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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밤 Dec 17. 2023

화가 치밀어 올랐다.

가득 쌓인 설거지 어질러진 거실 그 속에서 만든 떡볶이

금요일은 남편이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여 저녁을 먹고 들어온다고 했다.

간만에 만나는 친구들이기에 즐거움에 많이 마시고 행복하게 놀다 들어오겠구나 했다.


그 속에서 나도 놀고 싶다는 마음이 올라왔다.


아이를 낳고 나니 친구들과의 만남도 쉽지 않을뿐더러 힘들게 육아하는 나인걸 알기에 친구들이 오히려 내가 부담스러워할까 봐 만나자는 말을 잘 안 한다. 28살에 결혼한 나이기에 31살인 지금도 미혼인 친구들이 많다. 절친들은 다 미혼이다.


직장인과 전업주부의 시간은 맞지 않다. 술 마시고 즐겁게 노는 거 나도 좋아했었다. 그런데 엄마가 되니 쉽지 않을뿐더러 만나는 반경이 이젠 정해져 있다. 가끔 내 아이와 같은 또래의 엄마를 만나 커피 한 잔 마시며 육아를 얘기하는 것으로 답답한 마음을 풀곤 하지만 곧 아이를 하원하러 가야하고 저녁을 차려야 한다.


나도 놀고 싶다. 나도 친구들도 만나고 싶다. 내 생활 패턴은 이렇게나 바뀌어 버렸는데 남편은 아닌 것만 같다.


퇴근 후 친구들 모임에 가는 그에게 잘 다녀오라고 말하며 나는 아이의 국과 밥을 준비해 먹였다.

마음이 불편해서였을까...? 오후에 먹은 붕어빵이 걸렸는지 체하고 말았다.


아이와 책을 읽고 놀아주다, 요즘 기저귀를 입기 싫어하는 아기가 팬티에 그리고 바닥에 실수를 했다. 이걸 여러 번 하니 나도 미치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시간마다 화장실 갈까?라고 말하면 안 마렵다고 해놓고 쉬를 한다. "보물아... 쉬 마려우면 엄마한테 말해줘 알았지?"라고 말한 뒤 보물이의 팬티 5장과 바지를 빨고 아이를 재우며 나도 잠이 들었다.


몇 시가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강아지 짖는 소리에 살짝 깼다. 남편이 들어왔나 보다. 다음날 일어나 카톡을 보니 12시가 넘어 집에 오고 있다고 보낸 메세지를 보니 새벽 1시쯤 들어왔나 보다.


아침이 되어 속이 안 좋다며 골골 거리는 남편을 보는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오랜만에 사람들 만나 술 마시고 놀았으면... 다음날은 좀 나은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말이다.


한 달 전부터 듣고 싶은 문화센터 강의가 있어서 나는 오전에 나가봐야 했다. 남편에게 말 한 뒤에 아기 반찬하고 국을 알려주고 나가려는데 "밥도 해놓고 가줘요~!" 농담하듯 웃으며 말하는 남편.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쌀만 씻어 불려놓고 나갔다.


싱크대에 어제 쌓인 설거지들이 너무 쌓여 있어 하고 나갈까? 생각하다 늦을 것 같아 그냥 나왔다.


그렇게 내가 듣고 싶던 강의를 듣고 카페에 들러 정리를 하고 기분 좋게 집에 왔는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싱크대에 더 쌓인 설거지와 돼지우리 같은 우리 집 모습에 너무 화가 났다.


저녁에 먹으려 했던 떡볶이를 하려는데 설거지가 한 껏 쌓인 싱크대에서... 내가 뭘 하라는 것인가! 싶었다.


아무리 아이랑 둘이 있었다고 해도 주방이든 거실이든 조금씩 정리할 수 있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디를 가려하면 늘 아이가 먹을 거 남편이 먹을 거 다 챙겨놓고 나가야 하고 남편은 그냥 그 몸 그대로 나가는 게 너무나도 너무나도!! 싫었다. 나도 그냥 나가고 싶고 나갔다 돌아왔을 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치밀어 오르는 화와 서러움에 눈물이 흘렀고, 남편은 그런 나를 보면서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지었다.

맛있게 끓여진 떡볶이와 다르게 식탁분위기는 싸해졌다. 아무 말 없이 떡볶이를 먹는 나에게 남편이 말했다.


"그럼 당신이 나갔을 때 내가 설거지도 다 해놓고 집도 치워야 하는 거야? 당신 나가고 나도 바빴어 아이랑 놀아주고 밥 먹이고 양치시키고 아이 재우다가 나도 잠든 거야 그리고 당신이 온 거고 집이 더러워도 한 명이 아기보고 한 명이 치우면 되는 건데 그게 그렇게 울 일이야?"라고 말하는 그에 말에 나도 생각을 해봤다.


발 디딜 틈 없는 집안을 보며 나는 왜 이리 화가 났는지 말이다.

어질러진 집에 화가 난 게 아니다. 남편이 자유로워 보여 화가 난 것이다. 나는 아이를 낳고 자유롭게 살지 못하는 나인데 친구들을 만나고 회식을 하고 편안하게 먹는 술자리가 부러웠다.


낮에 너도 만나면 되잖아?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나도 저녁에 친구들 만나고 싶다. 집에 돌아와 이것저것 해야 한다는 생각 없이 친구들과 마시고 싶다. 그러기엔 친구들도 나도 많이 변해버렸다. 아기를 낳고 육아에 치여 연락을 자주 하지 못했다. 미혼과 기혼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게다가 아이를 낳고 안 낳고의 차이도 컸다.


나는 남편이 부럽다. 그리고 미치게 슬픈 감정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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