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인물C Jun 01. 2021

9. 위챗 홍빠오, 콜럼버스의 달걀

중국판 돈 뿌리기 마케팅의 진수

<위챗의 'SUPER'한 7가지 기능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웨이신을 슈퍼앱으로 만든

진정한 탈 메신저급 주요 기능은 다음과 같다.


1. 소셜(SNS) 기능, 모멘트(朋友圈, Moment)

2. 위챗 공식계정(公众号, Official Accounts, 공중하오)

3. 위챗 페이(微信支付, WechatPay), 큐알코드(二维码) 및 위치기반 서비스 적용(LBS)

4. 생활 O2O 플랫폼

5. 홍빠오(红包, 세뱃돈 혹은 금일봉) 기능

6. 미니프로그램(小程序, Mini Program) @ 매우 중요한 기능

7. 그 외 검색 기능 및 기타


이어서 이번엔 5번을 살펴본다.




ㅇ 홍빠오(红包, 세뱃돈 혹은 금일봉) 기능


(카톡과 비교 불가, 카톡도 축의금이나 조의금 봉투로 송금하는 정도의 기능은 있지만 이를 마케팅 수단의 일환으로 전혀 승화시키진 못함)


위챗 페이의 점유율 확대에 매우 큰 기여를 한 홍바오 마케팅, 2015년은 웨이신페이의 디지털 홍빠오 마케팅에 전 중국 사람들이 열광하면서 시작됐다. 사실 디지털 홍빠오는 이미 2014년에 텐센트가 개발하여 텐센트 사내에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고 웨이신페이와 연동되어 상대방과 채팅을 통해 나눠주는 시스템으로 구현되었다. 즉, 주는 사람이 주고 싶은 금액을 적어서 상대방에게 그냥 보낼 수도 있고, 단체방에 올릴 수도 있다.


보면 기분 좋아지는 아이콘 ㅎ


여러 명이 있는 방에 올릴 땐 각각 얼마를 주겠다고 설정할 수도 있고 아니면 받는 사람 명수만 입력하고 총액을 랜덤으로 나눠 받게 할 수도 있다. 딱 순전히 기능만 놓고 봤을 때는 웨이신페이 내의 나의 지갑(계좌)에서 타 이용자의 웨이신 지갑으로 금액이 이동하는, 우리가 이해하는 온라인 뱅킹으로 하는 계좌 이체와 전혀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이를 구현하는 인터페이스, 겉모양 그리고 주는 방식이 색 다를 뿐이다. 일단 정말 빨강 봉투로 발송이 되며 봉투에 메시지 작성도 가능하다. 그리고 위에 얘기한 대로 랜덤 추첨으로 받아 보는 금액이 결정되기도 하기 때문에 받는 재미, 보내는 재미, 그리고 열어봐야 금액을 알 수 있다는 설렘(좋게 말해 설렘, 달리 말해 중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두근두근 겜블링 갬성)을 동반한 게임적 요소가 크다.


웨이신으로 전송된 홍바오, 오.. 얼마일까 두근두근


바로 이런 재미로 인해서 웨이신의 디지털 홍빠오는 2014년부터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민 메신저인 웨이신의 위상에 비교하자면 찻잔 속에 태풍 정도에 그치는 듯했다.


그러나 바로 2015년 춘절 기간 동안 웨이신페이는 알리바바 마윈이 ‘진주만의 기습’이라고 명명할 정도로 디지털 홍빠오를 활용한 엄청난 역습에 성공하여 모바일 페이 시장점유율을 크게 가져간다.


중국에는 매년 춘지에(春节, 춘절/설날)에 가족들이 상봉하여 다 같이 보는 춘절연환만회(春节联欢晚会, CCTV Spring Festival Gala Evening)이라는 티비 프로그램이 있다. 당대 중국 내 최고의 가수, 연예인들이 출연해서 단막극, 스탠딩 코메디, 노래, 만담(相声) 등의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본의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戦)과도 비슷한 듯하다.


알리페이에 대한 웨이신페이의 역습.. 2015년 춘만!


