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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Sep 24. 2017

공학, 사람의 온기가 흐르게 하라

Science Museum 시리즈, 첫 번째_CA ScienCente_1


'공학' 혹은 'Engineering' 하면 여러분은 무엇이 연상되시나요?


저는 '차가움',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 '정교함' 혹은 '정확함', 그리고.. 복잡하고 어려운 공식과 수식들 등등이 생각이 나요. 만약 '공학'이라는 단어의 '느낌'을 말하라면 저는 주저 없이 '차가움'을 택할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아이들과 California Science Center에서 본 아이맥스 영화가 바로 이 '공학'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 주었습니다. 오늘은 바로 이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오늘 소개할 3D 아이맥스 영화는 바로 'Dream Big'입니다.

한 줄로 이 영화를 요약하자면,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 홍수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 빈곤, 에너지 고갈, 환경적 문제 등,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도전하고 있는 '공학'에 관한 3D 영화입니다. 공학자들은 바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Problem Solver인 셈입니다.


이렇게 무미건조할 수밖에 없는 기본 플롯에

이 영화에 등장하는 공학자들의 개인적인 사연들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화면과 음악에 덧입혀

3D라는 형식을 빌어 최고의 아이맥스 영화로 표현이 되었습니다.

https://youtu.be/huVNsT8BIM8



공학, 자유롭게 꿈꿀 자유

이 영화의 내용을 여기에 옮기려니 제 글재주의 한계 때문에 제가 받은 느낌이 전달이 잘 안 되네요.

그래서 최대한 간단하게 여기에 적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대지진으로 가족을 잃은 한 여자 아이가 Civil Engineer가 된 어느 여성 엔지니어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뒤이어 홍수 때만 되면 불어나는 물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타히티의 아이들에게 다리를 건축해 주는 여성 공학자, 태양열 자동차로 호주 종단에 도전하는 고등학생들, 차세대 대중교통 수단으로 여겨지는 Hyperloop 개발자들, 물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Phoenix의 Underwater Robotics 고등학교 클럽 팀의 이야기들이 소개됩니다. 이 이야기들은 상대적으로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소수에 속하는 여성과 히스패닉 계가 주가 되어 소개됩니다.

수천 년 전 만리장성을 쌓았던 엔지니어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시대의 엔지니어들도 새로운 비전을 꿈꾸는 사람들이라고 영화에서는 이야기합니다. 엔지니어링의 발달은 놀이 공원에 있는 롤러코스터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켰지만,  이들이 특별하게 빛나는 이유는 그들은 개인적인 문제 혹은 한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이 마주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그들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공학과 우리 아이들의 미래, 그리고 PBL

제게 여기에서 다루어진 에피소드들이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바로 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영역들이 우리 아이들  학교에서 다루고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PBL에 있어서 학교 디자인의 네 가지 원칙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개인화(Personalization), 성인 직업 세계와의 연계성(Adult World Connection), 공통의 지적 임무 (Common Intellectual Mission), 디자이너로서 교사의 역할 (Teacher as Designer)이 바로 그 네 가지입니다. 그중 직업 세계와의 연관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 방향과 철학이 이 영화가 우리 아이들의 프로젝트와 정확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이 점에 제게는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6학년 중학생들의 Math/Science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Extreme Engineering이었는데요, 이 프로젝트의 설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문제제기: 어떻게 하면 지진에 더 강하고 안전한 건물을 디자인하여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Project Mission: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UCSD)의 The Society of Civil and Structural   Engineering (SCSE: 토목 공학 협회)과 파트너십 하에,
Engineering Design Process와 고층 건물과 돔, 다리 등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 팀은 Knex를 이용하여 구조물을 디자인하고 실제로 만든 후
이것을 UCSD에 있는 지진 시뮬레이션 테이블에서 팀별로 어느 팀의 구조물이 오래 버티는지 테스트한다.
학생들은 그룹별로 상세한 구조 도면을 만들고,
예산을 계산하고,
Google SketchUp을 사용하여 구조물의 건축 일러스트레이션(Rendering)도 만들 것이며,
SCSE 학생들과 인터뷰도 진행한다.

