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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Feb 23. 2018

PBL 학교 디자인의 네가지 원칙(1)

High Tech High (HTH)을 예시로

지난번 포스팅에서는 HTH를 설립하고 기초를 다진 두 사람 Gary Jacobs와 Larry Rosenstock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Gary Jacobs를 비롯한 샌디에고 지역의 사업가들이 "왜 기존 학교 교육 시스템에서는 실제 하이테크나 바이오테크 산업에서 필요한 인력들을 충분히 배출하지 못하는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고 말씀드렸죠. 

Gary Jacobs가 900만불을 기부한 것을 비롯하여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and Melinda Gates Foundation)에서도 개교 당시 학생 1인당 $1,000씩 기부하였고 여기에 더해 정확하게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후에도 수백만불을 기부했다고 합니다. 돈 좀 쓸 줄 아는 분들이시죠^^


이런 재정적인 후원을 바탕으로 2000년 9월 200명의 학생으로 개교를 하였는데요, '학교'라는 공간의 특성상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을 교육시킬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이슈였을 것입니다. 초대 교장이었던 Larry Rosenstock이 the New Urban High School Project(NUHS;1996–1997)를 통해 제시한 네 가지 원칙에 맞추어서 학교가 디자인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 원칙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화(Personalization)

교육의 개인화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오늘날의 획일적인 학교 수업을 다양한 학생들의 요구에 맞게 변형해주는 모든 기술을 의미합니다.

미국에서는 어떤 내용을 배워야할지 학년별 가이드 라인만 각 주의 교육청에서 제시하고,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칠 것인지는 교사가 알아서 결정합니다. 아무래도 교사가 앞에서 개념을 설명하고 그 내용을 학생들 수준에 따라 다른 문제집을 푸는 전통적인 방식이 주가 되지요. Raz-Kids 같은 교육용 소프트 웨어 프로그램들도 보조수단으로 활용하고요.


하지만 저희 큰 아이처럼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방식이 맞지 않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본인이 흥미있어 하는 분야에는 무섭게 집중하지만 많은 경우 흘려듣기 일쑤거든요. 사실 이런 학생들이 학교 현장에서는 산만하고 학습능력에 문제가 있는 학생으로 흔히 분류가 됩니다. 하지만 저는 이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희 아이는 '배움을 무엇보다 즐기는 아이'입니다. 다만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집중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 뿐입니다.

이러한 학생들에게는 말보다는 시각화하여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난독증인 학생들 같은 경우에는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책을 '읽어주면' 그 교육적 효과는 배가 된다고 하죠. 이처럼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하는데 있어 책을 읽어주는 앱이나 수학적 개념을 시각화하는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HTH에서는 이러한 교육용 프로그램들이 단순히 보조 수단에서 머물지 않고 수업의 주요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희 5학년 아이는 Khan Academy를 통해 수학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집에서도 복습용으로 활용을 하고요.



직업 세계와의 연계성(Adult World Connection)

HTH에서의 수업은 초중등 교육과정을 거쳐 성인이 되어 갖게될 직업 세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학생들은 작품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전문적인 장소(Professional Venue)에서 전시Exhibition를 하죠. 작은 규모의 박람회처럼요. 그리고 아카데믹 인턴쉽을 통해 프로젝트 작품들이 실제 작업 현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킵니다. 즉, 이들의 프로젝트는 단발성으로 끝나고 버려지는 것이 아닌 짧게는 고등학교 4년, 길게는 킨더 때부터 총 13년동안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입니다. 이외에도 현장 학습(field studies),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서비스(community service), 외부 전문가의 조언 등도 적극적으로 수업에 반영합니다.



학교 공간에는 학생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유용하도록 거울로 둘러싸인 세미나 룸, 소규모 그룹의 프로젝트 공간, 최신 기술로 무장한 실험실들이 마련되어 있고, 아트 작품들과 엔지니어링 프로토타입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 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Exhibition이 열리면 학교는 근사한 전시관으로 변모합니다.


https://www.google.com/search?q=high+tech+middle+exhibition&safe=active&source=lnms&tbm=isch&sa=x&ve

이러한 HTH의 학교 공간에 대해 Todd Rose(2013)는 "학생들이 정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고 평가를 했는데요, 그는 '학습 환경은 단순히 학생들이 공부하는 공간에 불과하다'는 기존의 통념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반박을 합니다. 심리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환경에서 학생들의 집중력이 향상되고, 자연스럽게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으며, 따라서 학교 교육 현장 또한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바로 HTH의 환경이 그렇다는 것이죠. 더불어 앞에서 설명한 Personalization 원칙의 일환으로 제공되는, 일종의 멘토 프로그램인 Faculty Advisor 제도 또한 학생들이 심리적인 안정과 그들에 대한 이해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인만큼 학생들은 HTH에서 공부하는 기간 만큼은 여타의 학생들보다 마음 편하게 공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듯 합니다.


HTH에 재학중인 학생들은 기존의 학교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졸업률과 대학 진햑률은 일반 고등학교보다 훨씬 높다고 해요. 중도 탈락률이 높은 미국 고등학교 에서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2005년에 결성된 로봇 경연팀인 The Holy Cow가 전 세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로봇 경진대회인 FIRST Robotics Competition(FRC)에서 2013년에 월드 챔피언에 오르는 성과도 거두는 등 HTH의 실험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4개의 원칙 중 나머지 2개의 원칙, 공통사항인 지식 미션과 디자이너로서 교사의 역할에 대해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2015년 1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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