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나에게 ‘증명서’가 생겼다.
‘건설기술인 경력증’이라는 경력수첩.
한 장을 넘겨보면 '중급’이라는 작은 문구도 함께!
이건 누군가에겐 별것 아닐 수 있지만,
나에게는 지금껏 걸어온 1년의 결과였다.
학점은행제로 건축공학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한 지 약 1년.
유니와이즈 원격평생교육원에서 몇 번의 시험을 치렀고
연습용 도면에 다시 그린 선만 해도 수백 개.
그런데 언젠가부터,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라는 물음이
조금씩 ‘내가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자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조금은 어설펐지만,
내가 배운 지식과 감각이 실무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변화가,
경력수첩 등급 승급이라는 현실적인 ‘결과’로 돌아왔다!
사실 나는 자퇴 후 오랫동안
이력서를 쓸 때마다 ‘학력’ 칸에서 멈칫했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 몰랐고,
적는다고 해서 뭔가 증명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학점은행제로 학력을 인정받고,
건축 관련 전공 학점을 하나하나 채워나간 끝에
경력수첩 등급을 올릴 수 있는 ‘학력지수’ 조건을 갖추게 됐다.
이건 단지 점수나 자격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다시 공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공부가 내 삶의 계단이 되어준다는 것.
그게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모른다.
건설기술인 경력수첩을 받던 날,
혼자 책상 위에 올려두고 한참을 바라봤다.
1년 전, 나는 방 안에만 있던 사람이었다.
‘건축’이라는 말만 들어도 숨고 싶었다.
그런 내가 이제는
현장대리인 타이틀을 아주 작게나마
어깨에 얹기 시작했다.
물론 경력수첩 하나로 완성된 것은 없다.
그건 시작일 뿐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제 나는 도면 위에서뿐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조금씩 공간을 짓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만의 공간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포트폴리오용일 뿐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구상에 들어가자
이 공간은 결국 내 지난 2년의 축적이란 걸 알게 됐다.
어떤 사람을 위한 공간을 지을까,
어떤 빛, 어떤 구조,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까.
그 고민은 곧,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되묻는 일이었다.
경력수첩은 서류 한 장일 뿐이다.
하지만 그것을 얻게 된 과정은,
내가 버티고, 공부하고,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섰던
수많은 밤들의 기록이다.
이제 나는
‘건축공학을 공부 중’이라고 말하는 것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내 이름 옆에 ‘건축’을 놓을 수 있게 됐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제 나는 나 자신을 조금 더 믿게 되었다는 것.