주요 학습 개념: Engineering Design Process, 캘리포니아 지질과 관련된 판 구조론, 고층 건물/다리/대형 건물(Dome)
기본 개념: 판 구조론, 수렴/발산/변환 경계, 단층, P파 및 S파, 지진학, 지진계, 진앙, 진도, 리히터 규모, 구조 공학, Bracing
결과물: Team Knex Structure, Team artistic rendering of KNEX structure(using Google SketchUp), Team Scaled architectural drawings of the Structure(side/front view and one floor plan, Team Bill of Materials, Team Interview)
우리 아이 팀이 만든 구조물
구조물 버티기 경기를 위해 UCSD 캠퍼스에서 대기중인 구조물들
프로젝트의 확장: 엔지니어링 분야에 대해 리서치 후 한 페이지짜리 에세이, 지진 시 안전과 대비에 관한 1분짜리 동영상 만들기, 샌디에고의 유명 건물들을 SketchUp을 사용하여 3D Rendering하기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Math 단원으로는 삼각형 및 다각형의 넓이와 둘레에 대해 함께 배웠습니다. 이를 이용해서 건물의 모형을 제작했죠. 지진과 지구 구조에 대한 기본 기념도 배우고요. 본 수업은 수학+지구 과학+건축학+직업 탐색(Engineer)+ 안전 교육이 통합된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상은 언급했다시피 초등학교 6학년용 프로젝트입니다.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좀 작은 규모로 유사한 프로젝트로 할 수 있습니다.

저희 3학년짜리가 엔지니어링 수업시간에 했던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인데요,

레고를 이용해서 가장 무거운 하중에 견디는 다리를 만들어 겨루는 것이었습니다.

exhibition때 이 행사를 했기 때문에 학생들만이 아니라 학부모들도 함께 참가해서 더욱 즐거웠었는데요.

학생들은 이 전에 엔지니어링 수업을 통해

설계 이론을 배우고, 직접 건축 도면을 이용해서 설계도 해 봅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부모님들에게 설명한 다음 설계를 했죠.


저 Competition에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는데

반드시 설계를 해서 도면을 그려 놓고

레고로 다리를 제작해서 가장 오래 버틴 다리의 도면을 선생님께서 벽에 붙여 놓으셨습니다. 아이디어를 함께 공유하는 거죠.

이 날의 우승자가 만든 레고 다리는 30lb(=14kg)의 하중을 버텼습니다!


6학년 프로젝트나 3학년 프로젝트 모두, 생각보다 수준이 높죠?

심지어 저 내용을 얼마나 학생들이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만, 분명 같은 팀의 아이들은 서로의 역할을 정해 놓고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그들의 능력보다 150% 이상 더 훌륭한 결과를 냈을 것입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존중과 배려 또한 프로젝트 수업에서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교육입니다!


처음 아이맥스 영화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타히티에 다리를 놓는 프로젝트를 왜 할까요?

왜냐면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개념 있는(Cool) 일이니까요.

바로 이 '개념 있는 일'이라는 가치가 엔지니어링에 스며들면서,

차갑고 몰인정한 것처럼 느껴지던 엔지니어링에 따뜻한 피가 돌기 니다.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죠.


이 Dream Big 영화는

미래의 엔지니어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이야기합니다.

그것을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연습을 시키는 겁니다. 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살아갈 당당한 주인으로서 어떤 미래를 만들지 어릴 때부터 고민하고, 연습시키는 거죠. 이 대목이 저는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는 아직 어리다'는 핑계로

그들의 미래를

(미래를 기준으로 볼 때) 과거 사람인 우리 어른들이 마음대로 재단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심각하게 우리 어른들이 고민해 봐야 할 대목입니다.


2017년 9월 23일

샌디에고 호밀리맘.


다음 글 예고)

저희 가족이 여행을 가면 놓치지 않고 들리는 곳이 바로 Science Museum이라고 이미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참조: 여행 그리고 과학박물관)

저희가 갔었던 과학박물관들 모두 훌륭했지만

California Science Center가 더욱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다음번 글에서 이 '특별한 이유'를 다루어 보려고 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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