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문태준 시를 들여다 보다가
와병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베개들을 올려보았네
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놓은 百年이라는 글씨
저 百年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랑은 누구였을까
병이 오고, 끙끙 앓고, 붉은 알몸으로도 뜨겁게 껴안자던 百年
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百年이라는 말
강물처럼 누워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百年이라는 말
와병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하루를 울었네
♡시를 들여다 보다가
멀리서 바라만 보았던 백년이 훌쩍 커서 눈 앞에 아른거린다.
나는 단지 갓 예순을 넘겼고만 어찌 백년이란 말이 이리도 쉬운가? 잠시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뜨고나면 백년이라는 글자가 눈 앞에서 코웃음을 치고 앉아있다. 이 백년을 해로하며 함께 가야 할 옆지기가 아파서 먼저 갔다.그리고 그걸 들여다 본다.
활짝 피어 있는 꽃들도 지고 병으로 끙끙 앓던 당신을 먼저 보내놓고 등을 대고 나란히 누워 쓰다듬으며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당신이 이제 없으니 하루를 울 만하다.
기어코 나도 시인을 따라 눈물을 흘린다. 남아있는 마흔 여남은 날... 당신과 함께 할 백년 서로서로 함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