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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巨詩記

꽃눈/고영민

by 최병석

나는 꽃눈을 보러 나오고

꽃눈은 무얼 보러 나왔나


내 눈 속에 꽃

꽃눈 속에 나


꽃이 피어나면

나 피어날까

나 피어나면 꽃도 피어날까


나는 꽃이 아니고 꽃도 내가 아니어서


나는 꽃눈을 보러 나오고

어린 꽃눈도

슬픈 나를 보았네



<봄의 정치>저자 고영민

출판 창비,발매 2019.07.25


♡시를 들여다 보다가


본격적인 꽃세상이 열리기 전에 꽃들이 눈을 뜬 채 멀뚱거리면

나는 감탄을 거듭해하며 신기해한다.

"어라,꽃눈이 나왔네!"

분명 나는 꽃눈을 보러 나왔고,나왔는데 꽃들에게 눈이 있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질 못했다.내가 꽃눈을 들여다 본 것처럼 꽃들도 눈을 들어 멀뚱거리며 나를 보고 있었다는 것일까? 사실 꽃들이 그 예쁜 눈을 가지고 무얼 보러 나왔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나는 장차 피어날 화려한 꽃들의 <직전숨죽임>을

보러 나왔다. 그리고 꽃들은 어쩌면 한창 때가 지나 주름진 꽃들을 표면에 내세운 <또다른 직전 숨죽임>을 보며 슬퍼하는 나를 보러 나왔을 것이다.어린 꽃눈이 무얼 알고 슬픈 표정으로 저리도 저릿저릿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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