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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밤 Dec 27. 2023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자기 계발 서적들을 보면 대부분 앞만 보고 달리라고 말한다.

앞만 보고 나를 갈아 넣어야만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이다.


올해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그렇게 해보았다. 목표에 반은 가까워지긴 했지만 내 마음은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심신이 지쳐있었고 앞으로도 이렇게 해야만 내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에 한숨 밖에 안 나왔다.


그때 마치 내 마음을 들여다 보라는 듯이 몸이 굉장히 아팠다. 거의 2주간 밥 맛도 없고 기운도 없고 식은땀만 뻘뻘 나고 어지러워 수액까지 맞은 적이 있었다.


그때 알았다. 정작 내가 원하던 것은 이것이 아니었음을. 행복하게 목표를 이루는 것이었지 목표만 보고 앞만 보고 달려 나가는 것이 나의 목표는 아니었다. 분명히 잘하고 있는 나인데 나보다 더 잘난 사람, 잘하는 사람들만 보면서 나에게 채찍질을 해댔다. 속에선 <왜 그것밖에 못해, 더 잘할 수 있잖아, 그래가지고 원하는 거 할 수 있겠어?>라고 말이다.


누구보다 내가 나 자신을 응원해줘야 하는데 못한다, 못한다라고만 했다.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은 중요하나 쉬지 않고 달리기만 하는 것은 오히려 나에게 독이라는 것을 올해 경험으로 깨달았다.


조금은 느리더라도, 조금은 안 될지라도, 나의 속도대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하는 것이 나를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서도 좋은 방향이다.


채찍질만 했던 나에게 오늘은 말해주고 싶다.

고생했다고, 올해도 잘 해냈다고, 기특하다고 말이다.


어쩌면 어린 시절 부모님께 듣고 싶었던 말이기도 하다. 우리 딸 장하다. 잘했다. 멋지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못해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남에게 보이는 것들 결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 자신이 한 노력에 대한 말들을 듣고 싶었지만 내 곁엔 없었다.


고생했다. 잘 해냈다. 괜찮다. 기특하다. 멋지다.라고 나에게 말해주니 눈물이 난다. 누구보다 내가 나를 응원했어야 했는데 채찍질만 해서 미안했다. 올해의 나에게.


내년엔 앞만 보고 가기보다 나를 알아주고 들여다보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예정이다. 누구보다 든든한 내편은 나다. 내가 나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내가 나를 사랑해주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해 줄 수 없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친정엄마 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리도 부러웠다. 그때마다 괜찮은 척하며 그리운 그 마음을 억눌렀다. <괜찮아 지금까지 혼자서도 잘 해왔잖아 뭐가 그리 부러워>가 아니라 이제는 <그래 부럽지, 부러울 수밖에 없지, 엄마가 많이 보고 싶구나.>라고 말하며 내 마음을 토닥여주기로 했다. 엄마로서 그리고 나로서 올해 참 고생 많았다.


내 딸에게는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에 아낌없는 칭찬과 응원을 보낼 수 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 나를 먼저 안아주는 내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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