줄여서 춘만(春晚)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1979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2014년에는 국가 프로젝트로까지 지정될 정도이니 중국 사람들에게 그 프로그램의 위상은 대단한 것이다. (한국은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서 보는 게 뭐 있지? 연말에 각종 시상식?)


한국에서 설날에 아이들한테 세뱃돈을 주는 풍습이 있는 것처럼, 중국도 또한 홍빠오를 나눠주는 습관이 있다. 텐센트는 바로 이 대단한 전통과 높은 시청률을 가지고 있는 티비 프로그램과 홍빠오 주는 습관을 절묘하게 엮어버리는 대형 마케팅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참고로 홍빠오는 붉은 봉투라는 뜻이지만 그 봉투 안엔 당연히 돈이 있다. 단순히 세뱃돈으로 번역할 수 없는 이유는 설날에만 주는 것이 아니라 결혼 등의 경사에도 전달하는 돈을 홍빠오라고 하기 때문이다. 또한 손윗 어른이 손아래 친척들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 대표나 임원들이 밑에 직원들에게도 준다. 금일봉이라는 말이 더 맞는 거 같다.)


물론 이 춘절만회 프로그램 내에서 진행한 '홍빠오 받아 가세요(领红包)' 캠페인은 단지 도화선일 뿐이었고 텐센트는 이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 사전에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


먼저 지금까지 디지털 홍빠오의 역할은 그저 단순한 개인 간의 호의, 개인 간의 행위에 불과했다면 이를 기업의 마케팅 및 판촉 활동으로 바꿔 버릴 준비를 한 것이다. 방송 전에 텐센트는 잠재 광고주 기업들에게 협업 의사를 타진한 후 참가 의향을 밝힌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체 소요 예산과 마케팅 방법을 논의했다. 대규모의 참가비가 드는 만큼 주로 브랜드를 보유한 대형 기업들 참가를 확정했다.




ㅇ 홍빠오 마케팅의 비즈니스 모델: 공짜는 늘 공짜가 아니다.


디지털 홍빠오 비즈니스 모델은 다음과 같다.


춘절만회의 메인 MC가 프로그램에 중간중간에 현장의 관중들과 시청자를 향해서 '지금 핸드폰을 흔들어서 홍빠오를 받아 가세요'라고 구성지게 외치면, 웨이신의 모멘트나 공식 계정 등의 SNS상 사전 광고를 확인한 시청자와 티비를 보면서 이를 확인한 시청자 모두 웨이신의 특정 링크와 연결된 디지털 홍빠오 수령 화면을 보면서 미친 듯이 핸드폰을 흔든다. 실제 당시 동영상을 보면 약간 뭐랄까 돈에 환장한 광란의 축제 같다.


왜 이러는 걸까요?


게다가 웨이신에는 이미 핸드폰 흔들기로 랜덤 사용자 찾기 등의 서비스를 내놓은 적이 있어서 중국 사람들에게는 핸드폰 흔들기는 별 거부감이 없는 상태였다. 이렇게 핸드폰을 흔들다 보면 철컥철컥 빠찡꼬 당기는 듯한 효과음(이건 분명히 노린 것 같다)이 나면서 정말 디지털 홍빠오가 도착했다는 화면이 표시되고 얼마가 수령되었다는 표시가 나타난다.


하지만 바로 돈이 지급된다고 생각했다면 그건 경기도 오산이다.


일단 홍빠오가 왔다고 할 때부터 어느 기업(혹은 어느 브랜드)에서 당신에게 홍빠오를 보냈다는 광고로부터 시작해서 이를 확인하고 실제로 내 웨이신 계좌로 돈을 받으려면 해당 기업의 웨이신 공식 계정을 팔로우해야 한다던지, 기업의 마케팅 브로셔 등을 단체방에 전송을 해야 한다던지, 모멘트에 공유해야 한다던지 이런저런 조건들이 달린 상태로 오는 것이다.


사실 실제로 받아보는 금액 자체는 푼 돈에 불과하지만(프로그램 내내 팔 빠지게 흔들어봐야 평균 5~10위안이 될런가) 일단 뭔가 복권 긁는 기분과 가족들끼리 모인 축제 분위기에 더해서 실제로 돈 안 놓고 돈 먹기라는 생각에 사람들은 춘절만회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내내 팔에 쥐가 나도록 핸드폰을 흔들었다. 실제로 그다음 날 수많은 이들이 팔 근육통을 호소했다.


