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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Feb 23. 2018

PBL 학교 디자인의 네가지 원칙(2)

High Tech High (HTH)을 예시로

이번 글은 지난번 글에 이어 학교 디자인의 네가지 원칙 중 나머지 두가지 원칙, 공통 지식 임무와 디자이너로서 교사의 역할에 대해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통 지식 임무 (Common Intellectual Mission)


HTH 산하의 학교들은 학생들을 거주지의 우편번호에 따라 추첨으로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학업 능력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허나 이런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무작위로 선발되어 Media Art, Engineering, international area로 나뉘어 제 기량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학생들이 내놓은 결과물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HTH 커리큘럼은 UC (University of California)계열 대학에 전공 기초 수준에서 좀 더 발전된 정도이며, 나아가 대학 생활 전반과 실제 직업 현장에서 적절하게 응용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입니다. 저희 남편의 박사 과정 지도교수님께서는 UCSD에서 주최하는 고등학생 대상의 공모전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HTH 학생들의 작품을 볼 기회가 있으셨는데 학생들의 높은 수준에 깜짝 놀라셨다고 해요. 지난 주에 초등학교의 Exhibition에서 제가 본 학생들의 작품도 정말 놀라웠었어요. 아이들이 했기에 엉성하고 어설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작품마다 학생들이 가진 창의력과 표현력은 분명하게 드러나 있더라고요. 이 부분은 다음 포스팅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학생들의 평가는 바로 이 Exhibition이라는 퍼포먼스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여기에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이를 발전시키고, 도중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그 결과를 지역 사회의 패널들에게 공개하는 모든 과정들이 평가되는 거죠.

이외에도 아카데믹 인터쉽을 11학년 때(한국 학제로는 고등학교 2학년) 3주간 풀타임으로 반드시 해야 합니다. 더불어 모든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구현된 졸업 프로젝트, 개별적인 디지털 포트폴리오를 반드시 제출해야 합니다.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있어 요구되는 지식들은 통합적이고 또한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교사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채용을 합니다. 그래야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요구들을 충족시킬 수 있고,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학생들의 가치를 발견하기에 용이하겠죠.

HTH는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가치있는 21세기형 인재로서 손과 가슴이 동시에 살아 있으며 여러 학문 분야들이 통합된 지식인으로 육성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주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수학, 과학, 혹은 영어 등 단 하나의 과목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과연 있나요? 아무리 간단하더라도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을 통합해야 해결이 가능한 것이죠. 기존의 학교 교육에서처럼 분절되고 나누어진 방식으로 지식을 기술적으로 전달을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런 지식들을 어떻게 융합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살아있는 지식이라 할 수 없죠. 바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HTH에서는 통합 학문적이고인 프로젝트 위주의 커리큘럼을 채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디자이너로서 교사의 역할 (Teacher as Designer)

HTH 교사들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프로그램 디자이너 혹은 커리큘럼 디자이너입니다. 

출처: https://katielmartin.com/tag/teacher-as-designer/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가르칠 코스를 디자인하는데 있어 다양한 지식 배경을 가진 교사 팀을 구성하여 작업합니다. 즉 개별 교사들은 커리큘럼 내용을 담고 있는 프로젝트를 디자인하기 위해 고유한 전문성을 가진 팀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고, 스태프 미팅을 통해 그 결과들을 공유하고 발전시켜 나가면서 필요한 액션을 정하고 과연 이것이 HTH의 미션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토론을 합니다. 결국 교사들도 학생들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HTH의 교사들은 ‘학생들의 프로젝트를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불어 이 프로젝트들의 평가에 필요한 기준안을 마련하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들과 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기량이 향상되었는지 보여줄 수 있는 크고 작은 행사들을 기획하기도 하고요. 이외에도 학생들의 진로 개발, 스태프 채용 및 학교의 여러 문제들에 관한 중요한 결정에 관여합니다.


지난번 글에서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교사의 역할이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상당 부분 대체되었다고 말씀드렸죠 (Khan Academy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앞으로도 교실에서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은 점차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게 된다면 교사의 역할은 어떻게 될까요? 더 중요해질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교사들에게는 어떤 역할이 요구될까요?

