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보들

서랍장

by 최병석

오랜 세월을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주무시고 계시던 할아버지가 다락방 한 귀퉁이에서 자꾸만 헛기침을 해 댄다 웬일인가 싶어 다락문을 열어보지만 낡은 소리만 가끔씩 튀어나올 뿐 세월은 지쳐 계단에 주저앉아 퀴퀴한 냄새로 자신을 알려 주네 오늘따라 잔기침이 요란하여 할아버지에게 뭔 일이라도 일어났는가 지친 세월을 끌고 올라가 훅훅거리며 싸워대는 말다툼 소리를 진정시키며 할아버지의 곤한 잠을 깨운다 할아버지 뭔 일이 있소? 슬그머니 열어젖힌 머리맡의 서랍 안에서 할아버지의 곰방 대가 살아서 춤을 춰댄다 몰래 꼬불쳐두었던 곶감주머니도 꿈틀거리더니 손주랍시고 챙겨 주시던 사탕 단지도 미소를 짓는다 할아버지 인나소 마! 이 서랍 저 서랍 열어젖히는데 쿰쿰 한 냄새만 한가득 눈앞에 살아 미소 짓던 할아버지가 손 내밀어 잡고자 하니 닫혀버린 서랍 속에서 먼지로

모양을 바꾸고는 쿵 소리로 사라져 버린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