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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밤 Oct 27. 2023

남편은 모른다.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아빠의 역할과 엄마의 역할은 완전히 다르다.

육아라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키워보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힘듦이었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힘든 이유는 육아는... 아무리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엄마인 내게 주어진 역할과 해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 가장 힘든 것은 이런 내 마음을 남편은 절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를 낳고 자주 했던 말이 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다... 오빠는 모를 거야 내가 오늘 하루종일 쉴 새 없이 치웠는지"


"어차피 더러워지는 거 치우지 마"라고 툭 던진 남편에 말에 눈물이 후드득 떨어진다.

오전 6시에 출근해서 오후 7시 30분에 퇴근하는 남편도 힘든 거 안다. 근데... 내가 너무 힘드니까 남편의 힘듦이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눈물을 흘리며 "답답해... 오빠는 정말 이 감정 절대 알 수 없을 거야... 갇힌느낌으로 사는 이 기분"


남편은 매번 답답하다고 하는 내가 더 답답한지 한숨을 쉬며 어질러진 집을 치우기 시작한다.


남편은 모른다. 이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남편은 퇴근 후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2시간 남짓이다. 물론 그도 최선을 다해 놀아준다는 것을 알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짧기에 내 힘듦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 라는 생각이 든다.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육아에서 엄마의 역할이 주를 이루는 게 현실이다. 아이를 낳아도 남편은 변하지 않는다. 똑같이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월급을 받는다.


그런데 나는... 신생아때는 수유하고 이유식때는 이유식 하고 유아식때는 밥하고 또 아이를 재우고 놀아주고 집을 치우고 목욕시키고 먹이고 놀아주고의 반복이다.

나의 대화 상대는 인생 2년 차 아기의 일방적인 말을 들어주는 것뿐.


아직 육아를 겪지 않은 누군가는 나에게 쉽게 말한다. "그럼 일해"라고. 나도 그 생각 안 해보는 건 아니다.

그런데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결혼하기 전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을 볼 때는 쉽게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사람이 그 상황이 되어봐야 안다고 그때의 나도 참 철이 없었구나 싶다.


어린아이를 연장반에 보내고 워킹맘이 되어 등하원을 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도 않을뿐더러 아이가 어린이집 같은 집단생활을 하면 감염병에 취약하다. 한번 아프면 며칠씩 아픈 아기들인데 어느 회사가 그런 엄마의 사정을 이해해 줄까...? 주변 워킹맘들을 보면 아이가 아플 때 눈치 보며 회사를 다닌다. 출근한 엄마의 마음도  편치 않다는 것을 안다. 그냥 이런 게 워킹맘의 현실 같아 쉽사리...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아이를 보고 집안 살림을 하는 것인데... 그냥 남편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나는 너무 많은 것들이 변한 것 같을 때 속상하기도 하고 그런 내 마음을 몰라주는 남편이 미울 때도 있다.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고모에게 전화를 건 적이 있다. 그때 고모가 그랬다.

"그때가 제일 힘들어, 조금만 참아 아기 좀 크면 그래도 나아 그때 너 일 하고 살아 다 그러고 산다"


다 그러고 산다.라는 말에서 그냥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대단해 보였다. 다들... 이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육아라는 것은 상상했던 것보다 정말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주변에서 제발 둘째 얘기 좀 안 꺼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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