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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밤 Jan 25. 2024

감사하라고? 감사가 뭔데

감사할 것이 있어야 감사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작 30년 인생일 뿐인데 누가 보면 몇십 년은 더 산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주변에서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너는 인생 2 회차니?> <도대체 몇 년생이니?>라고 말이다. 


나는 감사라는 것을 모르던 사람이었다. 누군가에게 무언갈 받거나 도움을 받았을 때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쓰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 내가 감사하는 법을 알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의 인생 암흑기 때였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에 나는 내 삶에 감사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저 하늘만 원망했을 뿐이었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러냐고, 내가 무엇을 잘못했냐고 말이다. 

삶에 의욕이 없어서 그냥 이 생을 마감해야 하나 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했었다. 그런 내가 죽지 말고 살아야겠다 싶었던 것은, 나에게 있는 동생이었다. 나까지 죽으면 내 동생이 너무 불쌍해지니 동생 곁에 하나뿐인 가족 나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싶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아니... 그냥 내뱉는 언어가 전부 욕이었던 그때, 삶에 감사한 것이 하나도 없었던 그때 나는 일부러라도 하루 한 개 두 개씩 나에게 감사한 것을 찾아 노트에 쓰기 시작했다. 


<오늘 출근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내 몸이 건강함에 감사합니다>

<날씨가 좋아 감사합니다> 

.

.

.


이렇게 하나둘씩 쓰기 시작한 나의 감사일기는 1년 2년이 지나 일기장도 조금씩 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인생도 사람관계도 변하기 시작했다. 


나에게 생긴 자그마한 일에도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고 나에게 좋은 에너지가 채워지며 주변 사람들도 그러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말 아이러니하게 나는 내 인생의 암흑기라고 말할 수 있는 아빠가 돌아가셨던 그 해를 기준으로 나 자신은 많이 바뀌었다. 스스로 독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고 고된 상황들도 참 많았던 그때, 욕으로 하루를 채우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감사로 조금씩 내 삶을 바꾸기 시작했다.


지금은 감사일기를 따로 쓰진 않는다. 마음에서 감사가 우러나오면 감사하다는 마음을 느끼고, 가끔 노트에 손으로 직접 쓰고 싶다 할 때는 펜을 들어 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족이 건강함에 감사합니다>

<내 집이라는 공간에서 편히 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

.

이렇게 일상 속에 감사함을 하나씩 적는다. 


감사할 것이 있어야만 감사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사함은 늘 곁에 주변에 있었다. 내가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을 뿐이었다.


오늘 하루도 사랑하는 내 남편이 건강한 것에, 내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것에 참으로 감사하다. 


잘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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