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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거시기 (6)

꼬리/김준한

by 최병석

말 많은 세상,

둥글게 말아 보낸 말도

몇 사람 입방아 거치면

끝이 날카롭게 변해 돌아온다


사랑은 은유가 좋지만

이별은 직설이 덜 아프다

이미 돌아선 마음


핑계가 될 수 없는 수사법은 서로에게 더 잔인한 부연 설명일 뿐


퇴근 후 집에 도착하면

꼬리가 부러지라고 흔드는 녀석들

직유법의 고수다

미사여구 하나 없는 꼬리 때문에

하루치 곤함이 상사의 꾸지람에

혼난 듯 줄행랑친다


눈치 없이

은유로 말하고 싶은 나를 알아챈,

한마디도 하지 말라며 내 입술을

직설로 핥는 아롱이다롱이


나에게도 꼬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눈물강 위에 세운 다리/김준한


♡시를 들여다 보다가


사람보다 훨씬 낫다.말로 상처를 주고 표정으로 능욕도 서슴치 않으며 이용하다가 발로 차 버리는 게 예사다.혹여 탈이 날까봐 둥글게 말아보낸 말도 사람을 거치다 보면 무기가 되어서 상처를 남긴다.직접적인 말에 상처를 받을까 봐 온갖 머리를 짜내 은유로 표현해보지만 얕은 술수라며 퇴짜를 맞는건 한순간이다. 그렇게 복잡한 수싸움에 되레 상처를 입고 집에 돌아와 미사여구 하나없는 꼬랑지의 사랑표현에 위로를 얻는다. 뾰루퉁하니 튀어나온 입술을

입막음하듯 핥아주는 아롱이와 다롱이...

작가도 꼬리를 달고 화답하고 싶은데 아쉽게도 꼬리는 없고

메타포를 연방 외쳐대는 비유법만 쏜 살마냥 날아간다.

진심과 공감이 흔들리는 꼬리와 비교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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