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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CHO Jan 19. 2019

부모는 아이의 거울? Running Club

답을 찾아 떠나는 아이들 (3): 스스로 답을 찾는 연습은 부모부터

희망찬 2019년에 밝은 지도 어느 덧 3주가 되었습니다.

다들 새해 계획은 세우셨나요?

저의 새해 계획 중 하나는 매 주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입니다. 

글을 완벽하게 써야 한다는 강박 관념은 버리고, 대신 여기에 간단하게 메모하는 방식으로라도 정기적으로 글을 올리려 합니다. 제 계획을 얼마나 제가 잘 지키고 있는지 관심 부탁드립니다 (꾸벅)


늦었지만 새해 첫 글인만큼 오늘은 힘차게 달리는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지난 두 글에서 우리가 겪는 문제들에 대해 아이들 나름대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루었습니다. 

첫번째 글에서는 '좋은 질문'에 대해 나누었고

https://brunch.co.kr/@cbeta02/60

두번째 글에서는 시리아 난민 문제에 대한 아이들의 해결책을 찾아가려는 접근 방식을 나누었죠.

https://brunch.co.kr/@cbeta02/62

오늘 글에서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내용은

문제 해결력이란 소소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학부모들이 가장 손쉽게 아이들에게 문제 해결력을 보여줄 수 있는 모델이라는 것입니다.


제 글을 처음부터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저희 학교는 과목별 융합이 교과의 가장 기본입니다. 글쓰기, 문제 해결력, 수학적 사고력 등을 기본으로 교육 내용이 구성되는데요, 따라서 각 과목들이 세분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과목별로 세분화된 교육을 시작하는 중학교의 경우에도 Humanity, Math/Science, Art  이렇게 세 과목의 큰 줄기를 근간으로 해서 프로젝트가 구성이 되고, 어떨 때는 이 과목끼리도 융합하는 프로젝트가 돌아가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사회, 음악, 체육 등의 세부 과목은 따로 존재하지 않고, 당연히 체육 수업도 따로 없습니다. 

저희 학교가 있는 School District는 예체능 과목은 학부모회의 재량에 따라 운영됩니다. 당연히 신생학교인 저희 학교는 학부모회에 금전적으로 넉넉하지 않은데다, 다른 학교에는 없는 엔지니어링/Arte and Dance/Outdoor Enrichmen수업이 있으니 따로 체육시간을 편성할 시간도 사실 없습니다. 따라서 선생님들의 재량껏 체육 수업을 하는데요,


생활 체육은 미국인의 삶과 떼놓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우리랑은 약간 다른데, 미국 사람들은 건강과 관련해서 '무엇을 먹느냐' 하는 먹는 문제보다 '어떻게 운동을 하느냐'는 운동하는 문제에 상당히 신경을 씁니다. 그래서 생활 체육이 학교에서나, 학교에 따로 체육 수업이 없는 경우에는 근린 시설등을 이용해서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데요,


자, 여러분 자녀들의 학교에 여러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과가 없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체육'과목이죠.

이런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해결을 해 나갈까요?

학교에 지속적으로 이 수업을 개설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지요.

헌데 저희 학교 학부모들은 다음과 같은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했습니다.


일부 학부모들이 주축이 되어 Running Club을 만들었습니다.

월수금 3일간 학교 수업 시작 40분 전에 이 클럽 담당 학부모가 학교 앞 공원에 아이들이 뛸 트랙을 설치하고 러닝 기록 카드를 챙겨 둡니다. 약 10분동안이면 이 준비가 끝나요. 그럼 수업 30분 전부터 원하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러닝클럽에 와서 자신의 러닝 기록 카드를 찾아 원하는 만큼 뜁니다. 걸어도 상관 없습니다. 친구들과 수다 떨면서 걷는 아이들도 부지기수입니다.


5학년 딸내미의 러닝 기록 카드.

약 0.2마일이 한 바퀴인데, 한 바퀴 뛸 때 마다 자원봉사하는 학부모들이 저렇게 스탬프를 찍어줍니다.

스템프를 다 찍게 되면 5마일을 뛰는 거고, 그때마다 아이들에게 한국의 군번줄 같은 줄에 작은 팬던트를 하나씩 달아 줍니다. 2장의 스템프를 다 찍게 되면 10마일을 뛰게 되는거고, 팬던트를 2개가 되지요.


25분 정도 뛰면 클럽짱 학부모가 "The Final Lab~"이라고 소리를 칩니다.

그럼 아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트랙 위에 놓여있는 콘들을 하나씩 집어들고 뛰지요.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학생이 트랙 표시용으로 놓아둔 콘을 들고 뛰고 있네요.


자, 이렇게 해서 약 25분동안 아침 조깅을 하고

나머지 5분 동안 콘을 모으고, 러닝 카드도 다시 걷는 등, 뒷정리를 합니다. 팬던트를 주어야 할 학생들에게는 모두 앞에서 팬던트를 주고 박수쳐 주지요. 이렇게 해서 아침 조깅이 끝납니다.


학교 입구에 있는 패널에 학교 행사 및 이런저런 알림거리들이 디스플레이 되는데요,

러닝 클럽의 기록들도 이렇게 모두에게 알려집니다.

학년별로 가장 많이 뛴 학생이 누구이며 얼마나 뛰었는지,

100마일을 뛴 학생들은 '100마일 클럽', 일종의 명예의 전당 같은 클럽에 이름을 올려주고 티셔츠도 줍니다. 100마일이라니 감이 안 오시지요? 160km를 뛴 아이들입니다. 이런식의 리워드를 줌으로서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거지요.

학년별로 가장 많이 뛴 학생들의 리스트(왼쪽), 100마일 클럽(오른쪽)

이 글을 읽으시면서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별 거 아니죠?

맞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교과목'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별 거 아닌 문제가 아닙니다.

그에 반해 이' 별거 아닌 문제'에 대한 해결 방식은 정말이지 별 거 아닙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인식하고

이것을 '자발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는 문화.

제가 가장 부러워하는 미국인들의 문화입니다.

한 사람의 학부모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대를 매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함께 적극적으로 지원을 합니다.

설령 처음 총대를 맨 부모가 사정상 이 일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또다른 누군가가 그 일을 자원하고 나섭니다.

이런 문화는 비단 학교에서 만이 아니라 미국의 커뮤니티에서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이런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이같은 부모들의 문제 해결 과정을 보고 배우게 됩니다. 이것은 문제해결력 향상을 학습의 목표로 하는 저희 학교만이 아닌,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입니다.


오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아이들의 '문제 해결력'을 함양해 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존재는 바로 부모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에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자세가 우선되어야겠지요.


2019년 첫번째 글을 마칩니다.


2019년 1월 19일

샌디에고에서 ECHO


#커뮤니티 #문제해결력 #부모교육 #공동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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