저도 사대 출신이고 교단에 서 봤지만 똑같은 이야기를 매번 다른 교실에 들어가 이야기 한 적이 있어요. 1학년 10개반 수업을 해야 한다 가정하면 같은 내용을 10번 반복해야 하는 거죠. 이제는 그 역할을 인터넷이 대신 해 준다고 하네요. 그 원리는 바로 교사가 가르치는 학습 내용을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레코딩'을 해 버리는 것입니다. 간단하죠?

그럼 교사는 그럼 무얼 하느냐?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어디까지 이해했는지 학생들마다 다 다를테니 이해도를 점검하고 개별적으로 적합한 학습 계획을 세워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교사의 역량이 빛나는 순간입니다. 학생들을 어떻게 테스트를 할 것이며 그룹핑을 할 것인가?의 문제부터 시작하여, 같은 레벨의 학생들끼리 모아 심화반/보충반으로 나눌 것인지 아님 최상위 레벨부터 최하위 레벨까지 하나의 그룹으로 섞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아가면서 수업 내용을 보강하는 Peer-study를 시키든, 교사의 판단에 따라 각 그룹에 맞는 전략을 세워 지도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교사의 역할은 더 어려워지게 될 것 같네요.



지난 번 글과 이 글에서는 HTH의 학교 디자인의 네 가지 원칙에 대해 설명드렸는데요, 간단하게 요약하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여 학생들 개개인의 특성 맞는 맞춤형 수업을 제공하고, 실제 직업 세계와 연관된 통합 학문적인 내용을 가르치되, 배운 것을 프로젝트를 통해 구현하 고자 합니다. 학생 개개인의 특성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 프로젝트 위주의 커리큘럼에서 교사는 어떻게 하면 수업 내용을 프로젝트에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지를 디자인하고, 학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을 가이드하는 역할을 하는 거구요. 여기에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적, 인적 환경을 조성함으로서 학생들이 자신의 잠재성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이러한 여러 요소들이 서로 잘 맞물려 가고 있는 HTH의 교육이 2015년 현재까지는 대단히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데요, 일단 10:1 이상의 입학 경쟁률이 바로 그 단적인 예라고 하겠습니다. 또한 최근 많은 차터스쿨들이 HTH의 모델을 참고하여 학교 커리큘럼을 수정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러한 이유로, 하버드 교육 대학원 교수 Todd Rose는 본인의 저서인 Square Peg에서 학생들이 잠재성을 발휘할 수 있는 핵심적 지원 제도를 가장 훌륭하게 갖춘 학교로 HTH를 꼽았습니다.


사족이지만 Todd Rose의 대표적인 저서인 Square Peg(2013)에 대해 언급할까 합니다. 저자 Todd Rose는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분인데요, 기존의 학교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문제아 학생에서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수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교육 관련 다큐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이 분의 책을 읽다가 우리 학교 High Tech High가 언급된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좋은 학교인 줄 막연히 알고 있었던 제가 이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좋은 학교인지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실은 이 블로그도 시작하게 된 것이구요.

http://www.educationinnovating.org/2011/01/trying-to-fit-square-peg-in-round-hole


Square peg은 둥근 peg에 맞지 않는 사각형의 쐐기를 의미합니다. 기존의 학교 교육 시스템(peg)에 맞지 않는 Square 아이들이 낙오되고 좌절하는 현실에서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학교 현장에서 낙오되는 일 없이 그들의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교육시킬 것인지 고민하는 책입니다. 이 또한 교육의 진보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죠. 동감합니다. 저희 아이같은 square peg들이 일반적인 둥근 쐐기 아이들보다 더 빛날 수 있는 영역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저는 생각해 왔고, 이 책을 통해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square peg 자녀를 두신 학부모님들께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책입니다. 한국에서도 ‘나는 사고뭉치였습니다(윤영삼 옮김)’으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Square peg인 우리 아들이 자신의 장점을 드러낼 수 있는, 전 미국 통틀어 가장 훌륭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네요. 이 학교를 추천해 준 호야의 선생님 Mrs. Rayle에게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런 행운을 갖게 해주신 신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모쪼록 저희 아이가 잘 자라서 주변에서 받은 이런 도움들을 더 크게 사회에 돌려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2015년 11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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