웨이신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15년 춘절만회 방영날인 섣달그믐에 발송된 홍빠오 발송 횟수는 10.1억 회,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 00:48분까지 춘절만회 웨이신 핸드폰 흔들기 페이지에서 핸드폰 흔든 횟수는 무려 110억 회, 22시 34분에 최고점을 찍어서 중국 각 지역에서 핸드폰을 1분당 8.1억 회를 흔들었다고 한다.


정말 이 경이로운 수치에 전율이 돋을 뿐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4년까지 웨이신페이 사용자수가 2,000만 명에 불과했다면 2015년에 10배가 늘어난 2억 명으로 늘어났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대로 캠페인 참가 기업들도 홍빠오 발송으로 인지도 및 광고 효과 제고와 더불어 웨이신 내의 공식 계정의 팔로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웨이신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와 충성도가 한층 제고되었다.


디지털 홍빠오로서 핸드폰을 흔든 사용자에게 주는 돈은 광고주 기업이 티비, 인터넷  SNS에서의 광고선전비를 지급하는 것과 동일하다.


늘 강조하지만 같은 내용이라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하는 것은 이렇게 효과의 레벨이 다르다.


벌써 6년이 지난 지금, 중국 내에서 홍빠오 마케팅은 상당히 보편화돼서 크게 새로울 것도 없다고 느껴지고 (물론 한국 사람들은 아직도 많이 모르는 것 같지만) 단순한 발상의 전환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는 콜럼버스의 달걀과도 같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막상 누가 하기 전까진 아무도 생각 못한 일을 텐센트가 한 것이다. 그래서 알리바바 마윈이 2015년에 텐센트에 뼈를 너무나 세게 맞고, 장탄식을 내뱉으며 이건 '진주만의 기습'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이를 벅벅 갈았던 2016년 춘절만회의 공식 협업 파트너는 알리바바가 기를 쓰고 차지한다. 지난번 경이로운 효과를 확인한 다수의 기업들이 홍빠오 프로젝트에 참가하면서 더욱 열기는 고조되고, 이듬해인 2016년 섣달그믐에 홍빠오 교환 횟수는 텐센트에서만 23.4억 회로, 전년 대비 약 6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2015년에 텐센트가 처음 쏘아 올린 홍빠오 마케팅은 이미 중국에선 마케팅의 클래식 반열이 올라서 매년 춘지에 뿐 아니라 다양한 시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하게 홍빠오로 금액 발송뿐 아니라 홍빠오 안에 해당 브랜드의 할인 쿠폰을 발송한다던지, 자신의 웨이신 모멘트에 기업 광고물을 올리거나 단체장에 공유 몇 회를 하라던지 등의 다양한 미션들을 부과하면서 홍빠오를 뿌리는 식이다.


이제는 홍빠오 발송 자체가 신기한 일이 아니라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홍빠오를 뿌릴지 기업들의 재미있는 아이디어의 각축장이자 헬리콥터  살포식의 축제(광고)  것이다.


중국 기업들의 돈을 향한 집념에 경배를 보낼 수밖에 없다. 티비 프로그램도 같이 적극 발전해서 중국 중앙티비(CCTV)의 춘절만회 외에 지역별 춘절만회에서도 저마다 모두 홍빠오 행사를 여러 기업들과 진행한다. 또한 방송 화면에 다음 핸드폰 흔들어서 홍빠오 받기까지 ‘02:58’ 전 같은 카운트다운 안내 자막을 끊임없이 내보내서 시청자가 채널을 못 돌리도록 고정시키기도 했다.


방송국 입장에선 시청률도 올라가고 홍빠오 광고 효과도 제고되고 일석이조였다.


---


더 다양하고 자세한 내용은 검색창에

'중국 테크 기업의 모든 것'

찾아보시고 발간된 서적에서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9860900


매거진의 이전글 8. 위챗, 생활 종합 O2O 플랫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