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칙연산의 룰
지해씨는 오늘도 아침부터 지적질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대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지해씨의 키는
162센치인데 몸무게는 62킬로를 가리킨다. 대개 통상적으로는 키에서 110을 뺀 수치가 정상 몸무게라고들 하는데 지해씨 생각은 다르다. 그렇게 나온 수치는 그저 이상적인 수치일 뿐 다소 거리감이 있을 거라는 판단이다. 그러니까 지해씨 생각은 키에서 100을 뺀 수치정도는 되어야 적당할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 중이다. 그런 고로 오늘 62킬로를 가리키며 지적질로 마음을 상하게 했던 저울과의 한판승부는 지해씨가 결국 이기고 말았다는 승리감에 휩싸인 채로 막을 내리고야 말았다. 그렇게 막을 내린 신경전의 끝에서 지해씨는 왠지 찝찝하고 개운치가 않다. 분명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어야 할판에 그래도 저울의 바늘은 60킬로 아래로 향했어야 했다는 속삭임이 자꾸만 들려온다.
그러다가 달력을 쳐다보았다. 7월이 시작되었고 이제 곧 휴가시즌이다. 올해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모처럼 함께 하기로 하였다. 물론 장소는 시원한 바닷가로 정했다. 바닷가 근방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계시는 친구 경해 씨의 부모님께서 지해씨 무리들을 초대해 주신 것이다. 그러자니 자꾸만 찝찝하고 불만 섞인 속삭임이 그녀의 귀를 때려댄 것이다. 뭐라도 해야 한다. 다들 옷 속에 감춰진 진실(?)들을 자신 있게 내놓으며 내 몸이 아닌 다른 몸을 평가할 텐데 그 평가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않으면 심히 곤란하고 피곤해진다. 이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고민을 거듭하던 지해씨의 눈에 이런 모집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함께 러닝 할 멤버를 구합니다> 10킬로미터 한 시간 내외, 평균페이스 5분대, 협의 요함
지해씨는 그나마 뜀박질에 자신감 충만이다. 바로 전화를 때렸고 면접일정까지 잡았다.
"여보세요? 저 러닝크루 모집공고보고 전화 드렸는데요"
"아, 네네 마침 내일 저희 크루 모임이 있는데 면접 오시겠어요?"
카페에서 만난 크루멤버들의 인상이 다들 푸근하니 좋았고
특히 리더 격인 남성은 운동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매의 소유자로 훈남이었다. 게다가 남녀의 숫자가 3대 2로 마침 비어있는 자리로 끼어들면 아주 좋은 케이스였다.
"담주부터 참가 가능하십니다"
"아, 좋아요 준비물이나 장소등은 단톡방에 공지할 거니
톡방확인하시면 되고요~"
일사천리로 뜀박질의 멤버가 되었다. 이제 일주일에 세 번 해서 대략 10회 정도의 뜀박질로 만 족치에서 벗어난 2킬로 이상의 살을 떼어내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뭐든 저지르고 봐야 한다. 그래야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결과가 만들어지니까... 지해씨는 10회 정도의 뜀박질에 꼬박꼬박 참여하였다. 그리고 많은 땀을 흘렸다. 그리고 이제 낼모레면 휴가시작이다. 그런데 마냥 해피하지가 않다. 조금 전에 저울에 오른 지해씨의 마음을 저울의 바늘이 아프게 찔러댔다. 그 간단했던 2킬로의 살이 사라져 줄 만도 했건만 되레 없던 살을 데리고 나타났다.
망했다. 이번 휴가 포기해야 할까?
성이 진가요 이름이 지해씨 <진지해>씨가 이름처럼 진지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는 정말 열심히 뛰었고 수많은 땀도 흘렸지만 러닝크루의 훈남리더에 꽂혀 남다른 먹방기회를 붙잡은 채 분위기를 잡아먹고야 만 것이었다.
갑자기 어두워진 사칙연산의 룰, 빼는 것보다 더하는 것이 많으면 그 대답은 오른 살로 대답하고야 말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