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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Dec 27. 2021

'나 크리스마스 좋아하네?'

2021.12.27 (월)

항상 연말은 바쁘다. 달력의 12번째 페이지를 맞이하는 순간, 올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은 더욱 조급해진다. 사실 연말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그저 심적으로 뭔가 부지런히 보내야 할 것 같은 마음.


하지만 올해는 12월부터 시작되는 연말을 정말 바쁘게 보내야 했다. 하고 있는 일도 마무리해야 했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계획도 필요했다. 미뤘던 친구들과의 약속도 잡아야 했고, 나를 위한 재충전의 시간도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퇴근하고 집으로 와 방에서 책상 스탠드 하나를 켜 두고 차분히 보내는 시간이었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저녁에 방에서 이것저것 정리하던 찰나에 나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항상 youtube를 통해 BGM을 틀었는데, 주로 이용하던 리스트는 '가요 피아노 연주 플레이리스트'였다. 밤에 혼자 시간을 보내기에 피아노 연주만큼 좋은 게 없다. 다만 너무 클래식한 연주곡은 스스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에, 좋아하는 가요로.


하지만 그 당시 나의 선택은 피아노 연주가 아닌 '크리스마스 캐럴 모음'이었다. 개인적으로 크리스마스에 크게 의미를 두는 스타일이 아니다. 교회를 다니기에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복하고 감사하는 마음은 물론 크지만, 흔히들 느끼는 축제의 느낌은 아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BGM으로 선택..


특히 어느 순간부터 거리에서 울려 퍼졌던 캐럴도 사라지고 (이는 물론 저작권과 연관이 있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크리스마스를 통해 느끼는 '행복함'은 어린 시절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가요 대신 캐럴을 선택한 나 자신이 놀라웠다. 그냥 갑자기 크리스마스 캐럴이 듣고 싶었다.


역시나 빠질 수 없는 머라이어 캐리 누님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부터 마이클 부블레의 'Winter Wonderland'까지 크리스마스 캐럴 끝판왕분들이 차례로 등장하셨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크리스마스'하면 어디가 떠오르는가. 당연 '유럽'이지. 캐럴과 함께 핸드폰의 사진첩으로 가 유럽에서 즐긴 크리스마스 추억 여행을 떠났다. 특히 코로나로 한국에 돌아오기 전 스페인에서 보낸 크리스마스는 단연 최고였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 크리스마스 좋아하네?'


이유를 생각해봤다. 왜 크리스마스에 대한 시각이 전과 달라졌을까. 전에는 그저 예수님 탄생하신 날에서 왜 지금은 즐기고 싶고, 설레는 마음까지 들게 했을까.



명확하게 '이것 때문이야'라고 하나를 딱 고를 수는 없겠지만, '즐거울 수 있는 날이니까, 그냥 즐기자'라는 마음이 커졌다는 생각이 맞는 것 같다. 겨울이라는 계절을 느낄 수 있고, 연말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으며, 서로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할 수 있는 날. 그래서 보다 특별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날. 아마 올해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그런 의미였던 것 같다.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어떤 날이 가진 의미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생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스로는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생일의 의미까지 평가절하되는 건 아니니까. 그저 있는 그대로 주어진 대로, 감사하고 그로 인한 행복을 느끼면 된다.


그래서 나름의 결심이 있다면, 앞으로의 크리스마스를 더욱 즐겨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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