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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Apr 30. 2021

하고 싶은 말을 다 한다는 게 자랑스러운 일일까

2020.10.29

오후 4시.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스타벅스에 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후 자리에 앉아 맥북을 켜고 기사를 쓸 준비를 했다. 잠시 뒤 나의 주문 번호가 들렸고, 커피를 가져와 시원하게 한 모금 마신 뒤에 본격적으로 기사를 썼다. 기사를 쓰며 중간중간 영상 자료도 봐야 하기에 에어팟을 맥북에 연결해둔 상태였다.


나는 카페에서 기사를 쓸 때, 영상 자료가 필요하지 상황에서도 자주 에어팟을 그냥 귀에 껴둔 상태로 기사를 쓴다. 그럴 때면 내가 기사 작성에 스스로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백색소음을 넘어 약간은 신경이 쓰이는 정도의 소음을 에어팟이 막아주기 때문에 이 방법을 자주 이용한다.


그렇게 2시간 정도가 흘렀다. 그때 스타벅스 안에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소음이 발생했다. 어딘지 위치를 확인해보니 내가 있는 자리에서 11시 방향이었다. 11시 방향에서의 소음은 나의 귀를 잘 보호해주던 에어팟을 뚫었고, 본격적으로 나의 귀를 반응하게 했다. 일단 눈에 보인 상황은 스타벅스 직원과 3명의 중년 남성분들 간의 대립. 왜 소음을 내는 것인지 약간의 짜증과 함께 호기심까지 생겨 잠시 에어팟을 빼고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상황은 명료했다. 카페라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주문 과정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미스. 직원은 이러이러한 주문이 있었고 이 주문대로라면 해당 음료가 맞다고 친절하게 설명을 했다. 하지만 본인의 기대와 달랐던 커피를 받은 그 남성분은 강하게 자신의 요구를 어필했다. 그러다 직원이 손님의 요청대로 처리를 해드리겠다고 하며 상황은 일단락이 됐다. 그리고 직원이 떠난 뒤 그 손님은 나머지 일행에게 한 말이 명대사였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사람이야. 대통령이 와도 할 말은 한다니까"


이 강력한 대사의 후기는 잠시 뒤로 미루고, 차근차근 사건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저 한 문장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기에.


먼저 나는 주문 상황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손님이 해당 음료를 주문했을 때,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서 직원의 설명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해당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첫 번째. 또는 직원은 설명을 했으나 손님이 다르게 이해했을 경우. 직원은 안내해야 할 사항은 모두 전했으나 그때 손님이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 또한 이유가 된다. 개인적으로 내가 두 사람의 논쟁을 들었을 때는 후자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모든 정황을 알지 못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이기에 정확하지 않다.



그렇다면 왜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자고 했냐고?

그 이유는 위와 같은 사건은 '일상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언어'라는 하나의 체계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존재다. 언어는 일종의 '도구'이고 그 도구 사용의 '원동력'인 사람의 '생각'은 모두 다르다. 이것이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일어나는 원인이다. '도구'와 '원동력'이 모두 같을 때 우리는 서로 소통할 수 있고, 둘 중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오해가 생긴다.


원인이 무엇이든 스타벅스에서 커뮤니케이션의 미스가 있었고, 카페라는 공간을 생각해 봤을 때는 엄청나게 이상한 일도 아니라는 것이다. 때문에 대통령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한 아저씨의 발언이 내 얼굴을 화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묻고 싶었다.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하신 기분이 어떠신가요?'



그분이 정말 그 일로 인해 기분이 나쁘고 손님으로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느꼈다면 이해한다. 실제로 그랬을 수도 있다. 부당한 대우에서의 당당함은 필요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리고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겪은 평균적인 상황에서 해당 사건은 '큰' 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적어도 대통령까지 나의 모습에 취하게 할 용도로 사용할 만큼.


나는 '상황 판단 능력'이란 말을 매우 좋아한다. 축구에서도 가장 중요한 능력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스스로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축구에서는 패스 미스가 계속해서 일어난다. 그리고 쉬운 패스 미스 하나가 실점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흔하다. 패스 미스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선수인 '미셀 플라티니'는 말했다.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모든 선수가 완벽하게 플레이한다면 스코어는 영원히 0-0이다." 그만큼 흔한 일이다.



문제는 패스 미스와 같은 실수를 언제 하느냐다. 실수를 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 패스 미스를 할 때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원인은 해당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거나 판단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명확하지 못한 상황 판단 하나하나가 쌓여 스노우볼이 된다. 


단순히 저 말이 순간적으로 자신의 떳떳함을 표현하기 위해 즉흥적으로 한 말일까? 이미 구르기 시작했던 스노우볼이 완전체가 된 것이라면?


적어도 저 대사를 카페가 아닌 다른 곳에서 들었다면, 조금은 박수를 보낼만한 당당함으로 인정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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