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건축이 즐거워졌다

by 언젠간 지을 집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 나는 다시 건축을 시작하면서 즐길 여유가 없었다.


‘늦었다’는 생각이 늘 발목을 잡았고,

매 순간이 조급했다.


하나라도 더 알아야 하고

남들만큼은 따라가야 한다는 불안감에

공부는 늘 긴장과 비교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요즘은 건축이 ‘무섭지’ 않다.




공부가 아닌 감각이 되다!


그 변화는 아주 작은 데서 시작됐다.

집 앞 공원의 조경을 바라보다가,

‘이 벤치는 왜 저 방향으로 놓였을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전까지는 책에서만 보던 “동선”, “시야각”, “풍향” 같은 단어들이

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기 시작한 거다.


사람들이 흘러가는 골목,

햇빛이 드는 건물의 창,

편의점 출입문 앞의 턱까지.


나는 건축학도가 아니라,

그저 공간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요즘 나는 스스로에게 ‘과제’를 낸다.

학교도 아니고, 제출할 데도 없지만,

내가 스스로에게 주는 숙제 같은 것들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 자주 가는 카페의 내부 구조를 스케치해보기

- 지하철 플랫폼의 구조물을 관찰하고 분석하기

- 친구 집으로 초대를 받을 땐, 실내 동선을 상상하며 공간 리디자인 구상해보기


이런 과제를 할 땐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순수한 호기심이 동력이 된다.


그래서 피곤하지 않다.

재밌다!


그리고 내가 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믿음’이 자란다.






이전에는 공부와 삶을 따로 분리해 생각했었다.


공부는 해내야 할 것...

삶은 버텨야 할 것...


하지만 지금은 그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내가 사는 공간을 스스로 의식하고

작은 구조의 이유를 추측하고

생활 속 불편함을 개선하고 싶어지는 감각이랄까?


이 모든 게 공부가 아니라,

그냥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그걸 깨달은 어느 날,

나는 진짜로 웃었다.

“아, 이제야 나는 건축을 ‘즐기고’ 있구나!”


sticker sticker


...물론 여전히 나는 초보자다.

자격증도 없고, 포트폴리오도 빈약하고, 실무 경험도 없다.


하지만 지금 나는 건축을 사랑하고 있고

내 삶 속에 그걸 녹여가고 있으며,

무너지지 않고 계속 짓고 있다.


이 감각과 리듬이,

지금의 나를 가장 멀리 데려다줄 거라는 확신이 있다.






다음 글에서는

조금 더 구체적인 ‘하루’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건축과 공부를 병행하며

작은 루틴들을 쌓아가고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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