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언어
어느 나라든 여행을 가면 기본적인 인사말 정도는 그 나라 언어를 알고 간다. 그 나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의 표현이자 조금이라도 무시를 덜 당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번에도 포어와 스페인어를 조금은 파악을 하고 갔다. 하지만 공부를 한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나의 생각을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연스럽게 ‘영어’가 먼저 나왔다
그리고 스페인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스페인 사람들이 영어를 못한다는 얘기를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너무 영어를 못한다’는 건방진 생각을 했다. 고작 이제야 조금 영어를 배우고 여전히 영국에서 못 알아듣는 게 많으면서.
스페인어로 인사를 먼저 하고, 궁금한 것을 영어로 물어봤음에도 스페인어로 대답하는 사람이 많았다. 스페인어를 못한다고 해도 시종일관 대답은 스페인어였다. 너무나 당당하게.
스페인 사람이 스페인어를 쓰는 게 당연한 것인데 내가 할 수 있는 언어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들은 왜 영어를 못하나 하는 황당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당당함이 부러웠다. 한국 교육의 결과물 중 하나로 대부분의 사람이 한국에서 외국인을 봤을 때 어떤 식으로든 영어를 먼저 써야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반드시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꼭 저들에게 영어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다른 ‘시선’을 생각하는 한 형태가 아닐까. 더 당당해져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