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그래씨의 집은 서울하고도 왕십리에 있다. 혹자는 그랬다.
가진게 아무것도 없어도 서울 어딘가에 집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면 대단한 혼수품을 이미 확보한 셈이라고.그러나 현실은 개뿔이다.보잘것 없는 집만 달랑 소유하고 있을 뿐 헐렁한 포도청의 입구에 자극이라도 주려면 사방팔방 이동이 필수요소이다.즉 다시말해 밥벌이를 위해선 서울을 벗어나 수도권내에 위치한 회사엘 다녀야만 한다는게 함정이라면 함정이었다.
날마다 그래씨는 서울이라는 값비싼 동네를 벗어나 생각보다 저렴한 밥을 키워먹을 수 있는 회사를 향하여 전철을 탄다.
비싼곳에서 싸디싼 곳으로의 여정을 통해야만 삶을 이어갈 수가 있다는 아이러니속에 그래씨는 오늘도 전철의 전철에 의한 전철생활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다.
오늘 아침은 늦잠을 잤다.당췌 떠질 생각을 안하는 눈꺼풀의 무게를 겨우 이겨내고나니 벌써 오전11시다. 달리 엊저녁에 무얼 했다는 기억이 없는데 개피곤한 것을 보니 일주일내내 시달렸던 전철의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결과로 나타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아닌게 아니라 사실 출퇴근시간이 회사생활보다 더욱 힘이 드는게 사실이다.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이겨냈는데 이번엔 몸이 천근만근.
억지로 맛난 것을 투여하겠다는 시그널을 주어 겨우 일으켜세운 몸으로 출근길에 나섰다. 전화를 때렸다.
"부장님! 지가 겨우 일어나 보니 벌써 대낮이네유. 오늘은 반차를 쓰겠습니다.죄송함돠"
알겠다는 부장님의 대답에는 온갖 신경질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적잖이 신경을 써보지만 어쩌겠는가?
정오가 다 된 지하철내부는 복잡지수50을 가볍게 이끌고 있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핑크빛 임산부 양보석에는 얼굴 두꺼워 날카로운 창도 못뚫을 아줌마가 앉아있다.그런데 가만보니 그게 아닐수도 있겠다는 생각. 혹시나 늦둥이라도 장착한 걸지도 모를 일일 수도 있겠다.왜냐하면 앞으로 튀어나온 소세지의 양이 여차하면 부름에 답하고 튀어나올 임신10개월 그 상태와 무척이나 닮아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천천히 그 아줌마의 몸매를 더듬어 보게 되는데 아차싶어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 그래씨는 치한으로 몰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전철은 분당시내로 접어들고 있었다. 안내방송멘트와 함께 출입문이 열리더니 핑크빛좌석옆 빈 자리에 하얀색 가방이 들어와 앉았다.우르르 들이닥친 사람들보다 먼저 자리를 잡은 것이다. 자리에 앉으려던 여학생이 머뭇거리는 찰나였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연세드신 아저씨 한 분이 그 가방을 집어 냅다 열려있는 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어머멋 아니 아저씻~"
놀란 가방주인 아줌마는 급히 가방을 따라 닫히기 일보직전인전철에서 빠져 나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 아저씨에게로 향했다.미처 해내지 못했던 속 시원한 일을 해버린 그 용기(?)에 존경스러움을 가득 담은 눈빛을 마구 쏴대면서...
성이 방가요 이름이 그래씨 <방그래>씨는 이름처럼 방그래 웃으며 <아저씨의 참교육에 대응하는 아줌마의 자세>에 대해 출근일지에 빽빽한 기록을 남기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