보시죠.


If you ever find yourself stuck in the middle of the sea,

I'll sail the world to find you
If you ever find yourself lost in the dark and you can't see,
I'll be the light to guide you


Find out what we're made of
When we are called to help our friends in need


You can count on me like one two three
I'll be there
And I know when I need it I can count on you like four three two
You'll be there
'Cause that's what friends are supposed to do, oh yeah


Whoa, whoa
Oh, oh
Yeah, yeah


If you tossin' and you're turnin' and you just can't fall asleep
I'll sing a song
Beside you
And if you ever forget how much you really mean to me
Everyday I will
Remind you


Ooh
Find out what we're made of
When we are called to help our friends in need


You can count on me like one two three
I'll be there
And I know when I need it I can count on you like four three two
You'll be there
'Cause that's what friends are supposed to do, oh yeah


Oh, oh
Yeah, yeah


You'll always have my shoulder when you cry
I'll never let go
Never say goodbye
You know you can


Count on me like one two three
I'll be there
And I know when I need it I can count on you like four three two
And you'll be there
'Cause that's what friends are supposed to do, oh yeah


Oh, oh
You can count on me 'cause I can count on you


"Count On Me" by Bruno Mars Lyrics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나는 친구에게 바치는 노래죠. 앞으로 이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 친구인 나에게 와서 기대라는 노랫말이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희망적인 미래만 미래가 아니죠. 커다란 풍파와 어려움도 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그 때 옆에서 묵묵히 바라보고 기댈 수 있는 것이 바로 친구 아니겠어요? 저희 집은 특히나 큰 아이가 동생에게 도움을 받는 부분이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이 노래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답니다.


Closing

졸업식의 마지막 순서는 교장 선생님의 클로징 멘트입니다. 클로징 전 학생들에게 간단하게 축사도 함께 합니다. 즉 축사 겸 클로징멘트를 교장 선생님이 하시는건데요 그 순서가 좀 의외입니다. 담임 선생님, 학생 그 다음이에요. 가장 마지막에 하시는 교장 선생님의 짧은 축사. 뭔가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학부모들에게 딱 한 가지를 당부하셨습니다. 저녁 식사 만큼은 모든 전자기기들을 다 끄고 아이들과 함께 대화하며 먹으라고요. 사춘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대화 임을 말씀하신거죠. 이 말씀을 하시는 당신 자신도 교장 선생님이기 이전에 딸을 졸업시키는 5학년 한 아이의 엄마로서 하는 말씀이라 좀 더 특별하게 와 닿았습니다. 딱 이 당부만 하시고는 다음과 같은 멘트로 줄업식을 클로징하십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지금 이 학생들이 2023년에 사회로 나아갈 다음 세대의 인재들입니다!" 

정말 소름돋더군요.


Procession of Graduation

교장 선생님의 클로징이 끝남과 동시에 음악 " Hasta La Raiz" by Natalia Lafourcade가 흘러나오고 음악에 맞추어 처음 입장했던 것 처럼 학생들이 퇴장을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교장 선생님께서 가운데 서 계십니다. 마치 새로운 시작을 하는 이 학생들의 앞으로의 미래를 축복해 주고 배웅해 주는 것 같이 느껴졌어요. 



모든 식순 하나하나가 다 의미있고 감동적이었던 졸업식이었습니다. 잘 참던 남편은 결국 식이 끝나고 담임 선생님과 사진찍으려고 갔다가 결국 선생님을 부둥켜 안고 오열을 했습니다. 저희 특별한 아이들을 위해 애써 주셨던 선생님들 모두 눈이 빨개져서 함께 울었죠. 저희에게 특별한 아들이 선생님들께도 좀 더 '특별한' 아이로 기억이 될 것인가 봅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의 보살핌과 도움을 받으면서 저희 아들이 무사히 초등학교 과정을 마쳤습니다.

처음 킨더에 입학할 때부터 무사히 초등학교 과정을 마칠 수 있을 것인지 참으로 걱정을 많이 했던 아이입니다. 아직은 또래 아이들보다 어리고 부족한 점이 많은데, 그래도 부모로서 저희가 믿는 부분은 이 아이의 잠재력입니다. 저희 아이를 가르친 선생님들 모두 저희 아이의 잠재력을 언급하셨고, 그런 부분에서 기대가 되는 학생이라고 말씀하셨거든요.

이 잠재력을 부모인 저희가 망치지 않고 잘 갈고 닦을 수 있어야 할 것인데..  저희 역시도 부족한 부모인지라 참 어렵고 조심스럽습니다.하지만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고 여기까지 온 만큼, 앞으로도 많은 선생님들의 도움과 사랑으로 저희 아이가 성장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저희 아이의 다가올 중학교 생활과 고등학교, 대학교 나아가 미래가 어떨지..벌써 궁금해지고 기대가 됩니다.


Thanks to HTe PL special team;

Mr. Drew Cohick, Mrs. Phyllis, Miss Bree, Mr. Brian, Mr. Francis, Mrs. Sarah, Mr. Scott, and Mrs. Anne


And Thanks to Doyle Elementary special team, too;

Mrs. Rayle, Mrs. Lunn, Mrs Wang, Mrs Mckenna, Mrs. Wheeler, and Mrs. Yamamoto


2016년 6월 21일

샌디에고 호밀리 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