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찾아 떠나는 아이들 (1): 좋은 질문을 찾아서
꽤 오랜 기간동안 'PBL이란 무엇인가'를 쓰기 위해 고민해왔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써야 할지, 이리 저리 고민하다보니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글감들만 쌓여갑니다.
이러다가는 아무 것도 못 쓰게다 싶네요.
게다가 며칠 전 글 잘 읽고 있다는 지인의 응원에 힘입어,
한 분이라도 기다리는 분이 계시니 그 분을 위해서라도 비교적 가벼운 주제라도 자주 올려야겠다 싶어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PBL을 통해 학생들이 육성하고자 하는 여러 목적 중 하나는 바로 문제 해결력입니다.
PBL은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당면한 여러 개인적/사회적인 문제들을 배우고,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방법을 찾아가며, 실제로 이 방법을 교실 밖에서 행하는 실천적 성격이 강한 학습 방식입니다.
각 프로젝트마다 Essential Questions가 있는데요, 바로 이 질문을 통해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정해집니다. 어떤 질문들이 있는지 다음을 봐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저희 아이들 프로젝트의 Essential Questions 모음입니다.
What is the magic of toys? (2nd Grade)
How can we work together to create beautiful work? (2nd Grade)
How is our community connected? What is the history of our school? What are others’ views and memories of Liberty Station?(2nd Grade)
Why is peace important?/ What actions create peace?/ How can peace live and be nurtured in us always? (4th Grade)
Why is it important to protect places where we play? (4th Grade)
What is it like to learn something new? (4th Grade)
How can we effectively express passions and experiences using poetry? (6th Grade)
What is “normal”? / What makes a hero or a villain? / What drives a character? / What is human? / What are we made of? / How is DNA a “blueprint” of life? / What determines our traits? / Are mutations beneficial or harmful? (7th Grade)
How do we build grit and craftsmanship in ourselves and our community through the lense of physics and making? / How will the transformation of energy impact a marble as it travels through a rolling ball sculpture? (8th Grade)
어떻습니까?
어떤 질문들은 단순하기도 하지만 어떤 질문들은 꽤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꽤 단순한 질문들도 프로젝트 결과를 본 제 관점에선 그야말로 프로젝트의 핵심이 모두 다 들어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제 의견으로는 이 단순한 질문들에 더 많은 내용들이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What is the magic of toys? (2nd Grade)
이 질문을 핵심으로 2학년 학생들은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먼저 예상해 보시죠.
다 생각해 보셨나요?
자, 그럼 정답과 비교해 보세요.
이것은 저희 아이 2학년때 했었던 프로젝트인데요,
경제적으로 조금 어려운 지역의 킨더가든, 그러니까 취학 전 예비학년인 동생들에게 2학년 언니오빠들이 장난감을 만들어 주는 프로젝트였답니다. 1:1로 배정된 동생들에게 두 번 사전 인터뷰를 해서 원하는 장난감들을 목각 퍼즐/ 바퀴 달린 이동형 장난감/봉제 인형 중 하나를 만드는 거였어요. 그리고 언니오빠들이 동생을 주인공으로 쓴 동화책도 같이 만들었답니다.
이렇게 만든 장난감을 가지고 동생들에게 주었고, 잘 모르던 사이였지만 마음을 주고 받는 사이에 동생들과 유대감이라는 Magic이 생긴 거랍니다. 어때요. 참 멋지지 않나요?
다음의 예도 함께 보시죠.
How can we work together to create beautiful work? (2nd Grade)
HTe에서의 가장 첫 프로젝트라서 그런지 더욱 인상적이었던 프로젝트였어요.
아이들이 나무 퍼즐 한 조각씩을 가지고 앞에는 자기를 나타내는 형용사를 몇 가지 고릅니다. 그리고는 선생님과 최적의 단어를 선택한 후 앞에는 이 형용사와 형용사를 표현하는 그림을 디자인하고, 뒤에는 이에 대한 설명을 쓰는 겁니다. 그리고는 이것을 모두 모아 하나의 퍼즐판을 완성하는 것이죠.
비슷한 프로젝트로 주기율표를 만들었던 프로젝트도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질문이 가장 인상깊으셨나요?
저에게 가장 인상적인 질문은 이거였어요.
What is “normal”?
동시에 abnormal은 무엇인지 물어보는 질문이라 일석이조의 질문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저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었냐구요?
7학년 때 생물의 유전/DNA를 수학의 확률과 함께 공부하고, 나의 특성을 반영한 캐릭터와 로고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카툰을 그리는 프로젝트였어요. 전시회는 동네의 만화 박물관에서 열렸죠. 그리고 선생님들은 학생에게 묻습니다. 일반적으로 악당으로 나오는 돌연변이들. 이 돌연변이들이 정말 해가 되는 존재인가? 아님 득이 되는 존재인가?
그리고는 다시 묻죠. 그렇다면 '정상/비정상'이란 무엇인가?
참 심오하지 않나요? 분명한 것은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아이들은 매 번 새로운 길을 떠난다는 것입니다. 초중등학생 아이들이 말이죠. 제 눈에는 참 인상적입니다.
가끔 어떤 부모님들은 불평하십니다.
우리 아이들은 당췌 대답을 안 한다고.. 물어봐도 "응", "아니", "몰라" 이 세 가지만으로 건성건성 대답한다고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저도 많이 고민해 봤는데요, 바로 저희 학교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질문의 질 quality가 낮기 때문입니다.
저희 학교 선생님들에게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좋은 질문을 한다'는 것입니다.
뻔한 상황에서도 기발한 질문들을 하세요.
그래서 억지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그럴 때 마다 참 감탄스러운데요, 어느 순간 깨달음이 오더군요. 좋은 질문이 좋은 대답을 만든다는 것을요.
이게 저도 참 배우고 싶은데 쉽지가 않네요.
다음 사진은 질문 만으로 반 페이지가 가득찬 4학년 프로젝트 "The Power of *:Let's Sk8!" 시안입니다.
이 질문들의 답을 찾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음 번에 올리겠습니다.
2018년 11월 9일
샌디에고 미션밸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