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부법, 늦게 시작한 사람의 루틴

by 언젠간 지을 집

건축을 다시 공부한다고 말하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일하면서 그게 가능해요?”


가능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가능하게 만들려고, 매일 조금씩 구조를 짓고 있다.


지금 내 일상은

직장인과 건축학도, 그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하루의 반복이다.






내가 하루를 설계하는 방식


출근은 오전 9시.

아침 7시에 눈을 떠 캡슐커피를 내리고,

전날 밤 미뤄둔 짧은 강의 하나를 본다.


점심시간 12시 30분.

식사를 빨리 끝내고 회의실 한쪽에 앉아 또 강의를 본다.

출퇴근 시간엔 무선이어폰으로 건축 이론 강의를 듣는다.

눈은 창밖에 있지만, 귀는 구조 역학 안에 있다.


밤 10시.

가장 피곤하지만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소중한 시간!

이때부터는 아무 방해 없이 나만의 도면을 꺼내는 시간이다.


늦은 저녁 두 시간, 이 시간이 전부다.

그래서 더 집중한다.

작은 공간이라도 좋으니, 이 시간만큼은 나를 설계하는 데 쓰고 싶다.






무너지지 않으려면, ‘리듬’이 필요하다!


사실 건축 공부는 머리로만 되지 않는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손으로 도면을 그리고

감각으로 구조를 이해하고

때론 실패한 과제를 다시 반복해야 한다.


이걸 꾸준히 하려면

체력도, 감정도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루틴을 ‘거창하게’ 만들지 않기로 했다.

작고 반복 가능한 단위로 나눴다.


- 강의는 20분 단위로 매일

- 실무 감각을 위한 도면 연습은 일주일에 1개씩만


무너졌던 적이 있기에 안다.

계획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전제로 루틴을 설계해야 한다는 걸.


그래야 멈췄을 때 자책 대신 복귀할 수 있다.






SNS 속 누군가는 이미 실무 중이고,

누군가는 멋진 포트폴리오를 자랑한다.

처음엔 그게 참 부러웠다.


조급했고, 초라했고,

속도가 느린 나를 자꾸 의심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나는 내 속도로, 내 방식대로,

그리고 내가 만든 루틴대로 가고 있다는 걸 안다.


한 번 무너졌던 사람이기에,

다시 짓는 감각은 누구보다 섬세하다.


나는 그걸 내 공부에 적용하고 있다.






아주 작은! 도움도 소중하다.


이런 루틴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도움’들이 있었다.


가장 고마웠던 건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걸 알려준 것들이다.


어떤 날은 온라인 강의 플랫폼에서

건축 관련 기초 강좌를 발견하고 기뻤고,

어떤 날은 유니와이즈 유튜브에서

나처럼 건축을 늦게 시작한 사람들의 공부 방법과 후기를 읽으며

이상하게 위로받기도 했다.


단 한 줄의 공감도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될 때가 있다.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는 건

그냥 책을 펴는 일만은 아니다.


삶 전체를 설계하고,

자신의 리듬을 조정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 스스로를 설득하는 일이다.


나는 아직 부족하고

이 길이 항상 확실한 것도 아니지만

하루하루 내가 만든 루틴은 분명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다.


그 끝에 어떤 집이 서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는 오늘도

도면 위에 선을 하나 그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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