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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거시기 (5)

월식/김해자

by 최병석


달이 진짜 안 뵈네

뭔 일로 멀쩡하던 보름달이 갑재기 안 보인다

사람만 그런 게 아녀

해도 달도 사연이 많어


자식 놓쳐불고 죽을라고 밤에 강으로 갔는디 컴컴

항 게 암것도 뵈지 않으니께 여가 거근지 거가 여근

지 모르겠더라고. 일단은 들어갔어. 근디 허리까지

차니께 몸이 붕 뜨더라고. 막 뜨니께 으디를 붙잡을

디도 운구, 죽으러 드갔는디 죽어야 하는 건지 살아

야 되는 건지, 이 꼴로 으디를 가나 내 맘만 젖었다

니께.


그 훤하던 게 으디 처박했나

물에 빠졌으까 산에 맥혔으까

달이 한창씩이나 안 나오네

그래도 뭐 다 가리진 못하고 둥그런 테두리가 보이

는디

아주 죽은 게아녀


물은안 되것고눈 감고 뛰어내리문 괜찮을거같

어 저짝에 옥상 꼭대기로 허리 붙잡고 올라가는디

죽을 맛이더라고. 이제 죽으나 저제 죽으나 죽을라

고 올라가는디, 허리가 아파 죽겠어. 나는 모르것지

만 합한 꼴 볼 사람들 떠올리니께, 도저히 못 뛰어나

리겠데.


별이 저리 많아도 달 하나 못 구하나

별이 아무리 여럿이 박혔어도 달 하나만 못 혀

하이고야, 저 하늘 좀 봐 목화송이마냥 휠혜

물에 처박혔다 꽃이 되었구마


저승길 밟은 몸으로 살아보자, 어디까정 갈지 모르

거지만 살다보문 무슨 수가 있것지. 그냥 살기로 혔

어. 아프다 아프다 해도 죽게 아프지는 않으니께 살

아야지. 나 죽네 나 죽네 하문서도 세상은 돌아가잖

여.


야아 달이 살아났네

저기 좀 봐 달이 나오잖여

나 달이다, 허고 일어났잖여


<니들의 시간/김해자/창비출판>


♡시를 들여다 보다가


살다보면 무슨 수가 있겠지 .그냥 살기로 했어. 아프다 아프다해도 죽게 아프지는 않으니 살아야지. 인생 뭐 있나? 걍 살자!시인은 내내 아팠다. 아플 땐 그 흔한 해도 달도 안 보이겠지. 왜 그러잖은가? 강퍅해지면 하늘 한 번 올려다 볼 틈도 없더라구.자식을 앞세운 부모가 뭔 살 맘이 있을까? 이렇게 저렇게 죽을 궁리를 해보는데 그 몸뚱아리 하나 계획대로 건사하질 못하니비참하겠지.그러다 문득 하늘의 훤한 달을 보게 된거지. 야아 달이 살아났네 저기 좀 봐 달이 나오잖여 나 달이다,하고 일어났잖여~ 그렇다! 일어나고 볼 일이다. 환한 달만 보고 일어 날 일이다.그러다보면 무슨 수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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