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글로벌 대기업의 무덤, 늘 죽어서 나가지.
2000년 초반 장강의 악어인 알리바바가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바다의 상어인 이배희(eBay) 여사와 피 터지게 싸우고 있을 동안, 텐센트도 메신저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와 힘겨루기가 한창이었다.
한국에서도 싸이월드 유행 당시 PC 메신저는 MSN과 네이트온이 양분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MS는 중국에도 MSN R&D센터를 설립하고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중이었다. 그러나 텐센트가 초창기에 시잠 점유율을 한창 높인 터라 MSN 시장 점유율은 사실 10% 내외에 머물러서 점유율만 보았을 때는 텐센트가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었다.
다만 당시 MSN은 윈도우 기반으로 끼워 팔기 식으로 강제로 적용되었기 때문에 비즈니스 환경에서의 사용률이 매우 높은 편이었으며 QQ의 아바타 꾸미기 서비스는 뭔가 애들이나 대학생들이 쓰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텐센트는 MSN을 최대 위협으로 여기고 이를 극복하고자 여러 가지 개선책을 내놓는다.
1. 우선 텐센트는 다운로드 속도 및 사용 편의 개선에 큰 공을 들였다.
흔히들 중국은 만만디의 나라라고 알고 있는데 그건 나와 관련 없는 남의 일을 처리할 때 그렇다는 것이고, 나와 관련된 것은 만만디랑은 거리가 멀다. 그럴 때의 민첩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 이런 사용자 요구를 잘 알고 있는 텐센트 입장에서는 MSN과 달리 메신저 서비스 집중한 정돈된 화면과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를 구현했다.
- 이는 윈도우 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패키지 형태로 강제로 다운로드 및 설치해야 했던 MSN보다 훨씬 다운로드가 빠르고 또 사용이 간편했다.
- 그와 관련해서 추가적으로 사용자의 쾌적한 사용을 위해 인터넷 환경에 맞게 소프트웨어 용량을 최대한 줄이고, 오프라인에서도 메시지 전송이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
- 다양한 대화 이모티콘 추가 등 수많은 세부 사항에 대해서 끊임없이 사용자 의견들을 반영하고 새롭게 개선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 이와 더불어 텐센트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필요한 대용량 파일을 쉽게 보낼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당시 중국 인터넷 접속은 불안정한 해서 중간에 끊기는 일이 자주 발생해서 끊어지면 또 처음부터 다시 보내야 했다. 텐센트는 이 점은 보완하여 중간에 접속이 끊기더라도 중간부터 이어서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 또 큐큐에 사진 등을 저장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내놔서 기존 사용자들의 핸드폰 용량을 절약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런 세부적인 강점은 상대적으로 사용자 피드백이 느린 MSN에 비해서 중국 사용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2. 이에 비해서 MSN 역시 비슷한 수준의 업그레이드를 지향했으나 의사 결정 및 자원 투입은 큐큐에 비해 형편없었다.
사실 MS사의 MSN이라고 이런 텐센트 큐큐의 재빠른 변신과 사용자 경험의 개선을 몰랐던 것은 전혀 아니다. 텐센트가 큐큐에 사활을 걸고 있어서 큐큐에 대한 자원 투입이라던지 의사결정이 매우 신속했던 것과 달리, MSN China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 부분에 있어서 단지 작은 부분에 불과했다.
즉,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강의 효자 상품인 윈도우 OS에 끼워 파는 번들 프로그램 정도로 인식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MSN China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대한 글로벌 기업의 저 밑바닥에 있는 일개 조직 일 뿐이었다.
그들이 큐큐를 따라서, 혹은 큐큐를 대응코자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 MSN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본부
- MSN의 해외사업 본부
- MSN의 사업본부
- 마지막으로 마이크로소프트 본부의 승인 차례로 받아야 했다.
이러니 신속은 얼어 죽을 신속이 가능하겠는가? 게다가 자원투입 역시 전혀 텐센트만큼 적극적이 못했다. 스스로 죽으려고 작정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알리바바의 타오바오가 판매 수수료 무료 및 알리페이라는 강력한 카운터와 스트레이트 펀치로 이배희 여사를 골로 보낸 반면,
텐센트는 원투 원투 수없이 많은 속사포 같은 잽을 날려서 마이크로소프트의 MSN을 하늘나라로 고이 보내드렸다.
2010년 10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낮은 점유율로 사실상 백기를 들고 MSN 블로그 서비스를 정지했다. 그러자 QQ는 MSN 블로그 사용자들이 큐큐로 넘어갈 수 있는 이미그레이션 툴을 제공하고 그 사용자들까지 접수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나라에서 투항한 자들은 죽이지 않고 당연히 텐센트의 나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피씨 메신저 대전은 한 때 미국의 ICQ 카피캣으로 불리던 큐큐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관대하게 모든 사용자들을 접수하고 상황 종료.
모바일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서 PC의 큐큐에서 스마트폰의 위챗으로 사용자들이 대부분 넘어가긴 했지만 아직도 큐큐를 쓰는 중국 사용자들은 상당히 많다. 2020년 기준 위챗의 MAU(Monthly Active Users)는 약 12억 명이고, QQ는 약 7.7억 명, 모바일 QQ는 약 6.9억 명이다. 통계상으로 봐도 여전히 중국인 절반 이상은 큐큐를 사용 중이다.
큐큐 메신저는 경쟁자를 모두 물리치고 중국 내 메시징 서비스의 일인자의 독점적 위치에 올라서면서 위에서 언급한 큐큐쇼 등의 아바타 꾸미기 SNS 비즈니스 모델 외에
- 게임,
- 동영상,
- 음악,
- 문학(소설) 등 여러 산업 분야와
- 종합포털 사이트인 텅쉰왕(qq.com)을 오픈하면서 뉴스 미디어로 진출한다.
다음 편은 먼저 텐센트의 가장 중요한 캐시 카우인 게임부터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