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야의 콩트 (19)

언빌리버블

by 최병석

주인씨는 비주류에 속한다. 여러모로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비주류로 살아가는 것은 사실 따분하고 지루하다.

주류가 된 채로 살아가면 이런저런 상황에 드나들기 쉽다. 주류는 아무 곳에나 비벼대도 별 탈이 없다. 눈에 띌 일이 거의 없다. 반면에 비주류는 금방 눈에 뜨인다. 그 수가 별로 없어서 그렇다. 술 얘기다. 주인씨는 술을 못 먹는다. 그가 처음부터 술을 못 먹는 사람에 속했던 건 아니다. 그도 술을 먹었었다. 다만 그가 주도의 첫 단추를 잘못 채운 덕분에 주류에서 비주류로 전락(?)해 버리긴 했지만서두... 그가 영업을 빙자한 회사의 법인카드로 먹어치운 고급 양주의 양은 상당했다. 물론 저 혼자 개인의 욕심만을 채우고자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한때 술을 마시면 그의 뒤에는 늘상 고래가 따라다니곤 했었다. 고래가 이기나 , 주인씨가 이기나 상황은 항상 경쟁모드로 돌입했고 거의 대부분을 주인씨의 승리로 끝이 났다는 판단이었다. 왜냐면 항상 술자리의 끝에는 고래가 좋아하는 물대신 주인씨가 좋아하는 해장국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암튼 그 커다란 고래를 이겨내던 주인씨의 캐퍼시티에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그의 나이가 정확히 딱 오십 줄에 들어서는 순간 뒤를 따르던 고래가 저만치서 달려 나가는데도 주인씨의 행보는 이상하리만치 처지고 볼썽사납게 고래의 뒷다리나 붙잡는 처지가 돼버린 거다. 레이싱 후 가뿐하게 들이켜대던 해장국마저 안착을 거부하고 총총걸음으로 뒤섞인 채 세상구경을 원했다. 주인씨가 용기를 냈다. 술병이라도 난 것일까? 병원문을 두드렸다. 거금을 내고 그의 몸상태에 대해 속속들이 브리핑을 마친 연후에 의사를 알현할 수가 있었다.


"어이쿠, 조금만 늦게 오셨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주인씨의 위가 빵꾸 일보직전이란다.


'어쩐지 자꾸 속도 쓰리고 명치끝이 아프더라니...'


의사쌤께서 지엄하신 분부를 하달하셨다.


"반드시 금주하셔야 합니다. 담배도 끊으시고요"


하여 주인씨는 주류에서 벗어났고 비주류 멤버가 되었다.

그런데 오비이락이랄까? 꼭 이런 일이 생기고 나면 반대급부로 벌어지는 일들이 있다.


"이여 주인씨! 요번에 협력회사 사장단 모임이 있다는데"

"특별히 이번 모임엔 꼭 와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고민이 된다. 하필 요때에 이런 중차대한 일이 생긴다.

의사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일단 급한 대로 주사와 약을 처방해 드릴 테니 모임 때까지

몸을 잘 추스르시고 난 후에 함 봅시다"


급한 대로 땜질처방을 받아 들고 속 쓰림을 이겨냈다. 이제 낼모레면 모임엘 가야 한다.


"저 쌤! 이거 댑다 중요한 모임인데 가도 될까요?"


"네 가셔도 좋은데요, 적당히 드시는데 술은 절대 안 됩니다"


주인씨가 급한 대로 모임에 가게 되었다. 문제는 술이었다.

사장단모임이면 술이 빠질 리가 없고 또 술을 안 먹게 되면 이런저런 교류도 맥이 빠지고 서먹하기 일쑤였다.


'아오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데 이걸 어쩌지?'


밤새 고민하던 그가 해결책을 찾았다. 그가 챙겨간 가방 속에

<논알콜 맥주>를 잔뜩 챙겼다. 잔도 필요 없는 캔맥주를 한 보따리 챙겨갔다. 반응도 좋았다. 사장단의 호응도 최고조였다. 끊김 없는 대화, 의사의 권유도 착실하게 지켜냈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언빌리버블~♡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여어 김대표! 조심해서 들어가고 담주에 봐요"


아파트가 코앞인데 음주단속 중이다.


"들이마시고 내뱉고, 다시 한번~"


"삐이~익"


"면허정지 되셨습니다 "


"네? 헉! 저 논알콜맥주 먹었는데요?"



주인씨의 몸상태가 논알코올 맥주조차 해석하기에 힘이 들었던 것일까? 성이 차가요 이름이 주인씨 <차주인>씨가 멀쩡하지 못한 정신으로 차를 몰다가 면허정지, 차주인자리를 내주게 생겼다. 우얄꼬?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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