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도 많고 무기력한 나를 온전히 인정해 주기로 했다.
요즘 육아번아웃 증후군인가? 아닌듯하면서도 무기력이 수시로 찾아온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상담 이후, 내 감정을 인정하기 시작하며 나타나는 과정 같다.
육아 번아웃증후군은 육아를 하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무기력이 오는 현상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멍 때리는 현상이라는데...
이런 육아 번아웃 작년에 크게 왔었다. 아이에게 짜증 내고 죄책감 한가득에 내기 무슨 엄마냐 하며 나 자신을 미워하며 울고 아무것도 못하겠고 멍 때리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멀리 떠나고 싶고 그랬던 날들이 있었다.
요즘 내게 느껴지는 무기력은 육아번아웃 증후군이라기보다는 힘들었던 그 시기 내가 느껴주지 않았던 애써 외면하고 무시했던 감정들이 올라오는 것 같다.
그전 이런 감정들이(화, 분노, 무기력 등) 나에게 느껴질 때면 <난 엄마잖아 이런 마음을 가지면 안 돼>라며 내 마음에서 올라오는 감정들을 올라오지 못하게 꾹꾹 눌러버렸다.
나 스스로 기준점을 두었던 거다. <엄마는 이래야 된다 엄마니까!> 이런 식으로 말이다.
잘해야 하는 성향이 강할수록, 재능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엄마가 되었을 때 육아 우울증, 육아 번아웃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다.
내가 육아를 힘들어했던 이유 중 하나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그만큼 우울감과 번아웃이 찾아왔던 거라고... 했다.
왜냐 육아는 나만의 호흡과 속도를 유지해야 하는 장거리 마라톤인데 틀을 만들어 내가 나를 미친 듯이 채찍질했다.
그때 나에게 올라오는 감정을 외면한 채 꾹꾹 누르며 살았던 것들이 그런 내 모습을 알아주기 시작하니 이제야 막 올라오는 것 같다.
수시로 찾아오는 무기력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도 있고 아이 등원 후 집을 청소하고 나면 정신도 체력도 방전돼서 낮잠을 수시로 자게 되는 요즘이다.
예전 같으면 이런 무기력을 나쁘다고만 했을 텐데 지금은 나 자신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 엄마로 열심히 살아왔기에 이런 무기력한 감정도 올라오는 거다. 쉬면 어때 쉬어도 된다.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엄마도 사람이다” 하면서 분노가 올라오거나 화가 나면 화나는 대로 짜증 나면 짜증 나는 대로 그 감정을 들여다보려 한다.
무얼 하려 노력하지 않는 요즘이다.
요즘 수익화 이런 글을 보면 피로감을 느끼는데 아마 내가 상반기에 그렇게 발판을 만들려고 내 힘든 감정을 무시한 채 달렸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그때는 불편하고 하기 싫은 감정이 들어도 “그냥 계속해! 그래야 돈 벌지 돈 벌어야 편하게 살 수 있어”라고 나에게 다그치기만 했다. 지금은 돈이라는 것도 내가 마음 편한 상태에서 해야 오래 나에게 머무른다는 것을 알기에 불편한 마음으로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게 요즘이다.
육아 우울증, 육아 번아웃 증후군의 과정을 모두 겪으며 나는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늘 좋은 삶, 늘 편하고 좋은 상태만 있을 수는 없다.
역할의 타이틀을 가지고 나를 훈계하기보다는 남들과 비교하며 내가 못하는 것을 보는 것 대신 그럼에도 잘 해내왔다고 너 진짜 대단하고 대견하다고 무기력한 너 자신고 괜찮다고 그래도 된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는 요즘이다.
엄마도 쉬어야 하고 나를 알아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기준은 나일뿐이다.
육아함에 있어 다양한 감정을 겪는 와중에도 아이는 아이답게 예쁘게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에 감사하다.
감사함도 많고 화도 많은 요즘이지만 싫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